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거비 부담 가중…5만명 떠나, 수도권 집중 심화 새해 집값 전망…“서울 회복세, 지방은 침체 우려”
#1. 직장인 김민준(34·가명) 씨는 서울에서 10년 이상 거주하며 직장생활을 이어왔다. 최근 몇 년간 급등한 전셋값과 월세 부담으로 인해 생활비를 감당하기 어려워졌다. 월급의 절반 이상이 주거비로 나가는 상황에서, 김 씨는 결국 경기도 부천으로 이주를 결정했다. 그는 "서울에 살면서 교통비와 생활비를 줄여보려고 했지만, 주거비 상승 속도를 따라잡을 수 없었다"며 "경기도로 이주하면 출퇴근 시간이 늘어나긴 하지만 같은 비용으로 더 넓고 쾌적한 집에서 살 수 있어서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2. 자영업자 이지현(42·여·가명) 씨는 서울 강남에 거주하며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더 큰 이익을 보았다. 그는 "강남은 집값이 비싸지만, 투자 가치가 높고 편의시설이 잘 갖춰져 있어서 떠날 이유가 없다"며 "높은 주거비 부담도 수익으로 상쇄된다"고 전했다. | 게티이미지뱅크 | 서울에서의 높은 주거비 부담을 견디지 못한 약 5만여 명의 시민이 경기도와 인천으로 이주했다. 저소득층과 고소득층 간의 주거비 격차가 점차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저소득층은 점점 외곽으로 밀려나는 반면, 고소득층은 서울 도심에 머물며 자산을 더욱 축적하는 양극화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29일 KB부동산 월간 주택가격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9월 기준 서울의 PIR(Price to Income Ratio)은 9.8로 집계됐다. 이는 중위 소득 가구가 서울에서 중간 가격대 주택 한 채를 구매하기 위해 모든 소득을 모아야 하는 기간이 약 9.8년에 달함을 의미한다. 비록 2분기(10.26)보다 소폭 하락한 수치지만 여전히 주거 안정성을 위협하는 수준이다. 소득별로는 저소득층(1분위)이 중간 가격 주택 구매에 약 26.37년이 필요한 반면, 고소득층(5분위)은 4.73년이면 가능해 격차가 더욱 두드러졌다. 고가 주택의 경우 격차는 더욱 극명했다. 저소득층이 고가 주택을 구매하려면 86.39년이 필요했지만, 고소득층은 14.2년 만에 구매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나 약 6배 이상의 차이를 보였다. 높은 주거비 부담은 서울 시민들의 탈출 행렬로 이어지고 있다. 한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서울 인구는 933만 1828명으로 1년 전보다 5만 4206명 감소했다. 서초구, 강남구, 강동구를 제외한 22개 구에서 모두 인구 감소가 발생했으며, 특히 용산구는 9297명 감소로 가장 큰 감소 폭을 보였다. 서울을 떠난 이들이 가장 많이 선택한 지역은 경기도 고양시로, 지난해 5월부터 11월까지 서울에서 고양으로 이주한 가구는 2227세대에 달했다. 양주시(2199세대), 안양시(1686세대) 순으로 이주가 많았다. 경기도와 인천은 인구 증가세를 기록했다. 지난해 경기도는 6만 3864명이 순유입되었으며, 화성시와 양주시가 각각 2만 명 이상의 인구 증가를 기록했다. 인천도 2만 3600명이 유입돼 총 인구 302만 1010명을 기록했다. 전국적으로도 지방의 인구 유출은 심각한 수준이다. 수도권으로 몰리는 인구 이동은 단순히 지역 간 인구 불균형을 넘어 지방 소멸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 게티이미지뱅크 | 전문가들은 서울의 높은 PIR과 주거비 부담 문제를 개인의 책임으로 돌릴 수 없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국가적 차원의 도시 구조와 경제 재설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서울로만 집중되는 부동산 투자 수요가 지역 간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있다”며 “지방의 양질의 일자리와 의료, 교육 인프라를 확충해 서울 쏠림 현상을 완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서울의 주거 문제와 지방의 인구 유출은 독립적인 문제가 아니라 긴밀히 연결된 과제”라며 “서울 집값 안정과 지방 균형 발전은 상호 보완적인 국가적 과제”라고 강조했다. 대출 규제와 경기 둔화 등의 여파로 전국 집값은 10주째 하락세를 기록했으며, 서울도 4주 연속 상승세를 멈췄다. 설 연휴 이후 집값에 대해 전문가들은 기준금리 인하 지연과 계절적 비수기, 정국 불안 등으로 단기적 위축이 예상되지만, 하반기에는 금리 인하와 대출 규제 완화 등의 영향으로 서울 주택시장이 회복세를 보일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지방 부동산 시장은 올해도 어려운 상황이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인구 감소와 다주택자 규제 등이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 전문가들은 내 집 마련 자금이 준비됐다면 올해 상반기에는 급매물을 공략하거나 청약, 경매를 검토할 것을 조심스럽게 권했다. 서울·수도권 내에서도 지역별 편차가 크기 때문에 관심 지역을 미리 선정해 면밀히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울의 높은 주거비와 지방의 인구 감소 문제는 개별적인 과제가 아닌 긴밀히 연결된 국가적 난제다. 지방 활성화와 서울 주거 안정화를 동시에 달성하기 위해서는 국가 차원의 정책 개입과 균형 발전 전략이 필수적이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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