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직 정원 대비?929명 모자라…정원 초과 행정직과 대비
다른 지역까지 추가 업무 '겸배'도…"국민서비스 질적 하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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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대 대통령 선거를 보름 앞둔 지난달 19일 오전 서울 강남구 한 오피스텔에서 우정사업본부 집배원이 선거공보물을 배달하고 있다. /더팩트 DB |
[더팩트ㅣ강주영 기자] #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에서 오토바이로 우편물을 배송하던 30대 집배원 A 씨는 지난달 마주오던 차량에 부딪쳐 갈빗뼈가 뿌러졌다. 대림3동 담당이던 A 씨가 사고를 입은 곳은 대림1동. 담당 지역이 아닌 타 지역까지 추가 업무를 하는 일명 '겸배'를 하던 중이었다. 한정된 시간에 늘어난 물량을 배달해야 했던 A 씨는 급히 이동하던 중 달려오는 차량을 미처 보지 못하고 전치 6주의 사고를 입었다.
우체국 집배원들이 근무 중 안전사고 위협에 시달리고 있다. 무엇보다도 인력 부족이 잦은 안전사고의 주요 원인이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3일 우정사업본부와 우정노조에 따르면 2025년 우정사업본부 내 우정직 공무원은 정원 2만3600명에 현원 2만2671명, 행정직 공무원은 정원 9342명에 현원 9451명이다. 우정직의 경우 정원 대비 현원이 929명 모자라 배정률이 96.0%에 그친 반면, 행정직은 정원 대비 현원이 109명 많아 배정률 101.1%다.
우정사업본부 내 공무원은 집배원 등 우정직 공무원과 우체국 사업 관리, 우편 디자인 등 행정직 공무원으로 구분된다. 우정직 공무원들은 인력이 현장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안전사고 등 노동환경을 악화시킨다고 입을 모은다.
집배원 김승일 씨는 "동별 담당 집배원이 있는데 퇴직, 휴가, 육아휴직 등의 사유로 빠지게 되면 그만큼 충원이 돼야 한다"며 "하지만 현행 채용 시스템은 충원까지 3개월 가까이 소요돼 그 기간 다른 지역까지 소포를 옮기다 보면 이동 거리와 물량이 늘어나고 결국 사고가 잦을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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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정노조는 지난달 30일 배경훈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를 만나 직접 요구안을 전달했다./ 우정노조 |
또 다른 집배원 조원석 씨는 "특히나 폭염이나 한파 등 날씨와 외부 환경에 따라 상황이 급변하기 때문에 물량이나 시간 등 일률적 수치로만 인력 규모가 추정될 수는 없다"며 "이륜차나 도보로만 진입 가능한 지역도 있고 주소지가 불명확하거나 외국인 대면서비스를 해야 하는 등 지연 상황이 수시로 발생하기 때문에 집배원 인력을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열악한 처우에 최근에는 지원자도 줄면서 인력난을 심화시킨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 씨는 "A 씨도 겸배를 하다 사고가 났는데 회복될 때까지 남아있는 집배원들이 A 씨 몫까지 더 일해야 하는 악순환이 발생한다"며 "승진할 수 있는 기회는 행정직에 비해 적은데 반해 고강도 노동에도 인력난에 동료 눈치를 보며 연차를 미뤄야하니 지원자도 줄어드는 추세"라고 말했다.
결국 우정노조는 열악한 노동환경 개선을 촉구하며 연일 거리에 나서 집회를 열고 있다. 지난달 30일에는 배경훈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를 만나 요구안을 직접 전달했다. 요구안에는 우정직 공무원 인력 충원은 물론, 우정직 인력 산출기준 폐지, 우정직 공무원 승진 차별 철폐 등이 담겼다.
이재규 우정노조 위원장은 "현장 최전선에서 공적 업무를 수행하는 우정직 공무원들의 노동환경이 후퇴하고 있다"며 "우정직, 행정직 공무원 인력 조달 격차 등 우정사업본부 조직 개편을 해야 국민을 위한 공공서비스인 우체국 서비스의 질이 하락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우정사업본부 측은 "우정직 공무원 산재 현황과 인력 충원 필요성을 인지하고 있다"며 "노조와 지속 교섭을 통해 인력난 해소와 안전사고 대책 등 개선안을 논의해갈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juyo@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