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청래 "싸우는 대표" 박찬대 "안정된 리더십"
'해킹 악명' 北에서도 화제…AI 분야 연구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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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이 지난 9일 다음 주 국무회의부터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은 배석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정치적으로 편향된 발언과 개인적 정치 행위가 반복돼 국무회의 배석이 부적절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진은 이재명 대통령과 이 위원장. /남윤호·박헌우 기자 |
<더팩트> 정치부는 여의도 정가, 대통령실, 외교·통일부 등을 취재한 기자들의 '방담'을 통해 한 주간 이슈를 둘러싼 뒷이야기와 정치권 속마음을 다루는 [주간정담(政談)] 코너를 진행합니다. 주간정담은 현장에서 발품을 판 취재 기자들이 전하는 생생한 취재 후기입니다. 방담의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 대화체로 정리했습니다.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정리=신진환 기자] -푹푹 찌는 '찜통더위'가 이어지고 있다. 덥고 습한 날씨 탓에 불쾌감이 상당하다. 정치권을 바라보는 국민의 불쾌지수는 더 높지 않을까 싶다. 대통령실은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을 국무회의 배석자에서 제외했다. 최근 국무회의 비공개 발언 등 정치적 견해를 지속적으로 공개한 것 등을 문제 삼았다.
-국민의힘은 자당 의원에 대한 특검의 압수수색에 강하게 반발하며 여론전에 나섰다. 정작 당내에서 당권 경쟁 분위기가 감지되는 가운데 소위 '하남자' 논쟁이 벌어지며 구주류와 비주류 간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박찬대 의원 간 당권 경쟁도 본격화됐다. 이번 주 정치권에서 벌어진 일들을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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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이 다음 국무회의부터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의 참석을 배제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8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주재한 제30회 국무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는 모습. /대통령실 |
◆'의견 vs 지시' 이진숙 논란…결국 국무회의 퇴출
-대통령실이 이진숙 방통위원장을 국무회의에서 사실상 '퇴출'하면서 파장이 일었어. 이 위원장이 대통령실과 대립하는 구도던데.
-논란의 발단은 이 위원장이 지난 7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한 발언이었어. 여당 의원이 방송3법과 관련한 의견을 묻자 이 위원장은 방통위 자체 안을 만들어 이 대통령에게 보고하겠다며 대통령 지시사항이라고 밝혔어.
-다음 날인 8일 국무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국무회의는 국정을 논하는 자리"라며 "비공개회의 내용을 개인 정치에 왜곡해서 활용해서는 안 된다"고 강하게 질책했다고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이 브리핑에서 전했어. 지시가 아니라 의견을 묻는 것이었다는 설명도 더했고. 강 대변인은 이 질책이 누굴 향한 것이었냐는 질문에는 답변하지 않았지만 이 위원장을 겨냥한 경고였다는 해석이 지배적이었어.
-그런데 이 위원장은 이런 내용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자 SNS에 "방통위 차원에서 방송3법 개선안을 만들어 보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다시 주장했어. 또 "이 대통령이 '지시'한 것은 아니며 방송3법과 관련한 방통위의 '의견'을 물었다고 설명했는데, 지시한 것과 의견을 물은 것이 어떤 차이가 있는지는 모르겠다"고도 했어. 대통령실의 입장을 정면으로 반박한 셈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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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은 "비공개회의에서 나온 발언이나 토의 내용을 왜곡해 정치에 활용하는 건 공직 기강 해이"라며 국무회의 배석자 명단에서 이 위원장을 제외하기로 했다. /배정한 기자 |
-그러자 강 대변인은 9일 다시 브리핑을 통해 "다음 주 국무회의부터 현직 방통위원장은 국무회의에 배석하지 않는다"고 밝혔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국무회의 규정에 배석할 수 있는 직책이 명시돼 있고, 관계 전문가를 참석하게 해 의견을 듣는 건 의장의 권한이라고 근거를 설명했어. 대통령실은 이 위원장이 국무회의에 참석해 개인의 정치적 입장을 지속적으로 표명했고, 개인 SNS에 자신의 정치적인 견해를 게재해 공무원의 중립의무를 거듭 위반했다는 판단이야. 또 비공개회의에서 나온 발언이나 토의 내용을 대통령실 대변인의 공식 브리핑 외에 기사화하거나 왜곡해 정치에 활용하는 건 부적절한 공직 기강 해이라고 지적했어.
