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맹국들에 ‘방위비 대폭 인상’ 거듭 요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또다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를 맹비난하고 나섰다.
1개월 앞으로 다가온 나토 정상회의를 앞두고 나토 안팎에선 ‘트럼프와 다른 회원국 정상들 간의 갈등 속에 별 성과 없이 끝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24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트럼프는 이날 뉴욕 웨스트포인트의 육군사관학교에서 열린 졸업식에 참석해 기념 연설을 했다.
그는 1000명 넘는 신임 소위들 앞에서 “우리는 무역에서 전 세계 모든 나라에 사기를 당해왔고, 나토에도 사기를 당했다”며 “그 어떤 나라보다도 심하게 뜯겼지만, 이제는 더 이상 그런 일을 당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발언을 놓고 로이터는 “관세로 촉발된 무역 전쟁을 언급하며 국방비를 더 지출하지 않는 나토 동맹국에 대한 오랜 비판을 반복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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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현지시간) 미국 육사 졸업식에 참석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생도들의 거수경례를 받으며 행사장에 입장하고 있다. 트럼프가 쓴 모자에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이라고 적혀 있다. AFP연합뉴스 |
당시만 해도 나토 회원국 대부분의 국방 예산이 국내총생산(GDP) 대비 2%에 크게 못 미쳤다.
트럼프는 이 ‘2% 기준’을 지키지 않는 나토 동맹국들을 향해 “방위비로 더 많은 돈을 쓰지 않으면 설령 침략을 당하더라도 미국은 방어하지 않을 것”이라고 위협했다.
심지어 미국 주도로 창설된 집단안보 기구인 나토에서 미국이 탈퇴할 수 있다고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2022년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략한 뒤 안보 위기를 느낀 유럽 국가들이 앞다퉈 방위비를 늘리기 시작했다.
현재는 극소수 나라만 제외하고 나토 회원국 거의 대부분이 2% 기준을 충족한 상태다.
2024년 미 공화당 대선 후보이던 트럼프는 2% 기준을 “사기”로 규정하며 “최소 3% 이상은 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더니 당선 이후에는 나토 동맹국들을 향해 “국방 예산을 GDP의 5%까지 끌어올려야 한다”고 주문했다.
나토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독일, 프랑스 등 유럽 강대국들은 “도저히 불가능하다”며 혀를 내두르고 있다.
나토는 오는 6월 24, 25일 이틀 일정으로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정상회의를 연다.
네덜란드는 마르크 뤼터 현 나토 사무총장의 출신국이다.
나토 동맹국들은 물론 한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 4개국 정상에게도 초청장이 발송된 것으로 전해졌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참석 가능성이 점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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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미국을 방문한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왼쪽)이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만나 회담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
통상 사흘 걸리던 정상회의 일정을 이틀로 줄인 것부터가 트럼프와 다른 정상들 간에 불필요한 말다툼이 벌어질 소지를 없애기 위해서다.
최대한 속도감 있게 회의를 진행함을써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를 겨냥해 서방의 단결을 과시한다는 복안이다.
회의의 핵심 주제는 역시 트럼프가 줄기차게 제기하는 회원국들의 국방 예산 증액이다.
“방위비로 GDP의 5%는 써야 한다”는 트럼프의 주장에 서로 셈법이 다른 유럽 동맹국 지도자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주목된다.
김태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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