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워싱턴서 유례없는 규모 개최
군인 6600명에 전차·폭격기 등 동원
79세 맞는 트럼프 “과시할 필요 있다”
일부 퇴역군인 “권위주의 상징” 반발
공화 의원 50명 중 7명만 참석 의사
LA 이어 美 전역 ‘노킹스’ 시위 예고
1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미 육군 창설 250주년을 기념하는 대규모 군사 퍼레이드가 개최된다.
이날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79번째 생일이기도 하다.
수천명의 군인과 함께 M1A2 에이브럼스 전차 등 미군이 소유한 최신 군사 자산이 총출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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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79번째 생일과 미 육군 창설 250주년을 기념해 오는 14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열리는 열병식에 선보일 탱크들이 9일 메릴랜드주 재섭에서 이동을 준비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노스캐롤라이나 육군 기지인 포트브래그를 방문해 한 연설에서 “토요일은 아주 중요한 날이 될 것이다.
우리가 좀 ‘과시(show off)’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미군은 육군 창설 250주년 기념행사를 오래 준비해왔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그 규모를 대폭 키워 대형 군사 장비가 대거 동원되는 형태가 됐다.
미 육군 배포 자료에 따르면 M1A2 에이브럼스 전차뿐만 아니라 블랙호크·아파치·치누크 헬기, 브래들리 전투 차량, M109 팔라딘 자주포 등 최신 군 장비와 2차 세계대전 때 운용한 B-25 폭격기 등 100여대의 군용 차량과 전투기가 이번 열병식에 참여한다.
군인 6600명과 함께 말 34마리, 노새 2마리 등도 참여한다.
종일 축하 행사가 개최되며 저녁에 열리는 열병식에선 수천명의 군인이 미 독립전쟁이 시작된 1775년부터 현재까지의 모든 미군 참전 전쟁을 상징하는 유니폼을 착용한 모습으로 행진한다.
각 전쟁은 당시 복장을 입은 병사 60명이 대표하며 그 뒤로는 동일 부대 소속의 병사 400명이 현대식 전투복을 입고 따른다.
행진은 컨스티튜션애비뉴를 따라 진행되며 서쪽의 23번가에서 백악관에 근접한 15번가까지 이동한다.
열병식이 끝난 뒤에는 미 육군 특수 낙하산 부대인 ‘골든 나이츠’의 낙하 시범, 콘서트, 불꽃놀이가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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탱크 정비 한창 1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웨스트포토맥 공원에서 세워져 있는 M1A2 에이브럼스 탱크를 군인들이 정비하고 있다. 미군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79번째 생일인 14일 육군 창설 250주년을 기념하는 대규모 군사 퍼레이드를 탱크, 헬기 등 최신 군사 자산을 총동원해 펼칠 예정이다. 워싱턴=EPA연합뉴스 |
워싱턴 도로가 견딜 수 있는 최대 중량은 36t으로 에이브럼스 탱크 1대의 무게는 거의 그 두 배다.
육군 측은 도로 피해가 총 1600만달러(약 217억원)에 육박할 수 있다고 추산하면서도 “그건 초기 추산”이라며 금속 재질인 탱크 궤도와 도로 면 사이 완충 역할을 할 고무 패드를 궤도에 부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부 도로에는 철판을 깔 계획이다.
육군에 따르면 퍼레이드 예상 비용은 2500만∼4500만달러(약 343억∼617억원)로 추정된다.
여기엔 워싱턴 도로 복구 비용도 포함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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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 노동자들이 지난 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 인근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열병식을 관람할 무대를 설치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는 성향의 퇴역 군인들은 행사의 필요성을 인정하지만 비판하는 쪽에서는 퍼레이드를 “북한식 군사 과시, 권위주의의 상징, 트럼프 생일 파티”로 보고 있다.
이라크 참전 용사 크리스토퍼 퍼디는 AP에 “외관만 번지르르한 행사”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생일을 맞아 미국 군사력을 불필요하게 과시하는 장치라고 비판했다.
폴리티코는 자체 조사를 통해 설문에 응답한 공화당 의원 50명 중 7명만이 이번 주말 축하 행사를 위해 워싱턴에 남을 계획이라고 답했다고 밝혔다.
워싱턴에서 퍼레이드가 진행되는 동안 미 전역에서는 반(反)트럼프 시위가 열린다.
로스앤젤레스(LA)에서 시작된 시위를 이어받아 “트럼프 대통령은 왕이 아니다”라는 뜻의 ‘노 킹스’(No Kings) 시위가 전역에서 열리는 등 전국적인 반트럼프 정서가 확산하는 모양새다.
‘노 킹스’라는 이름의 웹사이트에는 “왕좌, 왕관, 왕은 없다.
6월14일에 우리는 일어나 싸운다”는 문구가 게시됐다.
다만 주최 측은 트럼프 행정부와의 직접적인 충돌을 피하고 시위의 초점을 분산하기 위해 퍼레이드가 벌어지는 워싱턴에서는 조직적인 대규모 시위를 벌이지 않기로 결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노스캐롤라이나주의 육군 기지인 포트브래그를 방문해 “군사 퍼레이드를 방해하는 어떤 시위자라도 나온다면 매우 강력한 무력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워싱턴=홍주형 특파원 jh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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