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정완 기자] 미성년자에게 수수료 등 대가를 요구하고 술과 담배 등을 대신 구매해주는 '댈구(대리구매)'가 온라인상에서 성행하고 있다.

27일 트위터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대리구매' '댈구' 등을 검색하면 '담배와 술을 대신 사주겠다'는 게시물들이 속출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해당 계정에 직접 메시지를 보내거나 계정 주인이 공지하는 오픈채팅방 등에 입장해 대화를 이어나가는 방식이다.

주된 거래 물품은 술·담배 등이다.
판매자들은 청소년들이 살 수 없는 담배나 술 등을 대신 구매하고 이를 택배로 보내거나 직접 만나 전달한 뒤 수수료나 수고비 등의 명목으로 돈을 챙긴다.
수수료로 책정되는 금액은 연초 담배 1갑당 2000원, 맥주 1캔당 1000원 등이다.

흡연 청소년 5명 중 1명은 대리구매를 통해 담배를 구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청소년 매체 이용 및 유해환경 실태조사'에 따르면 최근 1개월간 흡연을 경험한 청소년 가운데 담배를 대리구매 해본 청소년들의 비율은 20.8%로, 지난 2016년(17.6%) 대비 3.2% 높게 나타났다.

청소년들은 간접적인 판매 방식이라는 점과 수수료 부담이 크지 않다는 점에서 대리구매를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학술지 '보건사회연구' 최신호인 제42권 제3호에 실린 '흡연 청소년은 담배 판매 금지를 어떻게 뚫는가?' 논문 관련 연구에 참가한 청소년 중 70%가 대리구매를 통해 담배를 획득했다.

대리구매를 시도했다가 위험한 상황을 직면하는 청소년도 있다.
논문 관련 연구에 참여한 한 여성 청소년은 "성인 남성을 만났다"며 "같이 (담배를) 피기도 하고 사주기도 하고, 만나면 그 대가로 담배를 그냥 주기도 한다"고 전했다.
실제 온라인상 대리구매 관련 글에서도 수수료를 받지 않을 테니 여성만 대리구매 해주겠다는 내용을 쉽사리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청소년 대리구매 관련 단속은 요원한 실정이다.
단순히 대리구매를 해준다는 온라인상 홍보글 만으로는 법적 제재가 어려운 탓이다.
검거를 위해선 대리구매 현장을 덮치거나 거래 내역 등 증거 확보가 필요하지만, 거래 자체가 은밀하게 이뤄지는 탓에 쉽지 않다.

한편 청소년들에게 유해물질 등을 판매·대여·배포하는 행위는 청소년보호법 18조 1항에 따라 적발될 시에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