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실내에서 마스크를 벗어도 되지 않느냐는 여론이 비등하다.
식당·카페 등에서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 하는 조치가 그닥 효과적이지 않다는 지적이 많고, 어린이집 등에서 영유아들이 언어를 제대로 배우지 못하고 있다는 우려도 크다.
정부도 모든 실내 공간에서 마스크를 착용하도록 한 방역조치를 선별적으로 해제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상당수 전문가들은 마스크 착용 여부를 개인의 자율에 맡겨야 한다는 데 동의하고 있다.
실외마스크 착용 해제 이후에도 자율적으로 밀집공간 등에서 마스크를 벗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로 실내마스크 착용도 우리 국민의 성숙한 시민의식을 믿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취지다.
다만 올 겨울 코로나19 7차 유행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만큼 실내마스크를 벗는 시기를 두고는 코로나 재유행과 독감 유행세가 꺾이는 내년 초 이후가 안전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24일 아시아경제가 국내 코로나19 방역·보건 전문가 1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실내마스크 착용 의무화를 해제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응답자의 38.5%가 '개인 자율에 맡겨야 한다'고 답했다.
실외와 마찬가지로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화도 궁극적으로는 해제해야 하고, 방역을 위해 실내마스크를 착용하더라도 이를 강제적으로 규제할 필요는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정재훈 가천대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실내마스크 착용 의무화는 해제와 권고로 이어지는 게 바람직하다"며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돼도 많은 국민들이 여전히 착용하고 있는 것처럼 개인의 의사와 위험성 판단이 존중돼야 한다"고 말했다.

마스크 착용이 영유아 및 어린이들의 언어·정서·인지 발달을 저해하고 있어 이제는 벗어야 한다는 의견도 23.1%를 차지했다.
은병욱 노원을지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마스크 착용으로 영유아의 언어 습득이 저해될 것이라는 실증적인 연구가 많이 나오고 있어 영유아 또는 영유아를 돌보는 보육기관 종사자들의 마스크를 벗기는 게 시급한 당면 과제"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실내마스크 착용 의무화를 해제하는 시기와 대상 시설·장소 등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했다.
전문가의 38.5%가 코로나 7차 유행 및 트윈데믹이 지난 이후에나 실내마스크를 벗을 수 있다고 답했고, 23.1%는 '당분간 실내마스크 해제는 불가능하다'는 더욱 보수적인 의견을 냈다.
반면 '지금부터라도 실내마스크 완전 해제가 가능하다'는 의견은 15.4%, '부분(단계)적 해제가 가능하다'는 23.1%였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섣부른 실내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는 방역에 대한 경각심을 떨어뜨릴 위험이 있다"며 "적어도 7차 유행 이후 지켜봐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은병욱 교수도 "(영유아의 실내마스크 해제가 필요하지만) 현재는 소아청소년 응급중환자를 위한 진료 체계가 많이 무너졌고, 다른 호흡기 감염병도 유행하는 상황이라 올 겨울 7차 유행이 지나고 나서야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지난 9월 초부터 감소세를 보이던 코로나 재유행이 이달 중순 이후 정체기에 접어들며 신규 확진자 수가 다시 증가하고 있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실내마스크 착용 의무화까지 모두 해제할 경우 '코로나 재유행이 확산하거나 독감, 급성호흡기감염병 등 다른 감염병이 확산할 수 있다'는 의견이 전체의 70.8%(복수 응답)를 차지했다.

'실내마스크 착용 의무를 해제할 경우 영유아 및 어린이들의 언어·정서 발달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의견은 12.5%, '사회·경제적 활동이 증가할 것'이라는 의견은 8.3%였다.
이혁민 세브란스병원 진단의학과 교수는 "실외마스크에 이어 실내마스크 착용 의무까지 모두 해제하면 국민들에게 코로나19 팬더믹이 종료됐다는 인식을 주고 정책적으로 보완하기도 쉽지 않을 듯 하다"면서 "이후 추가적인 백신 접종률이 떨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내마스크 착용 의무를 부분적으로 해제할 경우엔 식당과 카페 등 다중이용시설(39.1%)을 시작으로 어린이집, 유치원 등 미취학 영유아 시설(30.4%), 공항·터미널 등 출입국시설(13.0%) 순으로 적용해야 한다고 봤다.
병원, 요양기관 등 의료·돌봄 시설과 버스, 택시, 열차 등 대중교통 탑승 시의 마스크 착용은 가장 마지막까지 유지해야 하는 실내시설로 꼽혔다.

김탁 순천향대부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실내마스크 의무를 해제해도 어떤 시설은 나중에 해제할지, 마스크 착용을 유지하는 장소에서는 어떻게 잘 지켜지게 할지 고민해야 한다"며 "의료기관 등 취약시설에선 마스크 착용을 준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재훈 교수는 "대중교통, 의료기관 등 꼭 착용해야 하는 의무화 시설을 지정하고 나머지 장소와 상황은 전면 해제하는 '네거티브 규제'의 형태로 가야 한다"고 제안했다.

실내마스크 착용 의무화가 해제되면 '확진자 7일 격리'를 제외한 사실상 코로나19 방역조치는 모두 사라진다.
전문가 대부분은 마스크를 모두 벗더라도 이후 고위험군의 백신 접종을 계속 독려하고, 코로나19 환자를 일상적인 의료체계 내에서 잘 치료할 수 있는 준비를 갖춰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백순영 가톨릭대의대 명예교수는 "올 겨울 코로나 뿐 아니라 호흡기질환이 대유행할 경우 병상대기 환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미리 준비해야 한다"면서 "일선 의료기관에서 최대한 조기진단, 조기치료하는데 방역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도 "트윈데믹으로 인한 의료현장의 혼란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병원 내 코로나19 진료를 일반화시켜 증상이 있는 환자도 격리 없이 진료할 수 있는, 코로나 이전 진료체계로 정상화 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코로나19 재유행이 잦아들더라도 코로나를 비롯한 감염병 감시체계를 더욱 촘촘히 하고, 필요할 경우 방역지침을 변경하는 등 탄력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조언도 있었다.
최재욱 고려대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전국적으로 능동적인 감염병 표본감시체계를 구축하고, 유전자 변이를 확인할 수 있는 코로나19 유전자 감시를 수행해야 한다"며 "감시체계상 위험·위기 경보가 발령될 경우 다시 실내마스크 착용 등 추가 방역조치가 시행될 수 있다는 점을 국민들에게 사전에 알릴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송정흡 정명희소아청소년과의원 원장(전 칠곡경북대 예방의학과 교수)은 "코로나는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면서 "실내마스크 의무화가 해제되더라도 코로나가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일정하게 지속적으로 거리두기, 마스크 쓰기, 손씻기 등 개인 위생수칙을 강조하고 준수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