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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는 원수보다 나쁜 X"...라이벌과 앙숙 사이 [김대호의 야구생각]


구단별 '라이벌' 사연도 각양각색
한 지붕 두 가족 LG-두산 최대 '앙숙'


KBO리그 최고의 '라이벌'은 서울 연고의 LG 트윈스와 두산 베어스다. 두 팀의 대결은 선수들 뿐 아니라 팬들 사이에 총성 없는 전쟁과 같다. 5월 6일 LG 오스틴이 두산 강승호와 충돌해 쓰러져 있다. /뉴시스
KBO리그 최고의 '라이벌'은 서울 연고의 LG 트윈스와 두산 베어스다. 두 팀의 대결은 선수들 뿐 아니라 팬들 사이에 총성 없는 전쟁과 같다. 5월 6일 LG 오스틴이 두산 강승호와 충돌해 쓰러져 있다. /뉴시스

[더팩트 | 김대호 전문기자]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리버풀FC의 대결을 ‘레즈 더비’라고 부른다. 누가 더 강렬한 빨간색인지 겨뤄보자는 뜻이다. 두 팀 간의 라이벌 의식은 지역적 특수 관계에 경제적인 이해타산까지 더해져 그야말로 ‘앙숙’으로 자리 잡았다.

내륙 공장 도시인 맨체스터는 인접 항구 도시인 리버풀에 공산품을 실어 나르기 위해 1773년 맨체스터에서 리버풀까지 직통 운하를 건설했다. 이 운하는 영국의 산업 발전에 크게 기여했지만 리버풀의 경제엔 심한 타격을 입혔다. 이런 역사적 앙금은 25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두 도시의 축구 팬들에게 그대로 남아 있다. 1970년대 이후 두 팀 간에는 이적 선수가 없으며, 두 팀의 팬들은 경쟁의식을 넘어 서로를 증오한다.

스페인의 레알 마드리드와 FC바르셀로나의 관계도 이에 못지않다. 두 팀 사이엔 스페인의 분리 민족주의라는 역사적 갈등이 도사리고 있다. 카탈루냐 지역의 대표적인 항구도시인 바르셀로나는 오래 전부터 수도 마드리드에 저항해 분리 독립을 주장해 왔다. ‘엘클라시코’라고 불리는 두 팀의 대결은 민족적 자존심을 내건 전쟁이다.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리버풀FC는 '라이벌'을 넘어 '앙숙'과 같다. 리버풀 모하메드 살라가 맨유전에서 골을 넣은 뒤 관중석을 향해 환호하는 모습. /뉴시스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리버풀FC는 '라이벌'을 넘어 '앙숙'과 같다. 리버풀 모하메드 살라가 맨유전에서 골을 넣은 뒤 관중석을 향해 환호하는 모습. /뉴시스

메이저리그의 뉴욕 양키스와 보스턴 레드삭스의 숙명적 라이벌 관계도 유명하다. 1918년 베이브 루스의 트레이드로 촉발된 두 팀 간의 원한은 2004년 보스턴이 월드시리즈에서 우승하면서 86년 만에 ‘밤비노(베이브 루스의 애칭)의 저주’가 풀렸다.

일본엔 요미우리 자이언츠와 한신 타이거스가 있다. 일본 프로야구는 도쿄를 연고로 하는 ‘교징’(거인의 일본 발음)과 ‘안티 교징’으로 나뉜다. ‘안티 교징’의 대표 주자가 효고현과 오사카를 연고로 하는 한신 타이거스다. 일본 제2의 도시인 오사카는 에도 막부 이후 역사적으로 도쿄에 비해 소외돼 왔다. 여기에 일본 국민의 90%가 요미우리 팬이라는 박탈감까지 더해져 응집력이 대단하다. 한신 팬은 요미우리 팬과 결혼도 하지 않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우리 프로야구에도 팀 간 라이벌 의식이 모기업의 제품 판매에도 영향을 미쳤던 때가 있었다. 1980년대 호남 지역에선 롯데 제품을 거들떠 보지도 않았다. 반대로 영남 지역에선 해태 아이스크림이 팔리지 않았다고 한다. 영-호남을 상징하는 삼성 라이온즈와 해태 타이거즈(KIA 전신)는 프로 초창기 라이벌 의식이 최고조에 올랐다. 1980년대 최고 명문구단이란 자부심으로 똘똘 뭉친 두 구단의 팬심은 큰 사고로 이어졌다. 1986년 한국시리즈 3차전에서 홈팀 삼성이 해태에 패하자 흥분한 삼성 팬들이 해태 구단 버스에 불을 지른 사건이다. 프로야구 역사상 최악의 불상사로 기억되고 있다.

'라이벌'전은 팬들의 관심을 촉발시키는 동시에 선수들 집중력을 끌어 올려 놀라운 경기 결과를 만들어 내기도 한다. 관중석 매진 상황을 알리고 있는 잠실야구장 전광판. /뉴시스
'라이벌'전은 팬들의 관심을 촉발시키는 동시에 선수들 집중력을 끌어 올려 놀라운 경기 결과를 만들어 내기도 한다. 관중석 매진 상황을 알리고 있는 잠실야구장 전광판. /뉴시스

삼성과 LG 트윈스의 ‘전자 라이벌’도 뜨겁다. 두 팀이 잠실에서 맞붙으면 두 기업의 고위 관계자들이 총출동하기도 했다. 근래엔 부산 연고의 롯데와 경남 창원이 연고인 NC 다이노스 간의 ‘낙동강 더비’가 신흥 라이벌로 떠오르고 있다. 롯데로선 원래 자신들의 열성 팬이 많았던 창원 지역을 NC가 가져갔다는 묘한 보복심리를 갖고 있다.

뭐니 뭐니해도 KBO리그에서 최고의 라이벌은 잠실의 '한 지붕 두 가족' LG와 두산 베어스일 것이다. 잠실야구장 1루와 3루 라커룸을 나눠 쓰고 있는 두 팀의 자존심 싸움은 '총성 없는 전쟁'과 같다. 특히 사세에서 열세인 두산의 ‘LG 타도’ 집념은 서슬이 퍼렇다. 두산에 입단했다가 LG로 이적한 박명환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두산에 입단했을 때 선배들한테 처음 들었던 말이 LG는 원수보다 더 나쁜 X"이라고 했다.

한국시리즈에서 두산은 6차례, LG는 3차례 우승했지만 두 팀이 맞붙은 적은 43년 동안 한 번도 없다. 한국시리즈를 제외한 포스트시즌에선 지난해까지 총 5번 만나 두산이 LG에 3승2패로 앞서 있다.

빌 게이츠는 "라이벌에게 향했던 질투심이 고마움으로 바뀔 때 진정한 행복을 느끼게 된다"고 했다. 상대에게 자극을 받으면 업무 효과가 올라가듯 ‘라이벌’ 또는 ‘숙적’의 존재는 내면에 숨겨진 역량을 끌어 올려 기적 같은 놀라운 결과를 만들어 내기도 한다.

daeho9022@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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