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 준비하며 9·19 효력 정지"
"김정은 APEC 초청 환경 조성"
"북한은 주적 아닌 위협" 주장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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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는 14일 윤석열 정부 시기 효력이 정지된 9·19 군사합의를 일방적으로 복원할 수 있다고 밝혔다.북한이 우리의 주적이라는 의견에는 "동의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남윤호 기자 |
[더팩트ㅣ국회=송호영 기자] 정동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는 14일 윤석열 정부 시기 효력이 정지된 9·19 군사합의를 일방적으로 복원할 수 있다고 밝혔다. 북한이 우리의 주적이라는 의견에는 "동의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정 후보자는 이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조정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관련 질의에 "새 정부 국무회의가 9·19 군사합의 복원을 의결로 일방적 조치를 취할 수 있고, 대화 국면이 조성되면 남과 북이 이것을 재확인하는 방법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정 후보자는 '선제적 복원이 정부 차원의 구상이냐'는 김건 국민의힘 의원의 질의엔 "아직은 후보자로서 개인의 입장이며 아이디어 차원"이라고 선을 그었다.
정 후보자는 '북한의 해명 없이 일방적으로 되살린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유용원 국민의힘 의원의 질의에 "전임 정부가 군사합의의 효력 정지를 선언했을 때의 전후상황을 보면 결국 비상계엄을 한창 준비하던 때였다"며 "국내 정치에 이용한 것으로 이것을 되돌릴 필요가 있다"고 반박했다.
9·19 군사합의는 2018년 9월 19일 문재인 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평양정상회담을 통해 채택한 '9월 평양공동선언'의 부속 합의서다. 군사적 긴장과 충돌의 근원이 되는 상대방에 대한 적대행위를 전면 중지하고 완충지대를 설정해 군사 활동을 금지하는 것이 핵심이다. 하지만 북한은 2023년 11월 합의 파기를 선언했고, 남북 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로 규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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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후보자는 이날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초청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히는 등 대화 분위기 조성 의지를 내비쳤다. /남윤호 기자 |
정 후보자는 이날 북한이 우리의 주적이라는 의견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다"며 "(북한은) 위협이다"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북한이 핵무장을 하고 우리를 향해 미사일 위협을 가하는 데도 위협일 뿐이냐'는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에 지적에 "쏠 필요가 없는 상황을 만들어 가는 것이 우리 정부가 할 일"이라며 "충분히 만들 수 있다"고 반박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 1995년 국방백서를 통해 북한에 대한 주적 개념을 처음 사용했다. 이후 2004년 국방백서에는 주적 대신 '직접적 군사위협' 등의 표현이 사용됐으나 2022년 국방백서에는 '북한 정권과 북한군은 우리의 적'이라는 표현으로 돌아왔다.
정 후보자는 '북한에 무인기를 보내 동향을 살피는 것이 불법인가'라는 질의에 "정전협정 위반"이라고 답했다. 이어 북한의 동향 파악 수단으로는 "인공위성도 있고 고고도 정찰도, 휴민트(HUMINT·인적정보망)도 있다"고 부연했다.
이어 윤석열 정부 당시 추진됐다는 의혹이 불거진 무인기 사건에 대해 "무인기를 보내 계엄의 수단으로 쓰려고 한 그 의도가 너무 천인공노할 일"이라고 비판했다.
정 후보자는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환수에 관해 "자주국가로서 당연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추진 시기에 대해 "노무현 정부 때 2012년이 목표였지만, 이명박 정부에서 2015년으로 늦췄고, 박근혜 정부는 조건을 달았다"고 설명했다. 다만 정 후보자는 구체적 환수 시기에 대해선 "현실적으로 5년 이내에 불가능하다"라며 "그러나 전작권 환수라는 원칙은 견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정 후보자는 북한의 핵 개발과 관련해선 "빨리 대화를 통해서 다시 이것을 멈추도록 하는 일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또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초청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히는 등 대화 분위기 조성 의지도 내비쳤다.
정 후보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정상회담이 이뤄진다면 (김 위원장의 APEC 방문) 가능성이 극적으로 높아질 수 있다"며 "APEC이 한반도 평화의 테이블이 된다면 얼마나 경사스러운 일이고 그 의미가 빛나겠나"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