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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 버냉키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오는 20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 취임을 앞두고 중앙은행의 독립성이 위협받을 경우 인플레이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트럼프 당선인이 공약한 관세 인상이나 불법이민 금지, 감세가 물가 급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고 봤다.
버냉키 전 의장은 4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전미경제학회 연례총회(ASSA) 2025'에서 "Fed의 독립성에 대한 위협은 우리가 두려워해야 할 일"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제롬 파월 Fed 의장을 해고하거나 다양한 방법으로 Fed에 압력을 가할 수 있다"며 "이럴 경우 (경제에) 매우 심각한 피해를 미치고, 상당한 인플레이션을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트럼프 당선인은 후보 시절 Fed의 고금리 정책에 거듭 불만을 표시하며, 대선에서 이기면 파월 의장을 해고하겠다고 공언해 왔다.
그는 대선 승리 후 파월 의장의 임기를 보장하겠다고 했지만 시장에서는 통화정책의 독립성 침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트럼프 2기가 통화당국에 정책완화 압력을 가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Fed가 최근 반등한 인플레이션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버냉키 의장은 "Fed가 독립성을 잃게 되면 인플레이션과 시장에 매우 나쁜 영향을 미친다"며 "Fed의 독립성을 유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정책의 정당성을 의회와 대중에게 설명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반면 트럼프 당선인이 예고한 관세나 이민, 감세 정책이 인플레이션을 밀어 올릴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버냉키 의장은 예상했다.
그는 "(트럼프 1기인) 2018년 관세를 인상했지만 관세 수준이 심각하지 않았도 특별한 대응도 필요하지 않았다"며 "비정상적 상황, 지정학적 위험이 발생하지 않는다면 관세가 인플레이션을 급격히 변화시키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감세, 불법이민 정책도 인플레이션에 미치는 영향도 미미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추가적인 감세나 지출 삭감이 있을 수 있겠지만 주요 변수가 되지 않을 것"이라며 "이민 문제도 느리고 불확실한 과정으로 노동력이 줄면 소비도 줄어 총수요·총공급 균형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버냉키 의장은 현재 미국 인플레이션과 관련해 "목표치인 2%로 가는 과정이 느리게 진행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인플레이션 목표치를 현재 2%에서 상향해야 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서는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인플레이션 목표치를 변경하려면 먼저 2% 목표에 도달해야 한다"며 "신뢰를 훼손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샌프란시스코(미국)=권해영 특파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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