-이에 앞서서도 이 위원장은 국무회의에서 임기를 보장해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었어. 방통위원장은 법적으로 3년이 보장되는 자리긴 하지만 정권이 바뀌면 전 정권에서 임명된 인사는 스스로 물러나는 게 순리가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어. 향후 이 위원장이 거취에 어떤 결정을 내릴지는 모르겠지만 결국 정권 교체기에 전 정부 인사가 새 정부와 첨예하게 대립한 사례로 남게 됐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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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당대표 출마를 선언한 정청래(왼쪽) 의원과 박찬대 의원이 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당원 주권 정당개혁 토론회'와 '진짜 대한민국 ON AIR 유튜브 토크콘서트'에서 발언하는 모습. /뉴시스 |
◆"명심은 내가" "싸움은 제가"…박찬대·정청래, 같은 듯 다른 출마 전략
-민주당 대표를 선출하는 8·2 전당대회 레이스가 10일 후보 등록을 시작으로 본격화했어. 예상대로 정청래·박찬대 의원 간 양자 대결로 치러지게 됐는데, 두 후보가 같은 듯 다른 출마 전략을 냈다고.
-맞아. 두 후보는 이재명 정부 뒷받침을 공통 기조로 내란 종식과 검찰개혁 강경 드라이브엔 한목소리를 냈지만, 정 후보는 "싸우는 대표"를, 박 후보는 "안정된 리더십"을 강조했어.
-정 후보는 10일 유튜브 '정청래TV 떴다' 출마 선언 영상에서 검찰개혁뿐 아니라 언론·사법개혁까지 아울러 "임기 초에 폭풍처럼 몰아쳐서 전광석화처럼 해치우겠다"고 힘주어 말했어. 그러면서 "때로는 법사위원장 때처럼 통쾌하게, 때로는 탄핵소추단장 때처럼 진중하게 일하며 후폭풍 등 반대를 뛰어넘겠다"며 강한 리더십을 내세웠어.
-정 후보는 출마 선언 당시에도 자신을 '인파이터'로 지칭하며 '공격수 기질'을 강조했잖아. 그는 "싸움은 제가 할 테니 대통령은 일만 하십시오"라며 "때로는 최전방 골게터로 득점을 하고, 때로는 최후방 수비수가 돼 골키퍼로 날아오는 화살을 막아내겠다"며 "시간낭비형 협치 당대표는 하지 않겠다"고 못 박았어.
-반면 박 후보는 "칼과 붓을 함께 쥐겠다"며 유연한 리더십을 부각했어. 그는 같은 날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에서 열린 후보 등록 기자회견에서 "당의 외연을 중도층까지 넓게 확장해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끌 사람, 통합적이고 안정적인 리더십으로 우리 당의 지방선거 출마자들을 국민께 자신 있게 소개할 수 있는 사람은 저 박찬대 아니겠나"라고 강조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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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26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추가경정예산(추경)안에 대한 정부의 시정연설을 마친 뒤 민주당 당대표에 도전하는 박찬대 의원과 정청래 의원을 격려하는 모습. /배정한 기자 |
-정 후보는 '당심'에 호소한 반면 박 후보는 '명심' 부각에 더 공들이는 모습이던데.
-맞아. 정 후보는 "국회의원은 짧고 당원은 영원하다"며 "명심은 민심과 당심에 있다"고 당심에 중점적으로 호소에 나선 반면 박 후보는 "대통령과 정부가 내딛는 발걸음에 정확히 맞출 수 있는 자신이 있다"며 당정대 원팀에 자신감을 드러냈어.
