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강경한 이민 정책으로 올해 약 50년 만에 처음으로 이민자 유입보다 유출이 많아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이러한 이민 추세 변화는 미국 경제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전망했다.
중도 좌파 성향 브루킹스 연구소 소속 웬디 에델버그, 타라 왓슨 이코노미스트는 보수 성향 미국기업연구소(AEI)의 스탠 뵈거 연구원과 공동 연구한 결과 트럼프 대통령의 이민 정책이 이민 순 유출 현상의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민자 순 유출은 인플레이션 상승과 노동력 부족을 초래할 수 있다.
장기적으로 이민자들의 세금 납부가 줄어 사회보장제도 등 복지 프로그램 재정 정책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에델버그 이코노미스트는 밝혔다.
WP는 경제학자들이 정치 성향을 막론하고 올해 미국이 수십 년 만에 가장 낮은 이민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했다.
일부는 이민자 유출이 유입을 넘어설 가능성이 높다는 이번 연구 결과에 동의하기도 했다.
뵈거 연구원은 "추방 (증가) 문제가 그렇게 심각한 것은 아니다"라며 "실제로는 유입이 크게 줄었다는 것이 문제다.
남부 국경뿐 아니라 다양한 합법적 프로그램을 통해서도 그렇다"고 말했다.
미 노동부에 따르면 이미 3월 이후 외국 출생 노동 인구가 100만명 이상 감소했다.
이는 이민 급증으로 2024년 미국 노동력에서 외국 출신 근로자 비중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것과 상반된다.
이러한 감소는 농업, 건설업, 호텔업 등 이민 노동자에 의존하는 산업 부문에 타격을 줄 전망이다.
플로리다주에서 노인 복지 시설을 운영하는 레이첼 블룸버그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트럼프 행정부의 임시 보호 및 취업 허가 취소 결정에 따라 아이티와 쿠바 출신 근로자 10명 이상을 해고했다고 WP에 전했다.
그는 더 높은 임금을 줘야 하는 새로운 인력을 고용하면 인건비가 연간 60만달러(약 8억1906만원) 증가할 것이며, 이 비용은 시설 거주자들에게 전가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근로자들은 스스로 사직하기도 했다.
2023년 바이든 행정부 시절 합법적으로 미국에 입국해 식당 청소를 하던 한 베네수엘라 여성은 국토안보부에서 취업 허가가 거부된 뒤 트럼프 행정부의 단속을 우려해 지난 3월 가족들과 미 콜로라도에서 고향으로 돌아갔다.
잠재적인 대규모 추방 규모는 트럼프 행정부가 올해 100만명의 이민자를 추방하겠다는 목표를 얼마나 실현하는지에 달려있다.
공화당이 지지한 지출 법안이 지난달 하원을 통과해 상원에 계류 중인데, 이민 단속에 1500억달러를 배정해 대규모 추방 계획의 속도와 규모를 확대한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최근 로스앤젤레스(LA) 등지에서 불법 이민 단속 반대 시위가 거세지며 트럼프 행정부의 목표 추진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
또 지난 13일 뉴욕타임스(NYT)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핵심 지지층 이탈 우려에 농장, 호텔, 식당에서 불법 이민 단속을 중단할 것을 지시했다.
전문가들은 순이민이 제로(0)나 마이너스가 될 경우 미국의 인구 통계학 및 경제 궤적에 전환점을 가져올 수 있다고 본다.
아드리아나 쿠글러 미 연방준비제도(Fed) 이사는 최근 연설에서 이민이 작년 이후 급격히 둔화하며 농업, 건설, 접객업 등 일부 산업에서 연말께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현재까지 이러한 현상이 임금 인상으로 이어졌다는 증거는 거의 없다고 경고했다.
백악관은 미국 내 노동력이 부족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쿠시 데사이 백악관 대변인은 "미국 노동력을 확대할 수 있는 인재와 인력은 부족하지 않으며, 미국 근로자를 위한 일자리 창출이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은 이러한 잠재력을 최대한 활용하고 이민법을 집행하겠다는 현 행정부의 의지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민 감소가 지속될 경우 노동력이 경제 성장 둔화로 이어질 수 있다.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 연령에 도달하며 미국의 노동 인구 증가세는 10, 20년 전 대비 둔화한 상황이다.
조 브루수엘라스 RSM 수석경제학자는 "은퇴한 근로자를 대체할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이런 사람들(이민자)을 일자리에서 빼내면 인플레이션이 심화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오수연 기자 syo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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