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亞동맹도 동일 기준 요구 관측
미국산 첨단무기 더 팔려는 포석
방위비분담금 증액도 함께 압박
日도 트럼프 ‘3.5%’ 요구에 반발
軍 안팎 “전작권 등 패키지딜 고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22일(현지시간) 국방비를 국내총생산(GDP)의 5%까지 증액하기로 합의하면서 미국이 한국 등 아시아 동맹국에도 나토와 동일한 수준의 국방비 지출 확대 기조를 적용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미국의 군사력으로 국제 질서를 유지하던 과거에서 벗어나 주요 동맹국들이 더 많은 국방비를 지출, 군사력을 확충해서 자국의 안보를 지키도록 요구하는 상황에서 한국도 유럽 못지않은 ‘안보 청구서’를 받을 가능성이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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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경기도 동두천시 캠프 케이시에서 열린 주한미군 순환배치 여단 임무교대식에서 주한미군 장병이 태극기와 성조기를 향해 경례하고 있다. 연합뉴스 |
한국은 북한의 군사적 위협 대응에 필요한 무기 구매 및 기술 연구, 장병 복지 확대를 위해 국방비를 지속적으로 증액해 왔다.
이에 따라 올해 국방비는 61조2469억원으로 GDP 대비 2.32%에 이를 정도로 확대됐다.
GDP 기준으로는 상당수 유럽 국가들보다 국방비 비중이 높다.
하지만 미국은 아시아 동맹국에도 국방비 인상 압박을 지속하는 모양새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3월 마련한 ‘임시 국방 전략 지침’에서 중국의 대만 침공 대비와 미 본토 방어를 강조하면서 북한 등의 위협 대응은 동맹국들에 대부분 맡기는 방안을 구상했다.
미국의 안보 부담을 줄이고 동맹국의 기여를 늘리겠다는 방침이다.
결과적으로는 국방비가 증액되며, 이 과정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동맹국의 군사력 강화를 돕는다는 명분으로 미국산 첨단 무기를 판매하면 미국은 경제적 이익도 얻게 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월 한덕수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 총리와 통화한 뒤 이른바 ‘원스톱 쇼핑’을 선호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관세를 포함한 무역, 산업 협력 등 경제 이슈뿐 아니라 방위비 분담금 등 안보 현안까지 아우르는 포괄적 합의를 추진하겠다는 의중으로 해석됐다.
한국의 경우 GDP 대비 국방비 비율을 5%까지 증액한다면 국방예산을 약 130조원으로 늘려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주한미군 방위비분담금 대폭 증액 필요성을 언급했던 것을 감안하면, 국방비와 방위비분담금 증액 압박이 함께 이뤄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미 동맹 차원에서 미국의 요구를 수용할 필요가 있지만 세수 문제와 복지 분야 지출 증가, 경기 부양 등을 고려해야 하는 정부로서는 국방비 대폭 증액이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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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안팎에선 국방비 증액 외에도 한·미가 협의해야 하는 안보 이슈들을 한데 모아서 ‘패키지 딜’을 시도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미 동맹은 주한미군 전략적 유연성 확대와 주한미군 임무 및 구조 변화, 방위비 분담금 대폭 증액, 한국군의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등 풀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
이 과제들은 상당한 수준의 군사적 비용 지출이 직간접적으로 수반되는 사안들로 한국의 국방비 증액과도 관련이 있다.
일정한 국방지출 증액과 미국산 무기 수입확대가 불가피할 경우 국방 관련 기술 이전을 얻어내는 것 등이 한국 정부의 협상 과제가 되어야 할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정부 소식통은 “북한 위협 등을 감안하면 국방비는 증액해야 하지만, 정부 차원의 면밀한 검토를 거쳐야 하는 사안”이라며 “다른 동맹국들의 움직임 등 다양한 변수를 고려하면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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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기에 브뤼셀의 나토 본부에서 나토 깃발과 미국 깃발이 나란히 휘날리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
유럽에서는 나토 회원국인 스페인이 “불합리한 요구”라는 입장을 보였다.
지난해 기준 스페인의 국방비 비중은 GDP 대비 1.24%에 불과하다.
일본은 예정된 양국 외교·국방장관(2+2) 회의를 전격 취소하며 거부감을 드러냈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미국 측이 일본 방위비를 GDP 대비 3.5% 수준으로 인상하는 방안을 타진해 왔고, 예정대로 회의를 열면 증액 요구를 공식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해 취소를 결정했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은 23일 기자회견에서 미국의 방위비 인상 요구 관련 보도를 부인하면서도 “중요한 것은 금액이 아니라 방위력 내용이라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박수찬·임성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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