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정다워 기자] 제55대 대한축구협회장 선거가 파행을 거듭하고 있다.
대한축구협회는 지난 10일 선거 일정 취소를 발표했다.
이날 선거운영위원회 전원이 사퇴 의사를 밝혔고, 23일로 연기했던 선거도 치를 수 없게 됐다.
파행에 파행이다.
지난 몇 년간 이어졌던 축구협회의 졸속 행정과 무능력이 선거를 통해 또다시 드러나고 있다.
그런데도 축구협회는 반성 없이 법원의 인용 결정에 “규정에 위배됨이 없이 중립적인 입장에서 선거 준비를 진행하였음에도…”라며 법원의 판결에 유감을 표했다.
이어 무리하게 선거 일정을 다시 잡다 더 큰 파장을 일으켰다.
지난 7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임해지 부장판사)는 허정무 후보가 협회를 상대로 낸 축구협회장 선거 금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선거에는 선거의 공정을 현저히 침해하고 그로 인해 선거의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고 인정될 만한 중대한 절차적 위법이 있다고 판단된다”라며 인용 이유를 밝혔다.
재판부에서 지적한 사안은 크게 두 가지로 압축된다.
선거운영위원회의 구성원 비공개로 인한 불투명성, 그리고 선거인단(194명) 인원 부족이다.
허 후보, 신문선 후보가 가장 크게 지적한 부분은 선거운영위원 구성 방식의 공정성이다.
가처분신청이 인용된 후 선거운영위원회에 건설, 부동산 분야 전문 변호사가 3명이나 포함된 것이 확인됐다.
4선에 도전하는 정몽규 후보는 건설사인 현대산업개발의 회장이기도 하다.
충분히 오해를 살 만한 구성이다.
협회가 이를 철저하게 비공개에 부치면서 오히려 더 의심을 사는 꼴이 됐다.
법원이 가처분신청을 인용해 선거가 예정일에 치러지지 않게 됐는데도 협회는 안일하게, 일방적으로 23일로 선거일을 재확정했다 나머지 두 후보의 반발을 샀다.
허 후보 측 관계자는 “9일 오후에 열린 회의에서 명백히 거부하고 반대 의사를 밝혔음에도 축구협회가 독단적으로 선거일을 23일로 발표한 것은 협의 사항 위반이며 신의를 저버리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신 후보 의견도 다르지 않았다.
결국 협회는 재공지한 선거 일정을 취소했다.
정 후보를 제외한 나머지 두 후보는 축구협회가 구성하는 선거운영위원회를 향한 불신을 드러내며 제3의 기관인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탁을 주장하고 있다.
정 후보는 “후보자의 한 사람으로서 대한축구협회에 공정하고 투명한 선거 진행을 촉구한다”면서도 “집행부 부재가 장기화하며 사업의 원활한 진행이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다.
근거 없는 비방을 멈추고 정책 중심의 경선 활동을 펼칠 것을 제안한다”며 집행부 부재를 우려하고 있다.
축구협회는 운영위원회 재구성을 포함해 회장 선거 관련 사항을 주중 알리겠다고 공지했다.
운영위원회 구성부터 선거인단 추첨과 확인, 공식 선거운동 기간 등을 고려하면 최소 2~3주 이상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몇 년간 행정의 난맥상을 보인 축구협회는 이제 선거도 제대로 치르지 못하는 무능력함을 보였다.
한국 축구가 다시 한번 산으로 가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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