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9 군사합의 무력화와 함께
국지 도발 위한 명분 쌓기 분석
북한이 13∼14일 심야에 군사분계선 인근에서 군용기 위협비행과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 발사, 포병사격까지 무차별 무력도발을 감행했다.
지상, 해상, 공중을 비롯한 모든 군사분계선 인근 공간에서의 군사훈련 등 적대행위를 금지한 2018년 9·19 군사합의 무력화와 함께 향후 국지도발을 위한 명분 쌓기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심야 도발의 시작은 북한 군용기의 위협비행이었다.
14일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군 당국은 전날 오후 10시30분부터 이날 0시20분까지 우리 측 전술조치선을 지나 군사분계선과 서해 북방한계선(NLL) 일대까지 남하해 비행한 북한 군용기 항적 10여개를 식별, 대응에 나섰다.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북한군 전술핵운용부대 등의 군사훈련을 지도하며 "적들과 대화할 내용도 없고 또 그럴 필요성도 느끼지 않는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9월 25일부터 10월 9일까지 인민군 전술핵운용부대·장거리포병부대·공군비행대의 훈련에 참석한 자리에서 이같이 말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지난 10일 밝혔다.
연합뉴스 |
합참은 “북한 군용기는 전술조치선 이남의 서부내륙지역에서 9·19 군사합의에 따라 설정한 비행금지구역 북방 5㎞(MDL 북방 25㎞) 인근까지, 동부내륙지역에서는 비행금지구역 북방 7㎞(MDL 북방 47㎞)까지, 서해지역에서는 NLL 북방 12㎞까지 접근했다가 북상했다”고 밝혔다.
전술조치선은 북한 군용기 남하에 신속히 대응하기 위해 군이 비무장지대(DMZ) 내 군사분계선과 서해 NLL로부터 20~50㎞ 북쪽 상공에 설정한 것이다.
우리 공군은 북한 군용기의 비행에 상응한 비례적 대응기동을 실시, F-35A 스텔스기를 포함한 전투기를 긴급 출격시킨 데 이어 후속지원전력과 방공포대전력을 통해 만반의 대응태세를 유지했다고 합참은 전했다.
북한은 이어 14일 오전 1시 20∼25분 황해도 마장동 일대에서 서해상으로 130여발의 포방 사격에 이어 오전 2시 57분∼3시 7분 사이 강원도 구읍리 일대에서 40여발을 포병사격을 감행했다.
우리 영해에 관측된 낙탄은 없었지만 탄착 지점이 9·19 합의에 따른 NLL 북방 동·서해 해상완충구역 내였다.
남북은 9·19합의에 따라 2018년 11월1일부터 서해 남측 덕적도 이북으로부터 북측 초도 이남까지의 수역, 동해 남측 속초 이북으로부터 북측 통천 이남까지의 수역에서 포사격 및 해상 기동훈련을 금지하고 있다.
합참은 “동·서해 해상완충구역 내 포병사격은 명백한 9·19 군사합의 위반”이라고 밝혔다.
 | | 지난 1월 17일 북한이 발사한 단거리 탄도미사일 추정 발사체.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
북한은 이날 탄도미사일까지 발사했다.
합참에 따르면 북한은 오전 1시49분 평양 순안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SRBM 1발을 발사했다.
미사일 비행거리는 700여㎞, 고도는 50여㎞, 속도는 마하 6(음속의 6배)으로 탐지됐다.
한·미 정보당국은 세부 제원을 정밀 분석 중이다.
북한은 이번 심야 도발의 책임을 남측으로 돌렸다.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북한 인민군 총참모부는 이날 오전 2시17분 대변인 명의 ‘발표’를 통해 “전선 적정(적에 대한 정보)에 의하면 10월13일 아군(북한군) 제5군단 전방지역에서 남조선군은 무려 10여시간에 걸쳐 포사격을 감행했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남조선 군부가 전선지역에서 감행한 도발적 행동을 엄중시하면서 강력한 대응 군사행동조치를 취했다”고 주장했다.
지상과 해상 적대행위 중단구역에서 벌어진 북한의 이번 심야 도발은 남측을 빌미로 9·19합의를 무력화할 수 있다는 것과 북한군이 야간에 대남 타격 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점을 과시하려는 행보로 풀이된다.
북한의 잇단 미사일 도발에 이어 9·19합의 무력화 시도로 김정은 정권은 핵탄두 소형화를 위한 7차 핵실험 전후 당분간 국지적 도발을 벌일 것이라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박수찬·홍주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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