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많이 배우지 못했지만, 학생들이 공부를 계속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싶습니다.
"
익명을 요구한 90대 할머니가 서울 동대문구 경희대학교를 찾아와 거액을 기부하며 전한 말이다.
28일 경희대에 따르면 학교 근처에 거주하는 익명의 할머니가 전날 경희대 본관 대외협력처를 방문해 현금 5000만원을 기부했다.
할머니는 오만원권 현금다발을 신문지로 고이 싸서 배낭에 직접 들고 와 교직원에게 건넸다.
할머니는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도움 되길 바란다"며 "시간이 더 있었으면 더 모아서 가져오려고 했지만, 나이가 많이 들어 지금까지 준비한 금액을 전달한다"고 말했다.
할머니는 경희대가 소재한 동대문구에 거주하는 것 외엔 경희대와 별다른 인연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본인은 물론 자녀가 경희대 출신인 것도 아니다.
다만 할머니는 '인근에서 기부금을 가장 정당하게 써줄 수 있는 곳이라 생각했다'는 취지의 말을 전했다.
또 "이미 자녀와 상의한 뒤 학교를 방문한 것"이라고도 했다.
기부 절차를 밟은 뒤, 할머니는 기념 촬영은 물론 기부자에 대한 예우품과 식사 등도 모두 사양하고 학교를 떠났다.
이름 등도 외부에 알려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거듭 당부한 것으로 전해진다.
경희대는 기부자의 요청에 따라 해당 기부금이 어려운 환경 속에서 학업을 이어가는 학생들을 위한 장학금으로 사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경희대 관계자는 "이번 기부는 단순한 후원을 넘어 교육의 기회를 확장하려는 진심 어린 뜻이 담겨 있다"며 "기부자의 뜻을 소중히 새기고, 기금이 학생들에게 전달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현정 기자 kimhj202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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