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정부가 10일 국경절(건국기념일)인 쌍십절을 맞아 중국이 대만을 대표할 권리가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라이칭더 대만 총통은 이날 타이베이 총통부 앞에서 열린 113주년 국경대회 기념사를 통해 "지금 중화민국(대만)은 이미 타이·펑·진·마(台澎金馬·대만 본섬과 펑후, 진먼, 마쭈)에 뿌리 내렸고 중화인민공화국(중국)과 서로 예속되지 않는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총통으로서 나의 사명은 국가 생존·발전을 수호하고 2300만 대만 인민을 단결시키는 것이다.
또한 국가 주권의 침범·병탄을 용납하지 않는 것"이라며 "국방을 강화하고 민주 국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면서 함께 억지력을 발휘, 힘에 의지해 평화를 확보하는 것 역시 나의 사명"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국가주권을 수호하는 한편, 대만해협의 평화, 안정, 현상 유지에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연설은 '친미·반중' 성향의 라이 총통이 지난 5일 취임 이후 첫 건국기념일 연설에 나서는 것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끌었다.
라이 총통은 중국이 주장하는 '하나의 중국'에 반대를 표해온 인물이다.
그는 이달초 타이베이 아레나에서 열린 건국기념일 관련 행사에서 "중화민국은 113살이지만, 중화인민공화국은 75살에 불과하다"며 중국에 '조국'이라는 말을 써선 안 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다만 이날은 '조국'이라는 표현을 자제하며 중국을 추가로 자극하지 않으려는 모습도 보였다.
그간 현지에서는 쌍십절을 계기로 중국이 대만을 겨냥한 군사적 위협을 가할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 잇따랐었다.
폴리티코를 비롯한 외신들은 중국 인민군이 이날 대만에 대한 군사압박을 이어가면서 비행기 15대 등이 대만해협의 중앙선을 넘어갔다고 전했다.

쌍십절 1911년 10월10일 우창봉기를 시작으로 지금의 중화민국(대만)을 수립하는 주요 계기가 된 신해혁명을 기념하는 날이다.
대만에서는 건국기념일로 챙기고 있다.
쌍십절이라는 명칭은 숫자 10이 겹친다는 점에서 유래됐다.
반면 중국은 1949년10월1일 마오쩌둥이 중화인민공화국을 선포한 날을 국경절로 기념하고 있다.

한편 대만인 10명 중 7명 이상은 유사시 미국이 대중 제재 등 간접적인 대만 지원에 나설 것으로 생각한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나왔다.
대만 국방부 싱크탱크인 국방안전연구원(INDSR)은 전날 이같은 내용이 담긴 '2024년 대만 국방 및 외교정책 여론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에 따르면 대만인 73.4%는 만약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 경우 미국이 중국에 대해 경제 및 외교적 제재에 나설 것이라고 응답했다.
이어 응답자 63.9%는 '중국의 영토에 대한 야심'이 중대한 위협이라고 답변했다.
다만 유사시 미국이 군대를 파병해 대만 방어를 도와줄 것이라는 응답은 52.6%에 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