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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훼손된 선거 현수막 교체하려구요”… 공문까지 위조해 ‘노쇼 사기’

당직자 사칭 ‘노쇼 사기’ 기승
단순 ‘노쇼’에 그치지 않고 금전 피해까지
당 로고 찍힌 명함·공문으로 신뢰 얻어내


서울 강서구에서 현수막 제작업을 운영하는 A(53)씨는 지난 20일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의 현수막이 훼손되고 있어 급하게 교체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자신을 민주당 정책홍보실의 비서관이라 밝힌 그는 A씨에게 민주당 로고가 찍힌 명함과 공문을 보냈다.
현수막 사이즈나 마감 방법까지 상세히 요구하는 주문에 A씨는 의심 없이 현수막을 제작하기로 했다.

현수막을 넘겨주기로 한 당일, A씨에게 추가로 전화가 걸려왔다.
비서관은 “선거용품으로 뭘 구입하고 싶은데 해당 업체가 현금밖에 결제가 안 된다”면서 “물건을 사주면 현수막과 함께 결제하겠다”며 특정 의류업체 연락처를 전달했다.
A씨는 “사업을 운영하다 보면 물건을 받을 때 계산하는 분들이 많다”며 “선거철이기도 하고, 시간도 촉박해 잘못됐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들이 요청한 물품은 총 650만원 상당의 바람막이와 티셔츠. 납품 시간이 촉박했던 A씨는 두 차례에 걸쳐 돈을 보냈고, 이후 이상함을 느껴 민주당에 확인한 결과 “그런 사람은 없다”는 답을 받았다.


A씨가 사칭범에게 받은 공문 사진. A씨 제공
A씨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항상 통화 마지막에 ‘기호 1번입니다, 꼭 찍어주세요’라는 말을 계속했다”며 “공문도 받았고 통화 내용도 전문적이라 사기라는 생각은 추호도 못했다”고 말했다.
A씨는 현수막 제작 비용을 포함해 총 700만원 가까운 손해를 본 상황이다.
A씨는 “어제도 기계 수리비로 돈이 나갈 일이 있었는데, 양해를 구하고 지급을 미룬 상황”이라며 “사기를 당한 게 이번이 처음인데 자책감이 많이 든다”고 토로했다.


25일 민주당에 따르면 최근 민주당 당직자를 사칭한 노쇼(예약시간에 나타나지 않는 행위) 사기 사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같은 사건은 단순 노쇼에서 끝나지 않고 추가적인 금전 피해로 이어지고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사칭범들은 현수막 업체에 전화해 다른 의류업체 주문 대행을 요구하거나, 식당에서 특정 고급 와인의 선결제를 요구하는 식으로 사기를 벌이고 있다.
특히 이들은 민주당 로고가 찍힌 명함과 공문을 보내는 식으로 피해자들의 신뢰를 얻었다.


민주당에 따르면 이날 오후 12시 현재 민주당 서울시당에 접수된 노쇼 사기 피해는 총 15건이다.
전날에만 4건이 추가 접수되는 등 피해 접수가 늘어나고 있다.
사칭범들은 ‘박OO’, ‘김OO’, ‘정OO’ 등 동일한 이름과 명함을 사용하며 조직적인 사기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와인 선결제로 2000만원을 송금했다는 피해사례가 접수되기도 했다.
서울시당은 관련 사건을 업무방해 혐의로 영등포경찰서에 고발한 상태다.

민주당 관계자는 “단순 노쇼가 아니라 경제적 이득을 노리는 수법”이라며 “피해자들이 직접 고소하는 게 가장 효과적이기에, 피해가 접수되는 대로 안내를 드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관계자는 “전국에 시도당이 있고 중앙당도 대표번호가 있으니 한 번만 확인해도 진위를 파악할 수 있다”며 “피해가 늘지 않도록 확인을 꼭 해달라”고 당부했다.

변세현 기자 3hyu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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