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한국전력이었다.
박철우가 은퇴했지만, 신영석과 서재덕의 베테랑 라인이 중심을 잡아주고 기량이 한창 무르익은 임성진이 토종 에이스로 자리매김한 한국전력은 외국인 선수로 ‘쿠바 특급’ 엘리안을, 아시아쿼터로 일본인 세터 야마토를 지명해 야심차게 시즌을 시작했다.
전력만 놓고 보면 봄 배구 진출은 충분한 전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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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지난해 11월6일 개막 4연승 팀끼리 맞붙은 천안 현대캐피탈 원정에서 현대캐피탈을 풀 세트 접전 끝에 3-2로 꺾고 남자부 유일의 무패팀이 됐다.
그러나 그날 승리는 ‘상처뿐인 영광’이었다.
승리를 확정짓는 공격 득점을 냈던 엘리안의 착지가 좋지 못했고, 들것에 실려나갔다.
진단 결과는 무릎 슬개건 및 측부인대 파열. 시즌 아웃이었다.
그러나 한국전력의 이후 대처가 좋지 못했다.
대체 외인을 구하는 데 한 달 가까이 걸렸다.
우여곡절이 많았다.
한국전력의 첫 타겟은 과거 2020~2021시즌에 한국전력에서 뛰기도 했고, 2021~2022시즌엔 삼성화재에서 활약했던 ‘경력직’ 카일 러셀이었다.
그러나 러셀의 그리스리그 소속팀과의 이적료 협상이 길어졌고, 결국 협상은 틀어졌다.
이후 오포라 이츠추쿠(나이지리아)를 영입하려 했으나 메디컬 테스트에서 전치 6주 이상의 어깨 회전근 부상이 발견됐다.
연이은 영입 불발에 이어 데려온 선수는 ‘V리그 경력자’ 마테우스 크라우척(브라질)이었다.
그렇게 외국인 선수 없이 한 달을 치르다 보니 한국전력의 성적은 5승 무패에서 7승6패가 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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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라운드 5경기에서 124득점 공격 성공률 54.42%로 주포 역할을 해냈던 마테우스는 복근 부상으로 자리를 비웠고, 다시 돌아온 복귀전에서 블로킹 착지 과정에서 또 한 번 부상을 당했다.
이후 마테우스는 코트에 서지 못했다.
결국 한국전력은 이후의 일정은 토종 선수들과 야마토로만 치러야 했다.
팀 전력의 절반, 혹은 그 이상이라는 외국인 선수 없이 치르는 것은 무리가 있었고, 결국 한국전력은 하위권으로 처지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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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은 요스바니의 대체 외인으로 러셀을 영입하는 데 성공했다.
경기 전 한국전력 권영민 감독은 러셀의 V리그행을 들었을 때 어땠냐는 질문에 웃으면서도 “짜증났죠. 우리가 오라고 할 땐 안 오더니..러셀이 그때만 왔어도 성적이 지금보다는 더 좋았을 것 같다”라고 답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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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시즌 마지막 경기를 앞두고 있지만, 올 시즌을 돌이켜 봐달라는 질문에 권 감독은 진한 아쉬움을 보였다.
그는 “한경기가 남았는데 아쉽다.
준비도 잘했다고 생각했다.
지난 시즌 끝나고 돌아보면서 계획을 잘 잡았고, 선수들과도 비전을 잡고 출발했다.
시즌 초반에 잘 나갔지만 엘리안이 다쳤다”라면서 “그래도 버틸 수 있었던 것은 비시즌 훈련량도 많았고, 하고자 하는 의욕도 많았다.
덕분에 좋은 경기를 많이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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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영과 구교혁 모두 가능성을 보여줬다.
여기에 올 시즌 신인 드래프트 전체 3순위로 뽑은 윤하준도 코트를 밟는 시간을 늘리며 잠재력을 확인시켜줬다.
신예들의 성장에 권영민 감독은 최근 한국전력의 프랜차이즈 스타인 서재덕을 리베로로 변신시키며 신예 선수들의 출전 기회를 대폭 늘리며 향후를 대비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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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선수들한테 미안하다.
외국인 선수를 빨리 교체해서 들어왔어야 했는데 아쉬웠던 시즌이다.
반대로 선수들이 성장한 것에 만족한다.
외국인 선수 없이 시즌을 치른 것에 미안하다”고 말하며 아쉬움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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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시즌 권영민 감독과 선수들은 실패한 시즌이 아니다.
주어진 여건 속에서도 최선을 다 했다.
누군가 책임을 물어야 한다면 감독과 선수가 아닌, 프런트와 구단 고위직들, 결국 모기업 그 자체다.
인천=남정훈 기자 ch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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