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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심 비판’ 육상 해설위원의 또 다른 긴급제안 [유병철의 스포츠 렉시오]


- 생중계 중 무성의한 경기 질타 '사이다 해설'
- 예능감까지 갖춘 '찐' 육상인
- 여성 선수 불법촬영 및 유포 적극 대처 시급


지난 21일 열린 문제의 경기 장면. 종별육상선수권 남자 대학부 3000m 장애물 경기에서 선수들의 레이스가 도마에 올랐다./ KBS 화면 캡처
지난 21일 열린 문제의 경기 장면. 종별육상선수권 남자 대학부 3000m 장애물 경기에서 선수들의 레이스가 도마에 올랐다./ KBS 화면 캡처

# "초등학생도 이것보단 빨라요.", "이런 경기를 국민이나 관중들에게 보여주는 건 우리 육상인들의 창피한 모습입니다." 최근 유튜브에서 화제가 되고, 이어 각종 신문과 지상파 방송의 뉴스로 크게 보도가 된 한 육상해설위원의 일갈이 있었습니다. 지난달 21일 열린 제54회 전국종별육상경기선수권대회 남자 대학부 3000m 장애물 결승에서 선수들이 설렁설렁 뛰는 모습이 생중계에 잡혔죠. 기록보다는 순위에 집중하느라 초반 선수들이 조깅하듯 달린 것입니다. 심지어 경기 도중 옆 선수와 웃으며 대화하는 장면도 포착됐습니다. 이를 생중계하던 윤여춘 해설위원(69)이 작심비판을 했고, 이것이 크게 이슈화됐습니다.

# 윤여춘 해설위원은 두 말이 필요없는 한국육상의 간판 해설자입니다. 원래는 공주사대 체육교육과를 나온 ‘체육선생님’ 겸 육상지도자였죠. 그런데 워낙 입담이 구수해 1990년대 간간이 방송해설자로 나서다 1999년부터는 MBC 전속 육상해설위원으로 활약했습니다.

"육상이 아니라 올림픽 개폐회식 중계를 맡겨도 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잘했습니다. 실제로 이후 예능프로그램 ‘아육대’의 해설을 맡아 인기를 끌기도 했습니다. 대한육상연맹 부회장을 제한선인 3회까지 역임했고, 지금은 연맹 특별보좌역을 맡고 있습니다.

2020년 도쿄 올림픽(2021년) 남자 마라톤 중계에서 오주한의 기권 때 "찬물을 끼얹는다"는 문제발언을 해 MBC에서 하차했습니다. 이것도 나중에 오주한의 먹튀 논란이 일면서 재평가되기도 했죠. 지금은 TV조선의 육상해설위원을 중심으로 유튜브 등 다양한 방송에서 육상을 해설하고 있습니다. 어쨌든 육상에 진심인 사람인 것은 확실합니다.

지상파 예능프로그램에서 입담을 과시하고 있는 윤여춘 해설위원. l MBC
지상파 예능프로그램에서 입담을 과시하고 있는 윤여춘 해설위원. l MBC

# 다소 장황하게 해설위원 윤여춘을 소개한 이유가 있습니다. 앞서 소개한 윤여춘의 사이다 해설은 많은 관심과 공감을 얻었으니 더 긴 설명이 필요 없습니다. 그저 기록보다는 순위싸움을 유도해 스포츠 발전을 막는 전국체전의 병폐가 하루빨리 고쳐졌으면 합니다.

여기서는 오히려 ‘방송 잘 봤다’는 인사에 윤여춘 위원이 새롭게 제기한 문제에 주목하고 싶습니다. 그는 "육상발전을 위해 이걸 꼭 좀 기사화해 달라"며 요청해왔습니다. 바로 아직 국내에서는 제대로 된 용어도 없는 ‘여성선수들에 대한 선정적인 사진(혹은 동영상) 유포를 방지하자’는 것입니다.

