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킹 피해자-가해자 분리 기간 짧아…잠정조치 '한계'
신고 이후에도 '불안'…"사후 위험성 예측도 고려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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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킹 범죄 피해자는 잠정조치에 따른 접근금지로 가해자와 분리되고 있지만, 접근금지 기간이 짧아 재범 위험에 처해 있는 현실이다. 23일 경찰청에 따르면 접근금지 등 잠정조치를 위반한 건수는 2022년 6417건 중 533건(8.3%), 2023년 8577건 중 636건(7.4%), 2024년 9847건 중 877건(8.9%) 등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남용희 기자 |
[더팩트ㅣ이다빈 기자] 대구 스토킹 살인 사건으로 스토킹 범죄 피해자 보호가 사회적 문제로 다시 떠오르고 있다. 스토킹 범죄 피해자는 잠정조치에 따른 접근금지로 가해자와 분리되고 있지만, 접근금지 기간이 짧아 재범 위험에 노출되는 현실이다. 피해자들은 용기를 내 경찰에 신고한 이후에도 여전히 불안에 떨 수밖에 없다고 호소한다.
22일 경찰청에 따르면 접근금지 등 잠정조치를 위반한 건수는 2022년 6417건 중 533건(8.3%), 2023년 8577건 중 636건(7.4%), 2024년 9847건 중 877건(8.9%) 등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올해는 지난 3월까지 2037건 중 201건(9.9%)의 잠정조치 위반이 발생했다.
지난 2021년 10월21일부터 시행된 스토킹처벌법에 따라 스토킹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해 응급조치와 긴급응급조치 또는 잠정조치를 할 수 있다. 잠정조치는 스토킹 범죄 재발 우려가 있을 때 결정되는 피해자 보호를 위해 법원이 내리는 임시조치로, 경찰의 신청 또는 검사의 직권에 따라 법원에 청구할 수 있다.
잠정조치는 △피해자에 대한 스토킹 범죄 중단에 관한 서면 경고(1호) △100m 이내 접근금지(2호) △전기통신을 이용한 접근금지(3호) △위치추적 전자장치의 부착(3호의2) △유치장 또는 구치소 유치(4호) 등이 있다.
문제는 잠정조치로 피해자를 보호할 수 있는 기간이 짧아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접근금지 또는 전자장치 부착에 해당하는 2호와 3호는 3개월 이내로 조치할 수 있고, 두 차례에만 한정해 각 3개월 범위에서 최대 9개월까지만 연장할 수 있다. 구금이 가능한 4호의 경우 그 기간이 1개월을 넘을 수 없다.
잠정조치 기간이 종료되면 가해자에게 내려졌던 접근금지 등 제한은 해제된다. 효력이 상실됨에 따라 피해자는 가해자와 분리되지 못하고 추가 스토킹 피해를 입을 위험에 처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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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킹 범죄 피해자는 잠정조치에 따른 접근금지로 가해자와 분리되고 있지만, 접근금지 기간이 짧아 재범 위험에 처해 있는 현실이다. 23일 경찰청에 따르면 접근금지 등 잠정조치를 위반한 건수는 2022년 6417건 중 533건(8.3%), 2023년 8577건 중 636건(7.4%), 2024년 9847건 중 877건(8.9%) 등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이동률 기자 |
대구 스토킹 살인 사건 피의자 윤정우는 자신을 스토킹으로 신고하자 앙심을 품고 50대 여성을 무참히 살해했다. 여성은 스토킹 피해신고로 보호조치를 받고 있었지만 속수무책이었다.
지난 2022년 9월에는 헤어지자는 전 여자친구의 집 배관을 타고 올라가 여자친구를 폭행한 B 씨가 경찰에 붙잡혔다. B 씨에게는 잠정조치 2, 3호 결정이 나왔지만, 전 여자친구는 두려움에 떨며 결국 투신을 시도, 전치 14주의 중상을 입었다.
전문가들은 잠정조치만으로는 스토킹 재범을 예방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특히 접근금지의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입을 모았다. 민고은 한국여성변호사회 인권이사는 "접근금지는 실제로 접근을 못하게 하는 것보다는 가해자에게 언제까지 접근하지 말 것을 종이로 안내하는 결정이다. 공간을 완전히 분리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가해자가 처벌을 감수하고 스토킹을 지속하겠다고 마음을 먹으면 억제할 정도는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이어 "잠정조치 기간이 짧고 부족하다. 특히 가장 강력한 유치 조치를 1개월로 한정한 이유는 아직 판결이 선고되기 전이라는 측면이 고려된 것"이라며 "보호라는 것은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위험성 예측도 포함되는데, 수사기관과 법원도 이미 발생한 일만 판단하는 관점이 아닌 사후에 발생할 수 있는 위험성의 측면에서 어떤 고려와 절차를 두고 있는지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도 "(스토킹 신고 후) 현장 출동 시 위험도 평가를 제대로 하는지, 어떻게 하는지, 조치는 얼마나 하는지 살펴봐야 한다"며 "특히 잠정조치 중 유치 결정을 적게 하고, 구속수사의 필요성이 큰데 잘 되지 않는 것도 고질적인 문제"라고 지적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09,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앱,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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