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부, 쿠팡CLS 근로감독 발표
2024년 퀵플렉서 사망 후 논란 확산
카톡 분석… “근로자성 인정 안 돼”
노동계 “기업에 면죄부 줘” 맹비판
근로기준법·산안법 위반 대거 확인
사법처리 4건… 53건엔 과태료 부과
쿠팡 배송기사(퀵플렉서)들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니라고 정부가 판단했다.
근로자성이 인정되지 않아 ‘불법파견’도 성립하지 않는다는 결론이다.
다만 당국의 기획 근로감독에서 쿠팡로지스틱스(쿠팡CLS) 사업장에서 산업안전보건 분야를 포함한 법 위반 사항이 대거 드러났다.
고용노동부는 쿠팡의 물류배송 자회사 쿠팡CLS를 대상으로 지난해 실시한 3개 분야의 종합 근로감독 결과를 14일 발표했다.
3개 분야는 산업안전보건 감독, 기초노동질서 감독, 배송기사 불법파견 감독이다.
 | 서울 시내의 주차장에 쿠팡 배송트럭이 주차돼 있다.
뉴스1 |
불법파견 논란은 지난해 5월 퀵플렉서였던 고(故) 정슬기씨가 사망하면서 본격화했다.
과로사한 정씨가 카카오톡으로 쿠팡CLS의 지휘·감독을 직접 받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퀵플레서와 같은 배송기사들은 법상 택배 영업점과 위·수탁 계약을 체결한 개인사업자로 돼 있다.
이 때문에 퀵플렉서가 사업자로 위장됐다는 불법파견 의혹이 일었고, 노동계와 야당은 국정감사 당시 쿠팡의 배송 업무 전반에 대한 근로감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고용부는 일단 퀵플렉서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인지 파악했다.
쿠팡CLS 본사, 11개 배송캠프 및 34개 택배 영업점을 대상으로 배송기사들의 근로자성 여부를 조사했다.
퀵플렉서 1245명의 1년간 카카오톡도 분석했다.
조사 결과 배송기사들은 아르바이트생을 채용하거나, 가족과 함께 배송하는 것도 가능했다.
고용부는 이 점을 고려해 대법원 판례에 따라 근로자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봤다.
따라서 불법파견을 다툴 여지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달 21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쿠팡CLS 퀵플렉서의 근로 환경과 관련한 청문회가 예정된 가운데 노동계는 이번 발표가 오히려 기업에 면죄부를 준 것이라고 비판했다.
 | | 사진=연합뉴스 |
전호일 민주노총 대변인은 “감독 결과에는 노동자들이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고, 고용 불안을 느끼는 이유가 담겨있지 않다”며 “특수고용이라는 고용형태가 갖는 한계와 별개로 실효적인 감독을 해야 했다”고 지적했다.
산업안전보건 분야와 기초노동질서 감독에서는 위반 사항이 적발됐다.
쿠팡CLS 본사, 택배 상품을 지역별로 분류하는 서브허브 등 총 82개소를 대상으로 한 기획감독에서 절반인 41개소에서 산업안전보건법령 위반 사항이 적발됐다.
고용부는 4건을 사법처리하고, 총 53건에 대해서는 과태료 약 9200만원을 부과했다.
나머지 34건은 시정조치했다.
근로자를 개인사업자로 위장 등록하는 수법을 뜻하는 ‘가짜 3.3(사업소득세 3.3%)계약‘도 수백건 적발됐다.
쿠팡CLS 위탁업체 4개소와 CJ대한통운 물류센터 2개소에서는 일용근로자 360여명이 사업소득세를 납부하고 있었다.
1억5000만원 규모의 임금체불과 근로조건 서면 명시 의무 위반 등 총 136건의 근로기준법 위반 사실도 드러났다.
최태호 고용부 산재예방감독정책관은 “쿠팡CLS에 퀵플렉서 건강관리 등 작업 환경 개선을 요구했고, 이행 상황을 모니터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지민 기자 aaaa3469@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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