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FC 데뷔전 28초 한방 KO승?
우연 아닌, 필연에 가까운 ‘복싱 한방’
빼어난 외모까지 스타성 넘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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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8일 UFC 데뷔전에서 28초 만에 한방 KO승을 거둔 후 옥타곤 철책에 올라 기뻐하고 있는 유주상. ㅣ AP뉴시스 |
[더팩트 | 유병철 전문기자] # 시쳇말로 난리가 났습니다. UFC 데뷔 28초 만에 ‘유주상’이라는 이름은 국내는 물론, 전 세계 격투기팬들에게 확실하게 각인됐죠. 무대는 트럼프 미 대통령이 현장 직관한 지난 6월 8일(이하 한국시간) UFC 316 페더급(65.8kg) 언더카드 매치. 유주상(31)은 인도네시아 UFC 파이터 1호인 제카 사라기(30)를 왼속 체크훅 한 방으로 실신시켰습니다. 외신은 2014년 코너 맥그리거가 조제 알도를 쓰러트린 카운터펀치 KO를 연상시킨다며 주목했습니다. UFC의 스카우트 프로그램 ‘루킹 포 어 파이트’를 통해 유주상을 직접 영입한 데이나 화이트 UFC 회장은 "이 영상(28초)을 좀 퍼나르라"고 지시할 정도로 반색했다고 합니다. 실제로 이 영상은 수십 만 개의 좋아요와 수천 개의 댓글이 달릴 정도로 지구촌 인기짤이 됐습니다. 유주상의 격투기 레코드는 이번까지 9전 전승. 정말 전도가 유망한 파이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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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주상의 한방이 터지는 순간(사진 위)과 이에 깜짝 놀라고 있는 UFC 중계진(아래). ㅣ유주상 인스타그램(화면캡처) |
# 기술적으로 분석하자면 유주상의 ‘한방’은 운이 좋아서, 즉 어쩌다 걸린 게 아닙니다. 복싱에서는 "쇼트(짧은 펀치)를 잘 치는 선수가 진짜 실력자"라는 말이 있습니다. 준비동작이 크고, 힘이 잔뜩 들어간 펀치는 실전에서 적중이 어렵습니다(이건 액션영화죠). 그래서 상대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순간적으로 나오는 쇼트의 파워가 중요한 것이죠. 이번 유주상의 한방은 복싱용어로 ‘체크훅(Check Hook)’입니다. ‘카운터로 날리는 앞손 훅’이죠. 쉽게 말해 유주상처럼 오른손잡이는 왼손을 앞쪽에, 오른손을 뒤로 웅크리는 게 기본자세입니다. 적중여부를 떠나 오른손 훅은 상식적입니다. 하지만 앞에 나가있는 왼손으로 훅을 구사하는 것은 쉽지 않죠. 그것도 실신KO를 만들 정도로 파워를 싣는 방식으로는 말입니다. 레전드복서 플로이드 메이웨더 등 뛰어난 테크니션만이 실전에서 효과를 거둔 기술입니다.
# 맞습니다. 알려진 대로 유주상은 복서 출신입니다. 프로복싱 1승의 공식기록이 있습니다. 고작 한 경기를 치른 것 가지고 복싱기술 운운하며 호들갑이냐고 반문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유주상의 복싱 캐리어는 의미가 있습니다. 먼저 1승은 2014년 11월에 있었는데, 상대가 나중에 슈퍼라이트급 한국챔피언에 오른 김동희였습니다. 김동희는 TV프로그램 ‘너의 목소리가 보여’에 출연한 '노래하는 복서'로도 유명합니다. 이런 만만치 않은 상대를 꺾은 것이죠. 아마 프로복서로 계속 활동했다면 한국챔피언 이상의 특급복서로 성장했을 것이라는 평가가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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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주상은 ZFN 02서 보여준 맹활약으로 UFC에 직행했다. 사잔은 ZEN 경기 후 인터뷰하는 유주상. l ZFN 제공 |
# 유주상은 중학생이던 14살 때 서울 석계역 인근에 위치한 ‘무영권투’ 체육관(관장 조무영)을 찾았습니다. 초등학교 때 태권도를 하다가 발목을 다쳐 중단했는데, 곧 복싱의 매력에 빠진 것이었습니다. 조 관장에 따르면 유주상은 ‘맞는 운동’을 반대하는 아버지를 상대로 한 달이 넘게 단식투쟁 등 자신의 의지를 밀어붙인 끝에 체육관에 등록할 수 있었습니다. 이후 2010년부터 생활체육대회에 다수 출전했고, 프로테스트를 통과한 후 2014년 프로복서가 된 것입니다. 프로전적은 1전에 불과하지만 복서경력은 약 8년에 달합니다. 뼛속까지 복서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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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추어로 생황체육대회에 출전할 당시의 유주상(왼쪽 두 번째). 오른쪽 두 번째가 조무영 관장. l 무영권투 제공 |
# 프로복싱 신인왕 출신인 조무영 관장은 "(유)주상이는 정말 좋은 복서였습니다. 보기와는 달리 아주 내향적인 성격이고, 운동에 진심입니다. 정신력이 대단하죠. 운동에 대한 자신만의 논리가 있고, 이를 바탕으로 집요하리만큼 열심히 훈련합니다."라고 소개했습니다. 복근단련을 지시하니 하루 종일 윗몸일으키기를 해 다음날 움직이지 못하게 됐던 일화도 있었답니다. 유주상은 프로복서로도 전도가 유망했지만, 복싱환경이 좋지 않아 잠시 방황한 끝에 격투기로 전향했다고 합니다. "유망주를 잃은 복싱으로서는 아쉽지만 (유)주상이는 탄탄한 복싱베이스를 갖춘 좋은 파이터입니다. 이번 데뷔전 28초 KO가 그냥 나온 것이 아닙니다. UFC에서도 성공할 것으로 확신합니다." 조 관장의 분석처럼 ‘찐’ 복서 출신 파이터 유주상의 한방은 이제 시작인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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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주상이 한 에너지드링크를 홍보하기 위해 인스타그램에 올린 이미지. 복근이 눈에 띈다. l 유주상 인스타그램 |
# 사족으로 유주상의 빛나는 외모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175cm의 키에 평소 73kg 정도의 체중을 유지하는 유주상은 말 그대로 조각 같은 근육질입니다. 여기에 각종 사이트에서 외모찬사 댓글이 넘쳐날 정도로 얼굴도 잘생겼습니다. 오른팔을 감싸고 있는 문신도 화제인데, 챔피언이 된 자신의 뒷모습, 강인함을 상징하는 호랑이, 이순신 장군의 학익진, 태극기 등을 형상화했다고 합니다. 이러니 UFC 진출 전에도 다수의 후원업체가 있었는데, 이번 28초 한 방 KO로 스포츠 광고시장에서 그의 몸값이 치솟고 있다고 합니다. 지난 4월에는 남성잡지 GQ코리아가 다양한 패션사진과 함께 그의 매력을 탐색하는 집중인터뷰를 게재하기도 했습니다. 어떻습니까, 이 정도면 맥그리거와 정찬성을 롤모델로 삼고 있는 한국인 25호 UFC파이터, 유주상은 주목할 만하지 않을까요? 딱 하나 정찬성에서 따왔다는 닉네임 ‘좀비 주니어’가 좀 불만입니다. 오마주 말고는 임팩트가 없지 않습니까? 좀 더 멋진 닉네임이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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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주상은 스포츠스타 모델로도 주가가 오르고 있다. 사진은 지난 4월 GQ코리아에 실린 이미지. l GQ코리아 홈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