육상 및 운동선수의 특정 신체부위를 강조한 사진은 인터넷에서 쉽게 접할 수 있다. 이는 최근 국내외에서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육상 및 운동선수의 특정 신체부위를 강조한 사진은 인터넷에서 쉽게 접할 수 있다. 이는 최근 국내외에서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 운동선수들은 젊고 체형이 빼어납니다. 그리고 경기력 향상을 위해 노출이 많은 유니폼을 입는 경우가 많습니다. 당연히 스포츠 사진이나 동영상은 그 자체로 아름답고 감동적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이를 성(性)적이며 상업적인 목적에서 악용하는 사례가 있습니다. 경기력보다는 여성선수들의 외모에 주목하는 것을 넘어, 아예 특정 신체부위를 집중촬영해 소셜네트워크를 통해 유포합니다.

육상을 비롯해 배구, 체조 등 신체노출이 많은 종목이 주대상이 됩니다. 성인사이트에서 누드사진과 함께 여성선수의 ‘의도된’ 사진이 나란히 올라 있기도 합니다. 당연히 당사자인 선수와 가족 들은 괴로움을 호소합니다. 서구에서는 은밀한 촬영(Sneak photography)이나 사진관음증(Photo voyeurism)으로, 일본에서는 ‘메이와쿠(迷惑·폐 끼치는 행위) 촬영’으로 불리는 신종 사회문제입니다.

일본올림픽위원회(JOC) 등 7개 스포츠 단체는 2020년 12월 공동성명을 발표하고, 선수들에 대한 도촬, 악용 등의 행위는 비열한 짓이라고 규탄했다. l 일본육상경기연맹
일본올림픽위원회(JOC) 등 7개 스포츠 단체는 2020년 12월 공동성명을 발표하고, 선수들에 대한 도촬, 악용 등의 행위는 비열한 짓이라고 규탄했다. l 일본육상경기연맹

# 윤여춘 해설위원은 "사실 한국에서도 이 문제가 심각합니다. 10개 안팎의 못된 크리에이터들이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 앞으로 더 늘어나고 강도도 심해지는 경향이 있어 걱정입니다. 한국도 실업육상연맹은 전문촬영장비를 이용한 관중석 촬영을 최근 금지했지만, 대한육상연맹이나 중고연맹 등은 아직 대책이 없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맞습니다.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이런 촬영을 하면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등에 의해 강력한 처벌을 받습니다. 문제는 스포츠 현장, 그것도 공개적인 경기장에서 벌어지는 행위는 형법상 처벌이 쉽지 않다는 점이죠.

윤여춘 해설위원은 사이다 해설은 뒤로 한 채 체육회 및 육상단체가 여성선수 보호를 위한 대책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여춘 해설위원은 사이다 해설은 뒤로 한 채 체육회 및 육상단체가 여성선수 보호를 위한 대책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어떤 대책이 효과적일까요? 일본은 지난해 파리 올림픽을 앞두고 여성선수들의 피해를 막기 위해 몇몇 종목에 특수원단으로 제작된 유니폼을 공급했습니다. 또 2023년에는 일명 '촬영죄(撮影罪)’을 만들어 시행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정도로는 공개된 스포츠현장의 사진에 대한 확실한 처벌은 쉽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대회 주최측이 이런 은밀한 촬영에 대해 강력한 사전 경고를 하고, 적극적으로 적발해 저작권 등의 이유로 수익창출을 막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이달 초 열린 일본학생육상경기선수권은 일반관객의 촬영행위가 전면 금지됐습니다. 저작권과 명예훼손으로 범인을 처벌한 사례도 있습니다.

우리도 대회를 주최하는 어른들의 관심과 노력이 필요합니다. "신기하게도 심각한 출생률 저하에도 불구하고 초등학생 육상선수들은 늘고 있습니다. 그만큼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죠. 그런데 어린 선수들이 어른들의 못된 촬영 때문에 운동을 그만두기도 하니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육상에 진심인 윤여춘 해설위원의 문제 제기에 또 한번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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