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고용시장은 여전히 수치상 안정적인 고용을 유지하며 자산시장 활황세에 일조하고 있다.
최근 발표된 지난해 12월 비농업 일자리가 전월 대비 25만6000명 증가하며 지난해 2~3분기 월평균 증가폭인 약 15만명 수준을 크게 상회했고, 12월 실업률도 4.1%로 전월(4.2%)보다 하락했다.
하지만, 정작 고용시장 밑바닥에서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 구직자가 느끼는 취업시장의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는 것. 미 경제가 가장 뜨거웠던 2년전에 비해 이제는 취업이 확연히 어려워졌다는 목소리가 저소득층과 중산층을 중심으로 확산했다.
 | | 하버드 대학교. AFP연합뉴스 |
이제는 이런 어려움이 고학력 구직자들에게까지 이르렀다는 소식까지 나온다.
15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고연봉 화이트칼라 전문직에 대한 고용 수요가 줄면서 하버드대 경영대학원(MBA) 졸업생들조차 마음에 드는 직장을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봄 하버드 MBA를 졸업한 구직자 중 3개월이 지나도록 여전히 구직활동을 하는 졸업생 비중은 23%에 달했다.
한해전의 20%보다 3% 증가한 수치다.
WSJ는 2022년에만 해도 이 비중이 10%에 불과했다고 대학 측 통계를 인용해 전했다.
개인 사정 등으로 취업을 미룬 졸업생 등을 고려하면 사실상 완전고용에 가까운 수치였던 것. 그러나, 이제는 하버드 MBA 졸업생들도 취업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야하는 상황이 됐다.
하버드 MBA에서 경력개발 및 동문관계 업무를 담당하는 크리스틴 피츠패트릭은 “하버드라고 해서 고용시장의 어려움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며 “하버드를 나왔다는 것만으로는 차별화가 되지 않고, 실제 역량을 갖춰야 한다”라고 말했다.
하버드 MBA 뿐만이 아니다.
펜실베이니아대의 와튼스쿨, 뉴욕대의 스턴경영대학원, 스탠퍼드대 MBA 등 또 다른 최고 수준의 경영대학원 졸업생들 역시 과거와 비교해 취업 여건이 나빠진 것은 마찬가지다.
WSJ은 각 대학원 자료를 종합한 결과 일부 예외를 제외하면 2024년 최고 등급 경영대학원 졸업생이 졸업 3개월 후 직장을 구하지 못하는 비중이 2022년 대비 2배 수준으로 상승했다고 분석했다.
명문 MBA 졸업생들의 취업문이 좁아진 것은 이들을 주로 채용하던 아마존,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거대정보기술(빅테크)와 컨설팅기업들이 채용을 줄이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인공지능(AI) 열풍 속 천문학적인 이익을 거두며 주가도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지만 정작 이들 기업조차도 고용관리에 나서고 있다는 뜻이다.
기업들이 MBA 졸업생이 아닌 현장에서 인력을 찾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버지니아대 다든 경영대학원 경력센터의 제니 제너 선임 디렉터는 기업들이 채용 방식을 바꾸고 있다며 “기업들이 이제 더는 캠퍼스로 오지 않겠다고 말한다”"라고 전했다.
이미 미국은 저소득층과 중산층에서는 취업시장 분위기가 변화했다는 평가가 지속적으로 나왔다.
WSJ이 지난 6일 미 노동부 통계를 인용해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6개월 이상 새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실업자는 160만명에 달했다.
이는 2022년 말 대비 50% 이상 증가한 수치다.
실업 후 새 직장을 찾는 데 소요되는 평균 기간은 약 6개월에 달해 2023년 초 대비 한 달가량 늘었다.
팬데믹 종료 후 일할 사람을 찾지 못해 구인난에 시달리던 미국 노동시장이 이제는 실업자들이 새 직장을 찾지 못하는 구직난 상황으로 점점 바뀌고 있다는 평가가 줄을 이었다.
서필웅 기자 seose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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