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적 드러난 前 용산서장, 도착시간 허위보고까지
지휘부 공백 이어 용산署 허위보고
“경찰 비난여론 의식해 조작” 비판
119 첫 신고도 알려진 것보다 빨라
오후 10시15분 前 1건 접수 드러나
특수본, 인력 충원 불구 수사 제자리
시간대별 대응 향후 수사 핵심근거로
‘이태원 압사 참사’가 사고 전후의 부실한 대응에서 비롯된 인재라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면서 경찰과 소방, 지방자치단체의 시간대별 대응은 향후 수사의 핵심 근거가 될 전망이다.
참사 당일 경찰 지휘부 공백 사태에 이어 용산경찰서가 관련 보고서를 허위로 기재하거나 삭제했다는 의혹 역시 향후 이태원 참사를 둘러싼 관계당국의 책임 공방을 예고하고 있다.
아울러 최초 신고접수가 오후 10시15분이라던 소방도 참사 이전에 신고를 접수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경찰 수사대상에 오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 뒷짐진 채… 이임재 전 용산서장이 이태원 압사 참사가 발생한 지난달 29일 오후 10시55분쯤 서울 이태원 앤틱가구거리에서 뒷짐을 진 채 이태원파출소로 이동하고 있다.
당초 이 전 서장은 사고 당일 오후 10시20분 이태원파출소에 도착한 것으로 보고됐으나, 경찰청 특별감찰팀이 CCTV 등을 확인한 결과 오후 11시5분 이태원파출소에 도착했다.
연합뉴스TV 캡처 |
6일 경찰 등에 따르면 경찰청 특별감찰팀은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이 이태원 참사 당일 이태원파출소에 도착한 시간을 오후 11시5분으로 특정했다.
앞서 용산경찰서 상황 보고서에 기재된 이 전 서장의 도착 시간 오후 10시17∼20분보다 45∼48분 늦어진 것이다.
그동안 이 전 서장이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에게 보고한 시간이 오후 11시36분이라는 점에서 시간 공백이 크다는 의문이 제기됐는데, 실제 도착 시간이 보고서에 기재된 것보다 늦었던 것이다.
이 전 서장이 현장에 늦게 도착한 것은 식사 후 차량으로 이동하는 데 상당 시간을 소요한 탓으로 파악됐다.
이 전 서장은 용산경찰서 인근의 설렁탕집에서 식사한 뒤 오후 9시47분쯤 출발했는데, 현장에는 78분이 지난 오후 11시5분쯤 도착했다.
이는 당시 이태원 일대의 극심한 차량 정체 때문으로 전해졌다.
해당 설렁탕집에서 이태원파출소까지는 약 3㎞로 도보 이동 시 40여분이 소요된다.
결국 오후 10시쯤 녹사평역에 도착했는데, 녹사평역에서 이태원파출소까지는 약 900m로 도보로 10분 내외 소요될 거리다.
그러나 이 전 서장은 도보 대신 경리단길이나 하얏트호텔 등의 우회로를 이용해 관용차로 이태원파출소에 진입하려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극심한 정체 속에서도 차량 이동을 고집한 탓에 현장 도착시간이 늦어지고, 뒤이은 대처가 줄줄이 지연된 셈이다.
이 전 서장이 상황 보고서에 기록된 시간보다 현장에 늦게 도착한 것으로 파악되면서 경찰이 비난 여론을 의식해 도착시간을 조작한 것 아니냔 비판이 나온다.
앞서 윤희근 경찰청장과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은 참사 당일 행적과 관련한 논란에 시간대별 동선을 공개했지만, 이 전 서장은 특별감찰팀에 의해 지난 5일에서야 공개됐다.
소방도 당초 알려진 119 최초 신고 접수 시간인 오후 10시15분보다 이른 시간에 관련 신고를 접수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이일 소방청 119대응국장은 지난 5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에서 “오후 10시15분 전에 이태원 쪽에서 119에 신고된 것이 17건 정도 나왔다”며 “사고 현장에서 신고된 것은 1건이고 나머지 신고 건은 그쪽 현장과는 상관없는 인근 주변의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국장은 그러나 “1건에 대해서는 수사 중인 부분이기 때문에 여기서 언급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면서 정확한 접수시간과 신고내용 공개를 거부했다.
그는 “내부적으로 신고 접수자가 (위험 여부 등을) 인지할 수 있는 그런 상황은 아닌 거라고 판단하는데 자세한 부분은 수사 과정에서 밝혀질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을 아꼈다.
앞서 경찰의 경우 사고 발생 전 접수된 11건의 112 신고가 모두 사고 현장 인근이라고 밝힌 바 있다.
실제 소방에 접수된 신고들이 사고와의 직접적 연관성이 떨어지더라도, 각각의 신고에 대한 소방의 대처는 추후 경찰 수사대상에 오를 것이란 관측이다.
앞서 경찰청 특별수사본부(특수본) 관계자는 경찰과 소방, 지자체 대상 수사와 관련해 “모든 가능성을 두고 수사 중”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더욱이 소방의 경우 17건의 신고 내역을 공개한 것이 아닌 만큼 추후 공방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의혹이 커지는 데 반해 특수본은 참사 일주일이 지나도록 이렇다할 수사 성과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특수본은 이날 13명의 인력을 추가 투입해 514명 규모의 대규모 수사조직이 됐다.
그러나 수사조직의 규모에 비해 수사 속도가 더디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세계일보는 이번 참사로 안타깝게 숨진 분들의 명복을 빌며, 유족들의 슬픔에 깊은 위로를 드립니다.
권구성·구윤모 기자 k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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