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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의 하주석이 심우준의 부상 공백을 100%, 아니 120% 이상 메워주고 있다.
하주석은 30일 창원NC파크에서 열린 2025 KBO리그 NC와의 원정 경기에 2번 타자 유격수로 선발 출장해 5타석 4타수 2안타 1타점 1득점으로 맹활약하며 한화의 7-1 승리에 이바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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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회 첫 번째 타석에서 1루 땅볼로 물러난 하주석은 0-1로 뒤진 3회 1사 만루에서 두 번째 타석에 섰다.
라일리의 150km가 넘는 직구 두 개에 헛스윙 후 포크볼을 커트해낸 하주석은 0B-2S 불리한 볼카운트에서 라일리의 153km짜리 가운데 높은 스트라이크존에 들어오는 공을 받아쳤고, 다소 먹혔지만 중견수 앞에 뚝 떨어지는 동점 적시타가 됐다.
한화가 2-1로 앞선 5회엔 하주석의 센스가 돋보였다.
선두타자 에스테반 플로리얼의 2루타로 만든 무사 2루에서 세 번째 타석에 들어선 하주석은 상대 수비의 대비가 느슨한 틈을 타 3루 방면으로 기습 번트를 댔다.
당황한 NC 3루수 김휘집이 집어들어 1루에 던졌지만 악송구가 됐고, 그 사이 플로리얼은 홈을 밟았다.
4-1로 앞선 7회 무사 1,2루 찬스에서는 침착하게 희생번트를 대며 주자들을 안전하게 진루시켰고, 문현빈의 2타점 적시 2루타로 6-1로 달아나며 사실상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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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회말 2사 주자 없는 박민우의 타구가 하주석의 머리를 넘어 외야로 가는 듯 했지만, 하주석은 껑충 뛰어올라 이를 잡아내며 이닝을 마무리했다.
하주석의 호수비로 류현진은 6이닝 1실점으로 퀄리티스타트를 완성했다.
지난 겨울 하주석은 생애 첫 FA 자격을 얻었다.
그러나 한화는 FA 시장 개막 이틀째인 지난해 11월7일 KT에서 FA 자격을 얻은 심우준과 4년 총액 50억원의 계약을 맺었다.
이는 곧 한화가 하주석과 계약할 의사가 거의 없다는 것을 만천하에 알린 것이나 다름없었다.
원 소속팀이 계약 의사가 거의 없는 FA 자원에게 다른 구단들이 달려들 리 만무했다.
게다가 FA B등급이었던 하주석을 영입하려면 25인 보호선수 외 보상선수 1명과 전년도 연봉 100%를 보상으로 내주거나 전년도 연봉 200%를 내줘야했다.
그토록 추운 겨울을 보내면서도 다른 구단들의 제의는 선뜻 나타나지 않았고, 사인 앤드 트레이드를 추진했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았다.
결국 하주석은 해를 넘긴 지난 1월8일 원 소속팀인 한화와 보장금액 9000만원, 옵션 2000만원으로 총액 1억1000만원의 1년 짜리 계약을 맺어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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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는 연봉이 곧 자리를 의미하는 냉정한 무대. 개막전 주전 유격수는 당연히 심우준의 차지였고, 하주석은 퓨처스리그에서 시즌을 맞이했다.
지난달 8일 1군에 승격해 7경기에서 타율 0.278(18타수 5안타)을 기록한 뒤 다시 2군행 지시가 떨어졌다.
퓨처스리그를 타율 0.404로 맹폭하며 기회를 엿보던 하주석에게 기회가 찾아왔다.
심우준이 지난 10일 키움전에서 손현기의 직구에 왼쪽 다리를 맞았다.
진단 결과는 비골 골절로 4주간 재활이 필요하다는 소견이 나왔다.
심우준의 부상으로 하주석은 다시 1군으로 올라왔다.
하주석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5월 15경기에 출전해 타율 0.319(47타수 15안타)에 홈런은 없지만 7타점 7득점을 올리며 맹활약하고 있다.
4월 성적까지 합친 시즌 성적은 타율 0.308(65타수 20안타)로 3할대 타율을 유지 중이다.
수비에서도 아직 실책이 없을 정도로 준수한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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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값만 보면 심우준을 써야 하지만, 심우준은 부상 당하기 전까지 리그 최악의 타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타격 성적이 형편없었다.
33경기에 출전해 타율 0.170(94타수 16안타) 1홈런 9타점 3도루에 그쳤다.
아무리 건실한 수비가 장점인 심우준이라고 해도 타격이 이정도로 떨어지면 쓰기 어렵다.
대체선수 대비 승리기여도(WAR, 스탯티즈 기준)는 ?0.18로 마이너스 수치가 나온다.
wRC+(조정 득점 창출력)은 10.6에 불과하다.
wRC+는 100이 리그 평균이다.
110이면 리그 평균보다 10% 정도 득점 생산을 해내고 있다는 얘기다.
심우준의 wRC+ 10.6은 리그 평균에 비해 90% 정도로 득점 생산을 해내지 못한다는 의미다.
즉, 공격에서는 득점 생산을 거의 기대할 수 없다는 얘기나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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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C+도 108.3으로 리그 평균은 넘어섰다.
심우준과 비교하면 10배가 넘는다.
하주석의 수비가 심우준에 비해 엄청 떨어진다고도 할 수 없는 상황. 이런 정도의 수비력 차이에 공격력에서 이미 ‘넘사벽’의 차이가 나는 상황이라면 당연히 주전 유격수는 하주석이 되어야 하는 게 맞다.
심우준은 6월 중순쯤 1군 무대에 합류할 것으로 보인다.
과연 김경문 감독은 심우준이 돌아왔을 때 주전 유격수 자리를 누구에게 안길까. 한화를 지켜봐야할 또 하나의 관전 포인트다.
남정훈 기자 ch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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