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전국에 많은 눈이 내린 가운데 올겨울 들어 가장 추운 날들이 계속되고 있다.
이렇게 얼어붙은 겨울을 보고 있자니 유난히 더웠던 지난 여름, 속수무책으로 견뎌낼 수밖에 없었던 기록적인 폭염이 떠오른다.
추운 이 계절에 지난해 무더위를 다시 상기하는 이유는 올해 폭염은 어찌 견뎌내야 할지 벌써부터 걱정이 앞서기 때문이다.
 
기상청이 발표한 '2024년 여름철 기후 분석 결과'에 따르면 2024년 여름철 전국 평균기온은 25.6℃로, 그간 가장 높았던 2018년의 25.3℃를 넘어섰다고 한다.
올해 여름이라고 더 나은 상황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미 항공우주국(NASA) 기후학자 피터 칼무스의 ‘우리는 지금 남은 인생에서 가장 시원한 여름을 보내고 있다’는 말처럼 기후위기에 따른 폭염은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과제가 됐기 때문이다.
 
‘폭염’은 일반적으로 ‘극한 더위’ 또는 ‘열파(heat wave)’라고 정의된다.
세계기상기구(WMO)는 ‘폭넓은 지역에 걸쳐 공기의 뚜렷한 온난화 또는 고온의 공기 침입으로 인한 극한 기상현상이 며칠 또는 몇 주까지 지속되는 경우’로 규정하고 있다.
이런 폭염은 특히 옥외 혹은 냉방장치 가동이 어려운 환경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에게 더 위험하다.
실제로 2018년부터 2023년까지 6년간 온열질환 범주에 포함되는 산업재해 180건 중 절반이 넘는 93명이 건설업에서 발생했다.
 
폭염에 따른 근로자들의 건강 장해 예방조치는 여러 나라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시행되고 있다.
미국 산업안전보건청(OSHA)은 기술 매뉴얼을 통해 WBGT 측정, 열스트레스의 위험, 열순화 프로그램, 온열질환 예방교육 등의 기술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유럽연합 산업안전보건청(EU OSHA) 역시 2023년 사업주가 열 스트레스 발생 가능성이 있는 근로자에 대해 위험성을 평가해야 한다는 규정을 발표했다.
우리나라도 ‘온열질환예방 가이드’ 등을 통해 ‘물, 그늘, 휴식’을 강조하고 취약 사업장을 지도·점검하는 등 근로자의 온열질환 예방에 노력해왔다.
그러나 기록적인 폭염이 계속되면서 해외 각국에서는 온열질환 예방조치를 단순히 권고하는 수준을 넘어 사업주의 의무로 법제화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국제노동기구(ILO)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 중국, 싱가포르 등 주요 국가에서 근로자 온열질환 예방을 위한 규제 강화를 검토 중이라고 한다.
우리나라 역시 지난해 근로자 건강 보호를 위해 관련 입법을 강화했다.
산업안전보건법 제39조를 개정해 폭염에 장시간 작업함에 따라 발생하는 건강 장해를 예방하기 위한 보건조치를 의무화한 것이다.
 
기후위기에 따른 폭염을 완전히 피할 수는 없는 만큼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번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은 이런 의미에서 꼭 필요한 일이었다고 생각된다.
이와 더불어 보건 조치를 구체화하는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개정과 함께 소규모 사업장에 대한 제도 이행 지원 등을 통해 본격적인 더위 시작 전 현장에 새로운 제도가 안착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겨울인 이때에 이런 조치들이 발 빠르게 진행된다면 올해는 근로자가 온열질환 걱정 없는 환경에서 일하며 안전과 건강이 지켜질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