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체포영장의 집행 여부를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현직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발부는 헌정사 최초의 일인 동시에 전례 없는 새로운 법률적 쟁점을 만들어내고 있다.
‘군사상 비밀 장소에 대한 수색 거부권’ 논란이 대표적이다.
1차 체포영장을 발부한 서울서부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지난달 31일 윤 대통령에 대한 관저 수색영장에 “군사상 비밀을 요하는 장소는 그 책임자의 승낙 없이는 압수 또는 수색할 수 없다”라고 규정한 형사소송법 110조 1항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이례적 기재를 했다.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은 국회에서 “당시 영장판사는 주류적인 견해를 따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서 출입구 내부와 외부를 경비 병력 차량들이 막아서며 진입 장벽을 만들고 있다.
이재문 기자 |
이처럼 법조계 일각에서는 형소법 110조는 ‘물건을 압수하기 위한 수색’에만 적용될 뿐, ‘사람을 체포하기 위한 수색’에는 적용되지 않으므로 담당 판사의 영장 기재는 문제가 없다고 주장한다.
이른바 ‘주류적 견해설’이다.
즉 사람을 체포하기 위한 수색에는 위 110조가 아닌 ‘구속영장 집행을 위한 수색’을 규정한 137조가 적용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때 준용(성질에 맞게 적용함, 법조문의 중복 기재를 피할 목적의 입법 기술)할 규정을 열거한 규정이 138조인데, 위 138조의 준용 대상에는 110조가 빠져 있으므로, 사람을 찾기 위한 수색에는 군사상 거부권을 줄 필요가 없다고 본 입법자의 의도라고 봐야한다는 주장이다.
과연 그럴까. 법조계 내에서는 의문을 표시하는 견해가 많다.
복수의 중견 부장판사들과 나눈 대화를 바탕으로 이를 아래 세가지로 정리했다.
첫째, 입법 연혁상의 의문이다.
수색을 ‘물건을 압수하기 위한 수색’과 ‘사람을 체포하기 위한 수색’으로 나눠 설명하는 이른바 ‘주류설’은 우리 형소법의 모법(母法)인 일본 형소법에 대한 일본 주석서 견해와 일견 유사하다.
그러나 이는 일본 구 형소법에 담겼던 ‘일본판 110조 규정’이 삭제된 신 형소법 주석서 내용이다.
일본은 패전 후 평화헌법 제정에 따라 군대와 관련한 규정들을 삭제한 신 형소법을 만들었다.
A부장판사는 “현 주류설은 일본판 110조 규정이 삭제되고 없는 신 형소법에 대한 설명”이라며 “이 설명이 패전 이전의 구 형소법 규정을 그대로 본받아 110조를 규정한 우리 형소법에도 들어맞는지에 대해선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오히려 일본 구 형소법이 ‘구속영장 집행을 위한 수색’에도 군사상 거부권 규정을 준용(일본 구 형소법 174조)했던 점을 주목했다.
결국 일각에서 주장하는 ‘입법자의 의도’는 분명하지 않다는 설명이다.
A부장판사는 “이는 우리 형소법이 제정될 당시 일본 구 형소법을 본받아 군사상 거부권을 존치시키면서도, 한편으로는 군사상 거부권이 삭제된 일본 신 형소법 138조의 준용규정 부분을 그대로 답습한 입법상의 모순으로부터 발생한 혼란일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둘째, 형소법 조문 체계상의 의문이다.
법조계 일각에선 사람의 수색과 관련해 법원에 기소된 ‘피고인’과 수사단계의 ‘피의자’를 달리 취급할 필요가 없으므로 두 경우 모두 위에서 본 형소법 137조(구속영장 집행을 위한 수색)와 138조(준용 열거 조항)가 적용되고, 따라서 138조의 준용대상에서 빠져 있는 110조 군사상 거부권은 사람 수색에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A부장판사는 “피고인과 피의자를 엄밀히 구분하는 형소법 체계상 이러한 설명이 타당한지 의문이 든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우리 형소법이 모법으로 삼은 일본 형소법 주석서는 사람에 대한 수색 중 ‘피고인’은 137조(구속영장집행과 수색)에 해당하는 규정이, ‘피의자’는 216조(영장에 의하지 아니한 강제처분)에 해당하는 규정이 적용된다고 설명하고 있다.
일본 형소법 주석서 설명대로 피의자에 대한 수색에 216조가 적용된다면 여기에 연결된 준용규정은 219조가 된다.
그런데 219조가 준용하는 대상에는 군사상 거부권 규정인 110조가 포함돼 있다.
즉 적어도 위 주석서 논리에 따르면 조문의 연결상 피의자에 대한 수색에는 군사상 거부권이 인정될 수 있는 것이다.
셋째, 문언상의 의문이다.
110조는 “군사상 비밀을 요하는 ‘장소’는 그 책임자의 승낙 없이는 압수 ‘또는(or) 수색’할 수 없다”고 규정한다.
이 문장은 어떻게 보아도 해당 장소에서는 책임자의 승낙 없이 압수도 불가능하고, 수색도 불가능하다고 읽힌다.
B부장판사는 “문언에 나타나지 않는 ‘입법자의 의도’를 끌어들여 해당 ‘수색’을 ‘압수를 위한 수색’에 한정할 이유가 무엇이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혹시 당장 그러한 해석이 심정적으로 필요해서 그런 것이 아닌지 의문이 든다”면서 “이 조문의 해석 문제는 입법의 모델이 된 일본 구 형소법의 연원과 위 규정이 우리 형소법에 살아남게 된 이유 등을 보다 깊이 있게 연구해 결론지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장혜진 기자 jangh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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