30대 후반 나이에 부상 전력 우려
일주일 1회 등판 고려해볼 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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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이 부상 없이 은퇴까지 꾸준히 선발로 뛸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일까. 류현진 만을 위한 선발 로테이션을 고려해 봄 직 하다. /뉴시스 |
[더팩트 | 김대호 전문기자] 마운드에 오르는 류현진(38·한화 이글스)을 오래 보고 싶다. 그런데 자꾸 아프다. 불안하다. 나이도 있고, 수술 이력도 많다. 구위도 예전 같지 않다.
지난 6일 류현진은 왼쪽 내전근(허벅지 안쪽 근육) 부상으로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됐다. 20일쯤 선발 로테이션에 합류할 것으로 보인다. 큰 부상이 아니라 천만다행이지만 앞으로가 더 걱정이다. 계약 기간이 2031년까지인데 과연 그때까지 마운드에 서는 류현진을 볼 수 있을까?
류현진은 선수 생활을 하면서 4차례 수술대에 올랐다. 인천 동산고 2학년 때인 2004년 처음으로 토미존 서저리(팔꿈치 인대 접합수술)를 받았다. 이 때문에 연고 구단인 SK 와이번스(SSG 랜더스 전신)의 1차 지명을 받지 못했다. 메이저리그 LA 다저스로 이적한 2015년 왼쪽 어깨 수술에 이어 2016년 왼쪽 팔꿈치 수술을 받았다. 토론토 블루제이스로 옮긴 2022년 또다시 왼쪽 팔꿈치에 메스를 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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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문 한화 감독으로선 30대 후반의 나이에 부상 전력이 있는 류현진의 선발 주기를 놓고 고민을 할 시점이다. /뉴시스 |
류현진은 이번 시즌 부상 전까지 꾸준히 선발 로테이션을 소화했다. 13경기에 선발 등판했다. 5승3패에 평균자책점은 3.47로 무난하다. 등판 간격을 살펴 보자. 4일 쉬고 5일째 등판이 3차례, 5일 쉬고 6일째 등판이 7차례, 6일 쉬고 7일째 등판이 2차례다. 시즌 초반인 4월 중하순까지는 5일 로테이션을 유지하다가 이후 6일, 7일로 등판 간격이 길어졌다.
메이저리그는 4일 휴식 후 5일째 등판하는 5일 로테이션이 일반적이다. 일본은 일주일에 한 번 등판하는 게 유행이다. 대신 길게 던진다. 일본 프로야구에서 일주일 1회 등판의 효시라 할 만한 선수가 있다. 무라타 조지(1949~2022)다. 무라타는 1974년 롯데 오리온즈(지바롯데 마린스 전신)의 일본시리즈 우승 주역이다. 1976년엔 21승에 평균자책점 1.82를 기록하는 등 1970년대를 통틀어 일본프로야구를 대표하는 투수다.
포크볼이 주무기였던 무라타는 1982년 치명적인 팔꿈치 부상으로 일대 위기를 맞았다. 1983년 프랭크 조브 박사를 만나 힘줄 이식 수술(현재의 토미존 서저리)을 받은 무라타는 2년여의 눈물겨운 재활을 거쳐 1985시즌 본격 복귀했다.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당시 무라타 나이는 만 36세. 팔꿈치 수술로 ‘퇴물’ 취급받던 투수가 개막 11연승을 질주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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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은 지금까지 4차례 수술을 받았다. 계약 기간 2031년까지 선발 마운드에 오르기 위해선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한화 이글스 |
비밀은 일주일 로테이션에 있었다. 그때 일본프로야구는 선발 로테이션이 확실하게 자리 잡기 전이었다. 하지만 무라타에게만은 철저하게 일주일 1회 등판을 지켰다. 그것도 일요일만 등판했다. 어느 틈에 무라타 조지에게 ‘선데이 조지’라는 별명이 붙었다. ‘선데이 조지’가 등판하는 날엔 모든 매스컴과 팬들의 시선이 롯데 오리온즈로 향했다.
비인기구단 롯데 오리온즈는 이날만큼은 요미우리 자이언츠가 부럽지 않았다. 무라타는 1985년 17승5패를 기록해 재기상을 받았다. 무라타는 이후에도 1989년 만 40세의 나이에 평균자책점 1위에 올랐으며, 은퇴 해인 1990년에도 10승을 달성했다. 통산 215승으로 2005년 명예의 전당에 헌액됐다.
무라타 조지 얘기를 장황하게 한 이유는 류현진의 등판에도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면 어떨까 해서다. 김경문 한화 감독으로선 앞으로 류현진의 몸 상태를 유심히 관찰할 수밖에 없다. 류현진 자신도 5인 선발 로테이션에 빠짐없이 들어가는 게 부담스러울 수 있다. 다행히 한화는 선발 자원이 풍부하다.
‘선데이 현진’도 좋고 ‘새터데이 현진’도 상관없다. 류현진에게 가장 적합한 로테이션 기간을 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부상 없이 꾸준히 선발로 나갈 수 있으면 된다. 류현진을 오랫동안 보고 싶은 건 한화 팬들만의 희망이 아니다. 류현진도 살고, 한화도 사는 방법을 잘 찾아봤으면 좋겠다.
daeho9022@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