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개혁 주도권 민주당으로 넘어가
모호한 태도, 불분명한 노선에 '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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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혁신당의 지지율이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고 있다. /박헌우 기자 |
[더팩트ㅣ국회=서다빈 기자] 조국혁신당의 지지율이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고 저조한 수준을 이어가고 있다. 당이 정치적 동력으로 삼았던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이라는 외부 변수가 사라지면서, 정당 스스로의 내부 동력이 약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 10~11일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00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정당 지지도' 조사 결과에 따르면, 혁신당의 지지율은 3.9%에 그쳤다. 거대 양당인 더불어민주당(56.2%)과 국민의힘(24.3%)과는 너무 큰 격차를 보이고, 개혁신당(3.7%)과는 불과 0.2%포인트 차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직후인 4월 둘째 주 5.6%였던 당 지지율은 4월 3주차에 4.2%로 하락한 뒤 대선 직전 1.7%까지 추락했다. 혁신당의 핵심 지지 기반인 광주·전라 지역에서도 4월 둘째 주 10.7%였던 지지율은 최근 6.1%까지 낮아졌다.
혁신당은 출범 당시 검찰개혁을 핵심 아젠다로 내세웠으나,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민주당이 해당 의제를 주도하고 있어 뚜렷한 차별점을 부각하지 못하고 있다. 당은 노선을 일부 조정해 검찰 독재 정권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겠다며 메시지를 달리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를 조국 전 대표의 특별사면을 염두에 둔 사전 포석으로 해석하는 시각도 존재한다.
서왕진 혁신당 원내대표는 범여권 의원들과 함께 '검찰권 오남용 진상규명 특별법'을 공동 발의했다. 그는 14일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윤석열 검찰독재 정권이 권력 사취를 위해 일그러뜨린 검찰권 오남용의 모든 내막을 드러내고 그 피해를 바로잡기 위한 특단의 조치"라며 "피해 회복은 내란 책임자 처벌과 함께 내란 청산의 핵심 과제 중 하나"라고 밝혔다.
이어 "덮여진 검찰권 오남용의 전모를 규명하고, 피해자들의 피해 회복과 명예 회복, 그리고 부당한 사법조치에 대한 특별사면과 복권이 폭넓게 검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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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민 당대표 권한대행(오른쪽 두 번째)을 비롯한 조국혁신당 의원들이 지난 4월 4일 국회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선고를 확인한 뒤 기뻐하는 모습. /배정한 기자 |
당의 입장이 모호해진 것도 지지층 이탈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이재명 정부의 검찰 인사에는 날카로운 비판을 쏟아내고 있지만, 그 외 주요 현안에 대해서는 분명한 입장을 내지 못하며 당의 선명성마저 흐려졌다는 지적이다. 야당과 진보 진영 사이에서 모호한 태도를 취하며, 당의 정체성에 대한 입장 정리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혁신당 관계자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민주당과 뚜렷한 차별점을 만들어내지 못하다 보니 당의 존재감이 옅어지고 있다. 혁신당만의 새로운 아젠다가 절실한 시점"이라며 "정책 지향성이나 창당 취지가 일정 부분 해소된 상황에서 다른 정당들과는 달리 현재의 정세 속에서 어떤 노선을 취할 것인지에 대한 내부 정리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정치권에서는 혁신당이 탄핵 정국의 반사이익에 기대 정치적 존재감을 유지해 왔지만, 이제는 구조적 한계를 마주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당의 구심점이었던 조국 전 혁신당 대표가 수감 중이라는 점도 외연 확장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최창렬 용인대 특임교수는 통화에서 "양당제 체제에서 혁신당이 탄핵 이외에 그 어떤 특별한 동력을 찾기가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조 전 대표가 구속돼 있는 상황에서 검찰개혁이라는 단일 이슈만으로 지지율을 회복하긴 어렵다. 당의 근본적인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기사에 인용된 여론 조사는 무선 자동 응답 전화 설문 조사 방식으로 진행됐다. 응답률은 5.5%. 표본 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