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개혁 토론회서 마주한 정청래·박찬대
李 검찰인사에 불만 터진 혁신당
당권 아닌 혁신위 택한 안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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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선거에 출마한 정청래(오른쪽), 박찬대 의원이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검찰개혁 토론회를 마치고 대화하고 있다. /뉴시스 |
<더팩트> 정치부는 여의도 정가, 대통령실, 외교·통일부 등을 취재한 기자들의 '방담'을 통해 한 주간 이슈를 둘러싼 뒷이야기와 정치권 속마음을 다루는 [주간정담(政談)] 코너를 진행합니다. 주간정담은 현장에서 발품을 판 취재 기자들이 전하는 생생한 취재 후기입니다. 방담의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 대화체로 정리했습니다.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정리=김세정 기자] -찜통더위와 함께 정치권도 달아오르고 있다. 검찰개혁 토론회에는 더불어민주당 당권주자인 박찬대·정청래 두 의원이 나란히 등장했다. 정청래 의원의 은근한 견제구에 박찬대 의원은 살짝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퇴장할 때 두 사람은 손을 꼭 잡고 '안 헤어질 결심'을 다졌다. "이거 박찬대 아니고 내찬대"라는 아재개그로 기자들까지 웃게 만든 정 의원과 더운 날씨에도 따릉이를 타고 국회를 돌아다닌 박 의원. 공통의 적은 검찰, 당권은 경쟁이다. 경쟁과 동행 사이, 미묘한 눈빛에서 '헤어질 결심' 못지않은 감정선이 스쳤달까. 하지만 같은 검찰개혁 키워드를 두고 조국혁신당은 격한 언어로 이재명 정부를 맹공했다. 형제 간의 묘한 균열을 노출한 셈이다. 국정기획위는 검찰 보고를 중단하더니 "꼭 중요한 건 아니다"라며 수위를 조절하는 모습이다.
-취임 한 달을 맞은 이재명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부동산 대책에 대해 "맛보기일 뿐"이라며 강한 드라이브 의지를 드러냈다. 남북관계 해법은 변호사 시절 부부갈등 상담 경험에 빗대 풀어냈다. 국회 로텐더홀에 세워진 나경원 의원의 농성장은 '핫플'로 떠올랐다. 여야 의원들이 줄지어 찾았고, 김민석 신임 총리까지 "단식은 하지 마시라"며 깜짝 등장했다. 이쯤 되면 농성장이 아니라 사랑방이다. 한편 안철수 의원은 당권 대신 혁신을 꺼내 들며 다시 한번 정치 실험에 돌입했다. 이 여름의 정치극은 예측불허의 전개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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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의원은 2일 검찰개혁 토론회에서 "저는 우리 박찬대 의원이 국회의원이 되기 전인 17대 국회 때부터 검경수사권 분리와 독립을 위해 노력했다"며 박 의원보다 자신이 오래 검찰개혁을 준비한 전문가라는 점을 어필했다. 생중계 카메라는 순간 당황하는 박 의원의 얼굴을 포착했다. /오마이TV 갈무리 |
◆ "이거 박찬대 아니고 내찬대"…손 꼭 잡고 '검찰개혁 투샷'
-민주당 전당대회가 한 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당권 주자 박찬대·정청래 의원의 묘한 '케미'가 연일 눈길을 끌고 있어.
-7월 2일 열린 검찰개혁 토론회에서도 두 사람은 나란히 참석해 "검찰개혁 완수"를 공언했지. 박 의원은 "추석 밥상 위에 검찰개혁을 올려드리겠다"고 했고, 정 의원은 "추석 귀향길 라디오 뉴스에서 검찰청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는 뉴스를 들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어.
-이날 정 의원은 은근슬쩍 박 의원을 향한 묘한 견제도 펼쳤어. "저는 우리 박 의원이 국회의원이 되기 전인 17대 국회 때부터 검경수사권 분리와 독립을 위해 노력했다"는 말인데 박 의원보다 자신이 오랜 시간 검찰개혁을 준비한 전문가라는 걸 어필한 거지. 현장 카메라는 곧장 박 의원 얼굴로 갔고, 박 의원은 웃으면서도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지. 기자들 사이에선 '은근슬쩍 디스한 게 아닌가'라는 반응도 나왔어.
-하지만 토론회 후 이어진 모습에선 완전히 분위기가 바뀌었어. 두 사람은 손을 꼭 맞잡고 토론장을 나오더라고. "우리는 안 헤어질 결심, 잡은 손을 놓지 않기로 했다"고 환한 미소를 지었지. 취재진이 "두 분 중 누가 당대표가 되든 검찰개혁은 되는 거네요"라고 묻자 "네, 그렇습니다"라며 한목소리를 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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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3) 정 의원은 박 의원에게 같이 차량에 탑승하자고 제안했지만, 박 의원은 자전거를 타겠다고 했다. 박 의원은 이날 서울시의 공유 자전거 서비스인 '따릉이' 자전거를 타고 국회를 돌아다녔다. /김세정 기자 |
-박 의원은 "이제 (검찰개혁의) 때가 무르익었다. 이때를 놓치면 안 된다"고 강조했고, 정 의원은 "저는 뜸이 다 들 대로 들었다고 본다"라며 웃어넘겼어. 토론회에선 미묘하게 견제하더니, 차로 이동하면서는 말 그대로 '검찰개혁 동지' 모드였던 셈이지.
