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한덕수 전 총리에 ‘원스톱 쇼핑’ 언급
관세 이어 방위비 압박, 실행 수순 나선 듯
새 정부 등장·촉박한 관세 협상 시한 활용
韓 구석으로 몰아서 원하는 것 획득 전략
최고위급 통한 정치적 돌파구 마련 필요
트럼프 위신 세워주며 성과 볼 대책 절실
무역·안보 연계보다 분리 대응 태도 중요
방위비 논의, 나토·日 사례 보며 준비해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에 8월 1일부터 적용하는 25%의 상호관세를 통보한 데 이어 주한미군 주둔비용(방위비 분담금)의 증액을 요구한 것은 앞으로 열릴 한·미 정상회담에서 무역과 안보를 연계해 최대치를 얻어내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트럼프 대통령이 4월 언급한 이른바 ‘원스톱 쇼핑’이 윤곽을 드러낸 것으로, 새 대통령을 맞은 한국에 트럼프 대통령이 안보·무역 양면에서 전방위 압박을 시작한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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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내각회의 발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왼쪽 세 번째)이 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외교안보 정책을 담당하는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두번째),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네번째)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내각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워싱턴=로이터연합뉴스 |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당시에는 한국을 ‘머니 머신’이라고 부르며 100억달러를 방위비로 내야 한다고 했으나 대선 뒤에는 구체적으로 숫자를 언급하지는 않았다가 관세 협상 시한을 막 연장한 시점에 다시 이를 꺼내 들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월 한덕수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와 통화한 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원스톱 쇼핑’을 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관세를 포함한 무역, 산업 협력 등 경제적인 이슈와 방위비 분담금 등 안보 현안까지 포괄적 합의를 추진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한국에 관세 서한을 보낸 직후 다시 방위비 문제를 거론한 것은 그의 ‘원스톱 쇼핑’이 무역·안보 전방위 압박임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준 셈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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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이 지난 7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에서 마르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 겸 국가안보보좌관과 한미 안보실장 협의를 위해 만나 악수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
특히 한국이 트럼프 대통령이 방위비 문제를 거론할 때 단골로 등장하는 나라가 되어버린 이상 어떤 식으로든 현 상황에서 변화가 있어야 트럼프 대통령을 만족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약 20일의 촉박한 무역 협상 시한도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을 몰아세우는 지렛대로 활용될 수 있다.
상대를 어려운 상황에 몰아넣고 원하는 것을 얻는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 전략이 이번에도 발현되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간 한국과 미국은 세 차례의 통상 관련 실무협의를 진행했으며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협상 시한 마감을 앞두고 5일 한번 더 미국을 방문해 제이미슨 그리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를 만났다.
국내 리더십 공백으로 본격적으로 뭔가가 결정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지만 실무적인 내용은 여러 차례 논의가 됐다는 얘기다.
결국은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만나 ‘통 큰 합의’를 해야 해답이 나올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특히 통상 문제와 방위비 문제를 한 테이블에서 모두 논의해 결정할 수 있는 사람은 양국에서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밖에 없다.
다만 한국이 어려운 상황인 것은 맞지만 한국에 대한 상호관세 25%의 발효 시점이 8월 1일이라는 점에서 그 전에 한·미 정상회담을 개최하게 되면 협상의 난제를 최고위급이 정치적으로 돌파할 기회가 생길 수 있다.
모든 것을 결정하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기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을 어떻게 만족시키고, 어떻게 그의 위신을 세워주느냐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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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이 지난 7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브리핑하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재명 대통령에게 보내는 서한을 들어 보이고 있다. AP연합뉴스 |
특히 시간이 지날수록 관세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미국 시장의 등락은 특히 트럼프 대통령에게 작지 않은 부담이 될 전망이다.
무역과 안보를 연계하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의중에 따라가기보다 우리 측에선 가급적 두 사안을 분리해서 대응하는 태도도 필요하다는 조언이 나온다.
또 방위비 압박의 경우 일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등 비슷한 요구를 받고 있는 다른 국가들의 상황을 보면서 신중하게 움직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방위비 분담금을 포함한 주한미군 관련 논의는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최우선 안보 과제인 중국 견제 및 억제와 관련해 주한미군의 활동 범위와 역할을 어떻게 변화시키려 하는지에 대한 논의와 병행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주한미군의 역할이 중국 견제로 재편될 경우 트럼프 대통령의 한국의 방위비 인상 주장은 정당성이 줄어든다.
워싱턴=홍주형 특파원 jh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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