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표권향 기자] 한국 창작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Maybe Happy Ending)’ 박천휴 작가가 최고의 트로피와 함께하는 아침의 기분을 전했다.
박 작가는 24일 서울 중구 커뮤니티하우스 마실에서 열린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 제78회 토니어워즈 6관왕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솔직한 수상 소감을 밝혔다.
‘어쩌면 해피엔딩’은 지난 8일(현지 시간) 토니상에서 ▲최우수 뮤지컬상 ▲극본상 ▲작사·작곡상 ▲뮤지컬 연출상 ▲무대 세트 디자인상 ▲남우주연상(뮤지컬 부문) 등 무려 6관왕을 휩쓸었다.
박천휴 작가는 한국 창작자로는 최초로 토니상을 거머쥐었다.
한국 창작 뮤지컬과 창작자가 연극·뮤지컬의 아카데미상으로 불리는 토니상에서 수상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시상 부문 중 최고로 꼽히는 ‘최우수 뮤지컬상’을 포함해 주요 부문을 차지하는 역사적 기록을 세웠다.
아직도 꿈속인 것 같다는 박 작가는 “트로피를 식탁에 올려놓고 아침 식사를 한다.
상징적인 트로피가 내 초라한 집에 있다는 자체가 신기하다”며 “이것의 무게만큼 앞으로 더 열심히 하는 창작자가 돼야겠다고 다짐했다”고 전했다.

이미 예견된 수상이었다.
‘어쩌다 해피엔딩’은 토니상에 앞서 ▲뉴욕 드라마 비평가 협회상 ▲드라마리그 어워즈 ▲외부 비평가 협회상 ▲드라마 데스크 어워즈에서 잇달아 트로피의 주인공이 됐다.
토니상에서는 총 10개 부문 후보에 오르며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 ‘죽어야 사는 여자’와 함께 최다 후보작으로 꼽혔다.
하지만 박 작가는 “윌 애런슨도 나도 뭘 기대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이다.
실망감을 두려워하는 편”이라며 “사랑의 아픔을 두려워해서 사랑에 빠지지 않기로 약속하는 ‘클레어’와 같은 성격들이다.
후보가 됐을 때 기뻤지만, ‘설마 우리가 되겠어’라며 기대하지 말자고 했다”며 시상식 전날을 회상했다.
이들의 겸손은 두 배의 기쁨으로 돌아왔다.
그는 “이날은 정말 정신이 없었다.
마라톤 같은 하루”였다며 “너무 기쁘면서도 당황스러웠다.
내가 상을 받아도 되나 놀랍기도 했다.
다 끝났으니 편하게 잘 수 있겠다는 생각도 했다”며 복잡미묘했던 수상식 당일을 떠올렸다.
이어 “아직 어느 곳에서도 K-뮤지컬 용어를 쓰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 공연을 보러 온 관객들 사이에서 ‘이 뮤지컬은 한국 뮤지컬이야’, ‘한국을 원작으로 하는 뮤지컬이야’라는 말을 해줄 때 뿌듯했다”라고 말했다.
트로피의 무게에 따른 책임감도 뒤따랐다.
박 작가는 “부담이 없다면 거짓말”이라며 “토니상 트로피가 초라한 식탁에 놓인 걸 보면서 ‘난 이제 어떻게 해야 하지’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에 눌리다 보면 자연스럽지 않은 작품을 쓰게 될 것 같다.
다행히 윌이라는 훌륭한 창작자가 있어, 하던 대로 서로 보완해가면서 해나갈 예정”이라고 다음 목적지에 대해 언급했다.
‘어쩌면 해피엔딩’은 미래의 서울을 배경으로 인간을 돕기 위해 만들어진 로봇 ‘올리버’와 ‘클레어’가 사랑이란 감정을 느끼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인물들을 통해 인간이 느낄 수 있는 섬세하고 보편적인 감성을 세계 무대에서 구현해냈다.
한편 전 세계에 한국 창작 뮤지컬의 위상을 알린 ‘어쩌다 해피엔딩’은 10주년 공연으로 오는 10월30일부터 내년 1월25일까지 서울 종로구 두산아트센터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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