-검찰 인사 관련 질문에도 톤은 같았어. 정 의원은 "정반합으로 갈 것이다"고 말했고, 박 의원은 "너무 멋있는 말"이라며 맞장구쳤지. 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대해선 정 의원은 "대통령의 결정은 늘 옳고, 성공한 결정으로 만들기 위해 당이 뒷받침해야 한다"고 말하며 '당정일체' 기조를 보였지.
-그리고 마지막 하이라이트. 차량 탑승 직전. 정 의원이 자신의 차량을 가리키며 "이거 박찬대 아니고 내찬대"라며 너스레를 떨자, 두 사람은 빵 터지더라고. 정 의원이 박 의원에게 같이 타고 가자고 하니까 "저는 자전거가 있습니다"라고 하더라고. 실제 박 의원은 그날 따릉이 자전거를 타고 국회를 돌아다니는 모습이 <더팩트> 취재진에 포착되기도 했어. 더운 날씨인데도 말이야.
-공통의 적은 검찰, 당권은 경쟁. 두 사람이 어떤 방식으로 마지막까지 이 '브로맨스'를 유지해갈지, 그리고 올 추석 밥상 위 검찰개혁 성과를 누가 먼저 올릴지, 당심의 선택이 주목되는 순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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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혁신당이 이재명 정부의 검찰 인선을 두고 연일 날을 세우고 있다. 사진은 총선 다음날인 지난해 4월 11일 조국 전 대표를 비롯한 혁신당 당선인들이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서 '검찰독재 조기종식 기자회견'을 마친 뒤 손팻말을 들고 서초역사거리 방면을 향해 행진하는 모습. /서예원 기자 |
◆ 친일파·사기꾼까지 소환…李인사에 불만 터진 '형제당'
-같은 검찰개혁 이슈인데, 조국혁신당은 분위기가 사뭇 달라. 이재명 정부의 인사가 부적절하다고 연일 날을 세우고 있어. 대선 당시 선거연대를 맺은 사이인 만큼 갈등의 온도차가 더 선명하게 드러나고 있지.
-특히 민정수석·법무차관 등 요직에 윤석열 정부 시절 잘 나가던 검사들이 포진하면서 반발이 커진 모양이더라고. 검찰 고위직 인사도 비슷한 흐름이다 보니 혁신당 내부에선 '이게 맞느냐'는 불만이 팽배한 분위기고.
-급기야 차규근 최고위원, 이광철 당무감사위원장, 이규원 전략위원장 등은 2일 국회에서 기자회견까지 열었지. 셋 다 김학의 출국금지 사건으로 기소됐다가 무죄를 확정받은 인물들인데, 당시 수사를 담당한 송강·임세진 검사가 이번엔 법무부 검찰국장과 검찰과장으로 영전한 걸 두고 강하게 문제를 제기한 거지. 이들은 "윤석열이 정해준 결론에 충실했고 윤석열 정권 최고 요직을 맡았다"며 "윤석열을 수괴로 하는 내란 세력의 난동을 딛고 출범한 정부 인사가 맞는지 의문이 든다"고 이 대통령에게 재고를 요청했지.
-발언 수위도 심상치 않아. 이규원 전략위원장은 자신의 SNS에 "노덕술이 완장만 바꿔 차고 활보하는 나라에 사는 것 같다"며 이재명 정부 인사를 친일파에 빗댔고, 사기를 뜻하는 '네다바이'라는 표현까지 꺼냈더라. 네다바이는 일본어에서 유래한 은어로 '사기꾼'이나 '협잡꾼'을 낮잡아 부를 때 쓰이는 말이래. 온라인상에서 논란되니까 지금은 삭제했대.
-차 최고위원도 지난 1일 SNS에 "매일 일기 쓰듯 페북에 의정보고하는 것도 오늘은 허탈해서 그런지 의욕이 나지 않는다"고 토로했지. 단순한 인사 반발을 넘어서, 배신감 섞인 정서가 읽히는 대목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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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혁신당 이규원(왼쪽부터) 전략위원장, 차규근 의원, 이광철 당무감사위원장은 2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대통령을 향해 검찰 고위직 인사를 재고해달라고 요청했다. /뉴시스 |
-검사 출신 박은정 의원도 가세했어. 오광수 민정수석 지명 때부터 우려를 표시했던 그는 유튜브 방송 '매불쇼'에 출연해 "정치검찰 해체 없이 제도개혁만으로 개혁은 이뤄지지 않는다"라며 "개혁입법만 추진하면 법무부 장관에 한동훈을, 검찰총장에 다시 내란수괴 윤석열을 써도 개혁이 된다는 말이냐"고 직격탄을 날렸어.
