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간 상임위원장 배분 협상이 25일 공회전을 거듭했다.
이재명 대통령의 추가경정예산(추경) 시정연설을 위한 국회 본회의를 하루 앞두고 추경안 처리를 위한 예산결산(예결)특별위원회 구성이 한창이지만, 법제사법(법사)위원장 등 핵심 쟁점을 두고 여야는 전혀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는 이날 국립대전현충원을 찾아 채해병 묘역을 참배한 뒤 기자들과 만나 “아무리 협상과 협치가 중요하지만, 그것이 원칙을 훼손하는 일이면 극도로 신중하겠다”고 말했다.
![]() |
국민의힘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왼쪽)과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25일 대전 유성구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6·25전쟁 제75주년 기념 행사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대전=뉴시스 |
민주당은 법사위원장을 야당에 내줄 경우, 법안 처리가 번번이 가로막혀 국정운영 동력을 상실할 것이라고 보고 법사위원장직 양보 가능성을 굳게 닫아둔 상태다.
다만 김 원내대표는 “(야당과) 계속 만나는 수밖에 없다”며 원 구성 협상 여지는 열어뒀다.
반면 국민의힘은 이날도 정부와 거대 여당을 견제해야 한다는 취지로 법사위원장직을 강력히 요구하며 물러서지 않았다.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어제 진행 상황을 볼 때는 민주당이 조금도 상임위원장 배분과 관련해 전혀 양보하거나 조정할 의향이 없는 거로 비친다”며 “상임위원장 중 법사위원장은 국회의장을 배출 안 한 2당이 하는 게 국회 내 견제와 균형에 부합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법사위원장을 여당이 되고서도 끝까지 고집한다는 건 ‘법사위원장을 꼭 가져야 하는 다른 상황을 고려하는 거 아닌가’ 우려를 하는 분들이 계시다”고 날을 세웠다.
현재 장관 후보자 지명과 원내대표 선출 등 사유로 위원장이 공석이 된 상임위는 법사·예결·운영·기획재정(기재)·문화체육관광위 총 5곳이다.
이 중 기재위원장 자리를 빼고는 모두 민주당 몫이었다.
국민의힘은 야당이 법사위와 더불어 예결위원장직을 맡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민주당은 지난해 원내지도부가 합의한 ‘2년 임기’의 원 구성을 유지해야 한다며 맞서는 상황이 반복되는 중이다.
여야 간 원 구성 협상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예결위원장 임명만 원포인트로 처리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민주당은 6월 임시국회 마지막 날인 7월4일까지 추경안을 처리하려면 이번 주 내에 예결위원장을 선출하겠다는 방침이다.
김 원내대표는 “너무 오래 끄는 것도 국회를 원활하게 운영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최대한 논의하되, 결정할 시간이 되면 결정하겠다”며 여당 주도로 원 구성을 단독 의결하는 가능성도 시사했다.
다만 여당이 원 구성 협상을 일방적으로 마무리 지을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한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인준부터 원 구성까지 국민의힘은 반대만 할 것이 뻔하다”며 “그렇다고 모든 사항을 단독 처리할 수도 없는 상황이니 속도 조절을 해 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각에선 민주당이 예결위원장직을 양보하며 협상을 이끌어가는 방안도 거론된다.
민생경제 활력을 위해 추경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뒷받쳐주는 상황에서 야당에서 예결위원장을 맡더라도 무리하게 추경안 처리를 지연시키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예측이다.
다만 국민의힘 원내핵심관계자는 “지금까지 (민주당과) 몇 차례 협상하는 중에 전혀 그런 뜻을 보이지 않았다”며 “(민주당이) 지금은 협치·소통을 말하지만, 민주당의 일당독재 모습을 국민들에게 보여주지 않기 위한 제스처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김나현·조병욱 기자
<본 콘텐츠의 저작권 및 법적 책임은 세계일보(www.segye.com)에 있으며, 뽐뿌는 제휴를 통해 제공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