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이란 핵시설 공습으로 22일(현지시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긴급회의가 소집된 가운데 미국과 이란이 충돌했다.
이란은 미국의 핵시설 공습이 근거 없이 정치적 동기에서 나온 것이라고 비판하며 미국의 행위가 국제법과 국제기구 규정과 조약, 안보리 결의 등을 위반하는 불법행위라고 지적했다.
반면 미국은 이란의 핵 위협은 실재하며, 집단 자위권 행사라고 말했다.
또 미국인이나 미군을 상대로 공격할 시 보복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아미르 사에이드 이라바니 주유엔 이란대사는 이날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안보리 긴급회의에서 미국의 이란 핵시설 3곳 공습에 대해 "미국 정치사에 또 하나의 오점이 기록됐다"며 "(국제형사재판소에) 전범으로 수배 중인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다시 한번 미국을 값비싸고 근거 없는 또 다른 전쟁으로 끌어들이는 데 성공했다"고 비판했다.

이라바니 대사는 "이란에 대한 미국의 모든 주장은 근거나 법적 기반이 없으며 정치적 동기에서 나온 것"이라며 "이번 주 이란 외무장관이 유럽 3개국과 접촉하고 있을 때 미국은 외교를 파괴하기로 결정했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과 이스라엘 정권의 침략은 국제법과 유엔 헌장, 국제원자력기구(IAEA) 규정, 안보리 결의(487·2331호), NPT(핵확산 금지) 조약을 위반하는 것"이라며 "이란은 노골적인 미국의 침략에 대해 자신을 방어할 권리를 보유하고 있다.
이란의 균형적 대응 시기, 성격, 규모는 이란 군대에 의해 결정될 것"이라고 보복을 예고했다.
또 이스라엘을 향해서는 "이란은 6월 15일 미국과 외교적 접촉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이스라엘은 회담 이틀 전 이란을 공격했다"며 "소위 외교 제안이라는 것은 국제 사회를 현혹하기 위한 기만적 정책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반면 도로시 셰이 주유엔 미국대사 대행은 회의에서 "어젯밤 미군이 포르도, 나탄즈, 이스파한의 이란 핵시설을 타격한 것은 이란의 핵농축 능력을 해체하고 이란이 가하는 핵 위협을 저지하기 위함이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란이 핵 프로그램을 은폐하고 최근에도 협상을 방해해왔다고 비판했다.
셰이 대사 대행은 이번 공격에 대해 "이번 작전은 오랫동안 지속되었지만, 급속히 확대되고 있는 세계적 불안정의 근원을 제거하고, 유엔헌장에 부합하는 집단 자위권의 고유한 권리 아래 동맹국인 이스라엘을 지원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말했듯 미국인이나 미군 기지에 대한 직간접적인 이란의 공격은 파괴적인 보복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이날 안보리 이사국인 중국과 러시아, 파키스탄은 조건 없는 휴전을 촉구하는 안보리 결의안 초안을 제안했다.
초안에는 민간인 보호, 국제법 존중, 대화와 협상 참여 등을 촉구하는 내용도 담겼다.
이들 국가는 이사국들에 초안 지지를 요청했다.
한국도 외교적 해결을 촉구했다.
황준국 주유엔대사는 "최근 매우 우려스러운 상황 전개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여전히 군사적 수단만으로는 지속 가능한 위기 해결책을 마련할 수 없다고 확신한다"며 "모두가 최대한의 자제를 발휘하고 대화와 외교를 되살리기 위해 노력할 것을 촉구한다"라고 말했다.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은 "핵시설에 대한 무력 공격은 결코 발생해서는 안 되며, 공격 대상 국가는 물론 주변 국가로도 심각한 결과를 초래하는 방사능 유출을 초래할 수 있다"고 공격 자제를 당부했다.
그는 미국의 이란 핵시설 3곳 공격에 따른 외부 방사능 수치 증가가 확인되지 않았다면서도, 이란의 핵심 우라늄 농축 시설인 포르도 지하 핵시설의 피해 상황에 대해선 알 수 없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오수연 기자 syo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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