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 대형은행들이 지난해 4분기 두 자릿수 실적 성장률을 달성하며 기록적인 한해를 마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곧 출범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각종 규제 완화와 성장 친화적 의제가 향후 금융권의 호실적을 이끌어 갈 것이란 장밋빛 전망도 나온다.

15일(현지시간) 세계 최대 은행인 JP모건 체이스는 지난해 4분기 매출과 순이익이 시장의 예상치를 모두 뛰어넘었다고 발표했다.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50% 증가한 140억달러(약 20조원)를 기록했으며, 매출은 11% 증가해 427억7000만달러에 달했다.
수수료와 트레이딩 수입이 각각 49%, 21% 늘면서 실적을 견인했다.
지난해 JP모건의 연간 순이익은 585억달러(약 85조원)로 사상 최고치를 달성했다.

같은 기간 골드만삭스 역시 순이익이 2배 이상 늘어난 41억1000만달러를 기록하며 전문가들의 예상치를 가뿐히 넘어섰다.
2023년 4분기 18억달러의 손실을 냈던 시티그룹은 지난해 4분기 29억달러의 순이익을 내며 화려한 복귀식을 치렀다.
웰스파고 또한 순이익이 47% 증가하며 JP모건과 비견되는 성장세를 보였다.
이날 뉴욕증시에서 세 은행의 주가 모두 나란히 6%대 상승 마감했다.

이러한 월가의 기록적인 호실적 배경에는 출범을 앞둔 트럼프 행정부의 친성장 의제가 꼽힌다.
대기업들이 향후 미국 경제와 트럼프 행정부의 인수합병(M&A) 규제 완화 및 감세 정책 등에 기대를 걸면서 은행을 통한 자금 조달 수요가 확대됐다는 진단이다.
‘월가 황제’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회장은 "미국의 경제는 회복력이 있다"며 "기업들은 경제에 더 낙관적이고, 친성장 의제와 정부와의 협력 개선 기대감에 고무돼 있다"고 설명했다.

장밋빛 전망도 잇따른다.
데이비드 솔로몬 골드만삭스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콘퍼런스콜에서 "지난 미국 대선 이후 CEO들의 투자 확신에 의미 있는 변화가 있었고, 규제 완화에 힘입어 전반적인 딜 메이킹 욕구가 늘었다"며 "이러한 조건들의 조합은 2025년에 더 많은 거래 활동을 촉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M&A와 기업공개(IPO) 부문에서 호황이 예견되는 분위기다.
제이 해트필드 인프라스트럭처 캐피털 어드바이저스 CEO는 "2025년을 위한 우리의 1순위 주식 투자 아이디어는 M&A와 인공지능(AI) 관련 IPO 붐"이라며 투자 은행을 주식을 장기적으로 매수할 것을 추천했다.
지난해 기업들의 데이터센터 투자 수요 확대로 상당한 대출 이자 수익을 올렸던 JP모건은 2025년 순이자수익(NII)을 940억달러로 추정했다.

다만 트럼프 2기 시대가 지닌 불확실성을 향한 우려도 적지 않다.
트럼프 당선인이 취임 첫날 예고하고 있는 광범위한 관세 폭탄과 대규모 불법 이민자 추방 등이 인플레이션을 재점화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다이먼 회장은 "현재와 미래의 지출 사항들이 모두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인플레이션이 당분간 지속될 수 있다"며 "지정학적 상황 역시 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위험하고 복잡한 상황으로 남아 있다"고 경고했다.

솔로몬 CEO 역시 "세상은 복잡하고 우리 모두 발끝을 조심해 예상치 못한 일에 대비해야 한다"며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 정책, 무역 정책, 세금 정책, 에너지 정책을 광범위하게 살펴보면 전부 불확실성이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