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법상 국무위원은 겸직 예외
현직의원 낙마 사례 한번도 없어
청문회 통과 고려 조치 분석 제기
겸임 때 입법 활동 감소 지적 속
‘행정부 견제’ 유명무실 우려도
이재명 대통령이 정성호 의원을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윤호중 의원을 행정안전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하면서 ‘의원 출신 장관’ 비중이 크게 높아지고 있다.
이로써 이 대통령이 지명한 총리·장관 후보자 가운데 절반 가까이가 현직 국회의원 신분을 유지하는 셈으로, 인사청문회 제도 도입 이후 가장 높은 겸직 비율을 기록할 가능성이 커졌다.
높은 청문회 통과 가능성 등을 고려한 조치로 풀이되지만 입법부의 종래 목적인 ‘행정부 견제’가 자칫 유명무실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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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이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장관급 추가 인선을 발표하고 있다. 남정탁 기자 |
이 중 정·윤 후보자를 포함, 8명이 지역구 국회의원 신분이다.
전체 후보자 중 44.4%가 현직 의원이다.
헌법은 국회의원의 겸직을 금지하고 있지만, 국회법에선 국무위원은 예외대상으로 하고 있다.
비례대표 국회의원은 지명 시 의원직을 사퇴하는 것이 관례다.
현직 의원이 단 한 번도 낙마하지 않았던 사례를 고려하면 지역구 국회의원직과 국무위원을 겸직하는 비중이 40%가 넘는 건 실현될 가능성이 높다.
실현될 경우 2005년 인사청문회 도입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현재 최고비중은 문재인정부로 48명 중 18명, 37.5%다.
대통령실은 시급한 국정운영을 위한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강훈식 대통령실 비서실장은 인선발표 후 기자들과 만나 “인수위원회가 있었다면 좀 더 시간이 있고 국정공백을 메울 여유가 있었을지도 모르겠지만 막중한 현안 속에서 긴급하게 인사를 해야 할 상황이라는 것을 아시리라 생각한다”며 “당과 대통령실이 하나가 되어 지금까지 해온 것에 대한 신뢰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 면에서 현직 의원이 많이 발탁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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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29일 기획재정부와 법무부 등 6개 부처의 내각 인선을 단행했다. 사진은 2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내 층별 안내도 뉴스1 |
역대 정권은 여지없이 출범 초반 인사청문회에서 각종 논란 등으로 후보자들이 낙마하면서 정권 운용에 차질을 빚어왔다.
국회의원 경력자가 청문회에서 낙마하지 않았던 전례를 고려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의원들이 청문회에서 낙마하지 않은 이유로는 선거 등을 거치면서 ‘검증’을 거쳤던 것과 다른 의원들의 ‘동료 의식’ 정도도 거론된다.
원내 과반(151석)을 넘어 167석으로 절대 과반수를 차지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상황상 의원 겸임 장관이 다수 나오더라도 법안 통과 등에 큰 차질을 빚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전임 윤석열정부에는 ‘소수여당’ 한계 등으로 국회의원 겸직 장관이 3명(추경호·박진·권영세)에 불과했다.
이 밖에 검증된 능력자를 선호하는 이재명 대통령의 성향이 작용한 결과라는 해석도 있다.
국회의원의 장관직 겸임을 놓고 ‘삼권분립’에 역행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은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국회의원의 장관직 겸임을 놓고 여당의원들이 대통령실에 ‘반기’를 들지 못하는 이유라는 지적이 있어왔다.
국회의원의 본래 목적인 입법활동에 제한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국회입법조사처의 2019년 연구결과에 의하면 제17∼20대 국회에서의 의정활동을 분석한 결과 현직 국회의원이 행정각료를 겸직할 경우 대표 발의건수가 14.5건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창렬 용인대학교 교양학부 교수는 세계일보와의 통화에서 “현재의 헌법·법률체계에서는 (의원의 장관 겸임이) 문제는 전혀 없지만 대통령제하에서는 좀 안 맞는 것도 사실”이라면서 “큰 문제는 없다고 보지만 숫자가 많다.
자제할 필요는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이도형 기자 scop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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