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러 파병 북한군 2명 생포 공개
쿠르스크서 부상… 생명 지장 없어
“러 도착 후 파병온 것 알아” 진술
1주일 군사훈련 후 바로 전장 이동
우크라, 체포영상 공개 등 여론전
포로 공개, 제네바 협약 위반 소지
러시아와 3년 가까이 전쟁을 치르고 있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서부 쿠르스크 지역에서 북한 군인 2명을 생포해 심문 중이라고 발표했다.
생포된 병사들은 ‘전쟁’이 아닌 ‘훈련’을 받기 위해 이동한 것으로 알고 있었으며 러시아 도착 후에야 자신이 전쟁터에 끌려왔다는 사실을 인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11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 등에 따르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텔레그램 채널에 북한군 2명을 생포했다고 밝혔다.
그는 병사들이 다친 상태로 수도 키이우로 이송됐으며 우크라이나 보안국(SBU)의 심문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 당국이 쿠르스크에 파병된 북한 군인을 생포해 신상과 함께 공식 발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11일(현지시간) 텔레그램을 통해 공개한 생포 북한군 병사들의 모습.
젤렌스키 엑스 캡처 |
북한은 러시아를 지원하기 위해 지난해 11월부터 병사 1만1000명 이상을 우크라이나와의 전장에 파견했으며 이들은 쿠르스크에 배치돼 전투에 가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우크라이나 정부가 쿠르스크에서 북한군 1명을 생포했다면서 해당 병사의 사진을 공개하기도 했다.
다만, 한국 국가정보원은 해당 병사가 부상 악화로 붙잡힌 지 하루 만에 사망했다고 확인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북한군 병사 생포를 확인하며 치료 후 수용시설 내 침대에 있는 포로들의 사진을 텔레그램에 게재하기도 했다.
SBU는 생포한 북한군이 각각 2005년과 1999년에 태어났으며, 각각 2021년과 2016년부터 복무했다고 밝혔다.
사진에 따르면 포로 1명은 두 손을 붕대로 칭칭 감고 있다.
또 다른 한 명은 얼굴에 붕대를 둘렀는데, 턱 쪽에는 핏자국으로 보이는 얼룩이 있으며 아랫입술은 부르트고 부었다.
의사는 한 병사는 안면에 상처가 있어 치과 치료를 받을 예정이며, 다른 병사는 다리가 골절된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들이 소지한 신분증엔 1994년생 안톤 아리우킨이라는 이름이 기재돼 있었고, 시베리아 남부 투바 공화국에서 발급한 것으로 돼 있다.
투바 공화국의 군용 신분증은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이 위장 신분증으로 사용한 몇몇 사례가 드러나기도 했다.
우크라이나군은 텔레그램을 통해 북한군 생포 장면으로 보이는 작전 영상도 공개했다.
드론이 촬영한 이 영상에는 우거진 숲에서 군복을 입은 5명이 누군가를 들것에 옮긴 뒤 이동하는 모습이 담겨 있다.
생포된 북한군 병사들은 현지에 파견된 한국 국정원의 통역지원하에 조사를 받고 있다.
국정원을 통해 해당 병사들에 대한 좀 더 상세한 정보와 진술을 얻을 수 있었다.
국정원에 따르면 생포된 북한군 2명은 쿠르스크 전선에서 다친 채 붙잡혔고 현재 생명엔 지장이 없는 상태다.
이들 중 1명은 조사에서 지난해 11월 러시아에 도착해 일주일간 러시아 측으로부터 군사훈련을 받은 후 전장으로 이동했다고 진술했다.
이 군인은 ‘전쟁’이 아닌 ‘훈련’을 받기 위해 이동한 것으로 알고 있었으며 러시아 도착 후에야 파병 사실을 인지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전투 중 상당수 병력 손실이 있었고 본인은 낙오돼 4∼5일간 먹지도 마시지도 못하다가 붙잡혔다고 털어놨다.
우크라이나는 이번 북한군 생포를 우크라이나에 대한 국제사회의 지원 필요성을 부각하는 계기로 삼으려는 듯한 모습이다.
SBU는 이번 생포는 북한군의 우크라이나 전쟁 참전을 입증하는 명백한 증거라고 주장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전쟁 포로를 언론에 적극 공개하는 것이 제네바 협약 위반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필웅·김승환 기자
|
<본 콘텐츠의 저작권 및 법적 책임은 세계일보(www.segye.com)에 있으며, 뽐뿌는 제휴를 통해 제공하고 있습니다.>
|
|
등록안내
등록안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