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해방 직후 양력설을 ‘공식 설’로 봉건잔재 일소·유일사상 확립 목적 사회주의권 붕괴하자 음력설 부활 ‘고난의 행군’ 겪고 ‘기본 설’로 지정 민속명절, 체제 결속 수단으로 활용 북한에선 “새해를 축하합니다” 김일성·김정일 동상에 새해 인사 대체 휴일 없이 설 당일만 휴일 세배·윷놀이·떡국 풍속은 공통점
음력설을 중시하며 크게 쇠는 남한과 달리 북한은 양력설에 차례와 세배를 드리는 경향이 있다. 김일성이 ‘봉건 잔재 일소’를 지시하며 음력설, 추석 등 민속명절을 폐지했기 때문이다. 27일 통일부에 따르면 북한은 해방 후 민속명절을 봉건 잔재로 간주하고 1946년에 양력설을 공식 설로 선포했다. 조상을 믿는 미신적 행태와 같은 봉건 사회의 유물을 청산해야 한다는 김일성의 지시에 따른 조치였다. 1967년엔 아예 음력설을 폐지해버렸다. 1960년대 초반부터 본격화한 ‘당의 유일사상체계 확립’을 실현하려는 목적이 있었다. | 북한 주민들과 청소년 학생들이 설 명절을 즐겁게 맞이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지난 2024년 2월 11일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 그러나 1980년대에 사회주의권이 붕괴하기 시작하자 이번엔 체제 결속을 꾀하려고 음력설을 되살렸다. 김정일은 1988년에 추석 명절을 허용했고, 1989년에 음력설, 한식, 단오를 부활시켰다. 체제 수호를 위해 ‘우리민족제일주의’를 강조하며 그 일환으로 민속명절을 복원한 것이다. 1990년대 최악의 식량난으로 대규모 아사자가 발생한 ‘고난의 행군’을 겪은 후에는 민속명절을 북한 내부의 사회경제적 위기를 극복하는 수단으로 활용하려는 경향이 강해졌다. 2003년 김정일은 음력설을 기본 설 명절로, 정월대보름을 휴일로 지정했다. 단오·추석을 예전 명칭인 수리날과 한가위로 부를 것을 지시하기도 했다. 김정은 집권 이후에도 북한은 매해 설 명절마다 보도를 통해 김정은에 대한 충성심과 ‘사회주의 건설’에 대한 의지 고양을 강조하고 있다. 설 풍속도 남한과 차이점이 있다. 북한에서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는 인사말 대신 ‘새해를 축하합니다’라는 인사말이 보편적이다. | 북한 주민들과 청소년 학생들이 설 명절을 즐겁게 맞이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지난 2024년 2월 11일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 설날에 세배를 드리는 문화는 우리와 유사하나, 새해 첫날 남자가 방문하면 좋다는 속설에 따라 남자아이들이 부모가 준비해 준 술병을 들고 동네를 돌며 친척과 이웃 어른들에게 세배하는 관행이 있다. 세배 답례로는 음식, 학용품 등의 선물을 준다. 최근에는 남한의 세뱃돈처럼 현금으로 답례하는 경우가 증가했다. 또한 북한 당국은 주민들에게 각지에 있는 김일성·김정일 동상을 찾아 새해 첫인사를 권유한다. 북한은 대체 휴일 없이 설 당일 1일만 공휴일이다. 우리와 공통점도 있다. 설날에 윷놀이를 하고, 남성들은 장기를 두며, 여성들은 널뛰기 놀이를 한다. 어린이들은 연 띄우기, 제기차기, 팽이치기, 썰매 타기 등을 한다. 북한은 설날에 꿩고기나 닭고기를 넣은 떡국을 먹는다. 떡과 만두, 지짐(튀김)류, 고기구이, 수정과 등도 대표적인 설음식이다. 양강도 등 북쪽 지역에선 감자로 만든 전분 국수도 먹는다. 김병관 기자 gwan2@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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