-검찰개혁을 어떻게 하느냐만큼 누가 하느냐도 중요하다는 게 혁신당의 입장으로 보이지? 아무리 제도가 바뀌어도 인물이 바뀌지 않는다면 개혁은 허상이라는 논리지.
-민주당 분위기도 점점 뜨거워지고 있어. 초반엔 지켜보자는 분위기였는데 이제는 SNS를 통해 불쾌감을 드러내는 이들도 눈에 띄어. 노종면 의원은 "인사, 비판할 만하면 비판하자"며 "그러나 비난은 다르다, 심지어 조롱이라니"라고 했고, 박찬대 의원은 "건전한 비판도 아니고 과도한 조롱과 비하는 국정 동력에 해가 될 수 있다"면서 "집권 초기 대통령 인사에 대해 도를 넘는 비난은 국정운영 동력을 약화할 수 있음을 충분히 감안해 주실 것을 요청드린다"고 당부했지. 박은정 의원을 겨냥한 거지.
-검찰개혁이라는 대의엔 동의했지만, 결국 사람 문제에서 다시 틀어진 모습같네. 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견제자가 된 지금, 과연 검찰개혁은 앞으로 어떻게 흘러갈지 궁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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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을 맡은 안철수 의원이 '대선 패배 백서 TF'를 별도 신설하고 혁신위원회는 오는 7일 정식 출범할 예정이라고 3일 밝혔다. 사진은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안 의원과 인사하고 있는 모습. /남윤호 기자 |
◆ 당권 대신 혁신…안철수의 여름은 뜨겁다
-4선 중진 안철수 의원이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으로 지명됐다며?
-맞아. 지난 2일 송언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가 안 의원을 혁신위원장으로 발탁했어. 송 위원장은 안 의원에 대해 "당 개혁 최적임자라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앞으로 당 내외 다양한 인사를 혁신위원으로 모시고, 혁신에 대한 논의를 집중적으로 속도감 있게 진행하겠다"고도 했어.
-안 의원은 당대표 출마설이 솔솔 흘러나왔는데 결국 혁신위원장을 맡은 셈이네.
-그렇지. 혁신위는 간단히 말해 당을 어떻게 바꿔야 할지 미래 계획을 세우는 기구야. 사람도 뽑고, 전략도 짜는 거지. 당권 경쟁보단, 먼저 당을 바꿔보겠다는 쪽으로 방향을 튼 것 같아. 선당후사가 아닐까. 혁신위 출범 전부터 벌써 인사 지원자가 너무 많아서 고민이라고 하더라. 다만 안 의원은 "대선 패배 백서는 과거에 대한 전체적인 성찰을 담당하고 혁신위는 미래에 대한 계획을 세우고, 미래 지향적 관점을 세우겠다"고 선을 그었어.
-백서와 혁신위는 별개로 갈 것 같아. "백서 쓰다 혁신위 활동이 끝나는 거 아닌가"라는 세간의 우려를 전해 들었는지 안 의원은 "시간 제약을 누구보다 아는 사람으로서 백서는 외부에서 전문가를 모셔 와 TF를 따로 만들 것"이라고 했어.
-혁신위 구성은 어떻게 될까도 궁금해. 총 7명 정도로 꾸릴 거라는데, 현역 의원 2명, 원외 당협위원장 2명, 외부 인사 2명 정도 구상 중이래. 당에서 말하는 '중수청'(중도·수도권·청년), 이 세 그룹의 목소리를 다 담겠다는 의도야. 누가 들어갈지는 아직 비밀이래. 안 의원은 여름휴가도 못 갈 정도로 혁신위 활동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도 드러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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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의원은 "많은 국민이 찬성하는 혁신안에 대해선 비대위에서도 이를 수용해야 국민 눈높이에 부합하는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라며 혁신위 활동에 자신감을 보였다. /국회사진취재단 |
-그런데 혁신위가 뭘 하더라도, 당에서 안 받아준다면 의미가 없잖아.
-그게 핵심이야. 안 의원은 "많은 국민이 찬성하는 혁신안에 대해선 비대위에서도 이를 수용해야 국민 눈높이에 부합하는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였어. 동시 출범한 세 특검이 수사에 속도를 한창 낼 때면 당의 위기의식은 더욱 커질 테니, 그때 혁신안의 영향력도 커질 거라는 판단이지.
-당권 대신 혁신을 택한 안철수의 선택, 그 끝에 당의 변화가 있을지, 아니면 또 하나의 '용두사미'로 남을지는 지켜봐야겠어.
☞<하>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