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전국 무단흡연 적발 13.5만건
‘과태료 부과’ 건수 서울서만 4만건
전남지역 8건·강원 15건 등과 대조
지역별 실적차이 단속 인력 영향
서울 138명·세종 1명 등 편차 커
지자체 예산으로 인력 운영 탓
일부지역 아예 단속 손 놓기도
“흡연자 인식 제고 등 방안 강구”
“금연단속원입니다.
금연구역에서 흡연하셨네요. 신분증 제시해주시고 휴대전화 번호 불러주세요. (…) 문자메시지로 과태료 가상계좌 발급했습니다.
15일 내 금연교육 이수하면 과태료를 감면받을 수 있습니다.
”
 | | 서울 광화문 광장에 세워져 있는 금연 안내 표지판. 연합뉴스 |
4일 오후 6시 서울 서초구 지하철 고속터미널역 1번 출구. ‘서초구 금연단속원’ 자수가 수놓인 유니폼을 입고 채증용 카메라와 PDA를 든 60대 단속원 두 명이 역 출입구 바로 옆에서 담배를 피우던 시민에게 다가가 이렇게 말했다.
이 일대는 흡연 부스를 제외하면 전부 금연구역으로 지정돼 있지만, 지난해 단속으로 4684건이 적발됐을 만큼 무단 흡연이 비일비재하다.
‘금연구역’이라고 표시된 안내판이 곳곳에 설치돼 있음에도 이날도 10분에 한 명꼴로 적발이 이어졌다.
유동인구 자체가 많을 뿐 아니라, 고속버스 안에서 몇 시간 동안 담배를 참은 애연가들이 버스에서 내려 무심결에 담배를 피우다 적발되는 일이 많아서라고 한다.
반면 단속이 거의 이뤄지지 않는 지역도 있다.
지방자치단체의 단속의지에 따라 한 해 흡연단속 건수는 지역별로 한 자릿수에서 많게는 4만여건에 이르기까지 편차가 크다.
일부 지자체는 전역에 수만 곳의 금연구역을 두고도 단속에는 손을 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1일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이 한국건강증진개발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금연구역 내 흡연 적발 건수는 13만5726건에 달했다.
지자체 시간제 계약직 공무원인 금연단속원이 과태료를 부과한 경우와, 과태료 부과 권한이 없는 금연지도원이 주의·지도 조치를 내린 경우를 모두 더한 수치다.
지역별로 보면 서울(4만7509건)이 적발 건수가 가장 많다.
이어 경기(3만9013건), 대구(1만6670건), 부산(1만4305), 인천(7928건) 순이었다.
반면 세종(67건), 광주(205건), 전북(212건), 충북(240건), 대전(250건), 울산(263건)의 적발 건수는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의·지도 조치를 제외하고, 금연구역에서 흡연을 적발해 과태료를 부과한 건으로만 한정하면 지역별 편차가 더 크다.
과태료가 부과된 5만2219건 가운데 서울(4만774건)의 비중은 78%로 압도적이었고 경기(3745건), 부산(2930건), 인천(1700건)이 그 뒤를 이었다.
전남(8건), 강원(15건), 충북(47건) 등에서는 금연구역 내 흡연으로 과태료를 부과하는 사례가 한 해 세 자릿수에도 미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실적 차이는 지역별 단속 인력 차이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서울·경기 흡연단속원 수는 각각 138명, 125명이지만, 세종(1명), 제주(2명), 광주(7명), 울산(9명) 등은 한 자릿수 인원이 넓은 지역을 관리하고 있었다.
전남 지역 한 지자체 관계자는 “단속원으로 근무하는 시간선택제 공무원을 지자체 자체 예산으로 채용하는 탓에 인력을 쓰기가 쉽지 않다”며 “세수가 충분한 서울과 사정이 다르다”고 말했다.
이러한 지자체별 단속 편차는 시민 의식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충북 청주에 사는 공무원 윤모(33)씨는 “마트 앞이나 주차장 입구 등에서 하루에 한 갑 정도 담배를 피우는데 단속에 적발된 적은 없다.
주변에서도 흡연으로 과태료를 냈거나 제지를 당했다는 얘기를 못 들어봤다”며 “얼마 전 서울에 갔다가 남부터미널 근처에서 담배를 피워서 과태료를 맞았는데, 돈이 아까운 건 둘째치고 ‘이걸 진짜 잡는구나’ 하는 당황스러움이 컸다”고 털어놨다.
남 의원은 “전국의 금연구역이 늘어나는 것에 반해 금연지도원 등 흡연 행위를 단속할 수 있는 인력은 지자체마다 달라 어려움이 있어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금연구역이 보다 확대되어야 하지만, 그에 앞서 금연구역 내 흡연을 근절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규희 기자 lk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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