-박 후보는 "이 대통령과 김민석 총리와 함께 호흡을 맞춰왔던 만큼 이제 서로가 눈빛만 봐도 오른발을 내디딜지, 왼발을 내디딜지 알고 있다"며 "명심 경쟁이 바람직하거나 중요한 결정 요소는 아니지만, 그걸로 만약에 결정된다면 박찬대가 절대적으로 유리하다"고 웃어 보였어.
-박 후보는 지난달 23일 출마 선언 당시에도 이 대통령의 운동화를 신고 등장하는 등 이 대통령과 호흡을 강조하는 데 공들이는 모습이야. 회견 도중 이 대통령과의 인연을 언급하며 "이제는 박찬대가 이재명의 곁을 지켜줘야 한다고 마음먹었다"며 단순한 정치적 인연을 넘어 정치 공동체를 자처하기도 했어.
-민주당은 오는 19일 충청권을 시작으로 영·호남과 수도권에서 차례로 합동연설회를 진행하고 내달 2일 전당대회에서 새 대표를 선출할 예정이야. 선명성 경쟁에 돌입한 두 후보가 남은 기간 어떤 차별화 전략으로 승부수를 던질지 주목되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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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신문은 지난달 말 열린 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12차 전원회의 확대회의에서 인공지능학과 신설 등 교육구조 혁신 방안이 논의됐다고 9일 보도했다. 사진은 이번 전원회의에 참석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조선중앙TV.뉴시스 |
◆북한도 빠진 '챗GPT'…AI 학과 신설 눈길
-요새 어느 분야든 인공지능(AI)이 화제잖아. 그런데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열풍이 분다며?
-북한에서도 AI가 화제야.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달 말 열린 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12차 전원회의 확대회의에서 교육구조 혁신 방안이 논의됐다고 지난 9일 보도했어. 신문은 "올해 대학들에서 학부, 학과들을 통합 정리하고 새로운 학과들을 내오기 위한 사업을 적극 벌였다"고 밝혔는데, AI 관련 학과의 신설과 같은 혁신을 앞세워야 인재를 키워낼 수 있다고 강조한 거야.
-북한이 챗GPT에도 관심을 보인다고?
-맞아. 북한의 명문대 김일성종합대학의 홈페이지 '룡남산'에는 지난달 27일 김일성대 인공지능기술연구소가 "GPT 기술을 이용해 사람들의 정신노동까지 대신하는 높은 목표를 내세웠다"는 게시물이 올라왔어. 이 연구소는 지난 2월 북한 대외매체 '조선의 소리'와 인터뷰를 진행했는데, 미국의 '오픈AI'가 개발한 대화형 AI 서비스 챗GPT를 사용하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지. 당시 한철진 김일성대 박사는 "선진 기술을 깊이 있게 습득할 수 있는 묘리와 그것을 우리의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고 있다"고 언급했는데, 북한판 챗GPT 개발을 염두에 둔 발언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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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성종합대학 인공지능기술연구소, 중앙과학기술통보사 등 북한 연구 기관들은 최근 AI 분야 연구를 확대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2024년 3월 27일 북한 평양 만경대학생소년궁전에서 열린 학생 프로그래밍 경시대회. /조선중앙TV.뉴시스 |
-그런데 북한과 AI라니, 어울리지 않는 조합인걸.
-맞는 말이야. 북한은 전파관리법을 통해 우리나라 방송의 시청을 금지할 정도로 폐쇄적이니까. 그런데 반대로 생각해 보면 세계 최고의 해킹 실력을 자랑하는 북한이 AI에 관심을 가지는 게 아주 의외의 모습은 아닌 것 같아. 그래서인지 북한에서 AI가 올바르게 쓰일 수 있을까 우려되네.
☞<하>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