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권장 운동량을 충족하더라도 대부분의 시간을 앉아서 보낸다면 뇌의 구조적 변화와 인지 기능 저하가 가속화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는 운동만 열심히 하면 괜찮다는 통념을 뒤엎는 주목할 만한 발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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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특정내용과 무관. 게티이미지뱅크 |
참가자들은 세계보건기구(WHO)의 운동 권장 기준인 주당 150~300분의 중강도 혹은 75~150분의 고강도 신체활동을 충분히 충족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시간 앉아 있는 습관은 이들의 뇌 건강에 해로운 영향을 미쳤다.
연구진은 초당 30회 움직임을 측정할 수 있는 첨단 손목 활동 측정기를 사용해, 일상 속 움직임과 정적인 시간을 정밀하게 구분했다.
동시에 정기적인 인지 검사와 뇌 MRI 촬영을 통해 뇌의 구조 변화를 면밀히 분석했다.
그 결과 참가자들은 하루 평균 13시간을 앉아서 보냈다.
이는 출퇴근, 사무 작업, 식사, TV 시청 등으로 쉽게 누적될 수 있는 시간이다.
문제는 이 ‘앉은 시간’이 뇌에 실제로 해로운 변화를 유발했다는 점이다.
특히 알츠하이머병에 취약한 뇌 영역에서 뇌 피질 두께 감소, 해마 위축, 기억력 저하 등 구조적 변화가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장시간 앉아 있는 습관, 유전자 취약군에 더 큰 타격
더 충격적인 결과는 치매 관련 유전자 변이(APOE-ε4)를 보유한 그룹에서 관찰됐다.
이들은 신체 활동량과 관계없이, 오랜 시간 앉아 있을수록 전체 뇌 부피는 물론 전두엽과 두정엽의 부피까지 유의미하게 감소했다.
연구진은 “APOE-ε4 보유자는 앉아 있는 시간이 길수록 신경 퇴행 위험이 더 크게 증가한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장시간 앉아 있는 것이 뇌 혈류를 줄이고, 염증 반응을 유발하며, 신경세포 간 연결을 약화시켜 뇌 기능 저하를 초래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운동만으로는 부족…비(非)운동 시간 관리도 필수”
이번 연구 결과는 단순한 생활 습관 하나가 뇌 건강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과학적으로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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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전문가는 “지금까지는 운동을 하면 만사가 해결된다는 믿음이 강했지만, 이제는 ‘얼마나 움직이는가’ 못지않게 ‘얼마나 오래 앉아 있는가’도 따져봐야 한다”며 “특히 치매에 유전적으로 취약한 사람들에게는 장시간 앉아 있는 습관이 더욱 치명적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생활 속 실천이 뇌 건강을 지킨다
일상 속에서 앉아 있는 시간을 줄이기 위한 전략도 소개된다.
예를 들어 △업무 중 틈틈이 일어나 스트레칭하기 △스탠딩 데스크 활용하기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가까운 거리는 걸어서 이동하기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 이용하기 등이 있다.
연구진은 “운동 자체도 중요하지만, 운동하지 않는 시간 동안 어떻게 생활하느냐가 뇌 건강에 큰 영향을 준다”고 강조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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