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집중화 심화…국가 불균형 갈수록 심각
양질의 일자리 창출과 복지·문화 인프라 필수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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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으로 모든 것이 쏠리면서 지방소멸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와 정치권은 지방소멸을 막겠다며 지역균형발전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과 여의도 건물이 불을 밝히고 있는 반면 지방은 빈집들이 방치되고 있다. /더팩트 DB·이철영 기자 |
기울어진 운동장. 한쪽으로 쏠려있는 경우를 비유한다. 대한민국도 기울어진 운동장이다. 수도권에 모든 것이 집중되면서다. 반대로 지방은 소멸 일보 직전이다. 지금 당장 무게 추를 맞춰야 한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지역균형발전 공약으로 '5극 3특'(5대 초광역권과 3대 특화권역)을 제시했다. 이 대통령은 전국을 두루두루 살펴 지역을 고루고루 발전시켜야 한다. <더팩트>는 지난 대선 기간 전국의 젊은 귀촌·귀농인들을 만나 [인터뷰]하며 그들이 싹틔운 희망을 통해 지방소멸 진단과 대안을 모색하고자 총 9편의 [고루고루]를 기획했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이철영·신진환·김정수 기자] '말은 제주로 보내고 사람은 서울로 보내라.' 대체로 알고 있는 이 속담은 결국 지역 불균형을 초래했다. 지방에서 '서울로~ 서울로~'는 지방소멸과 함께 수도권 과밀화의 원인이 됐다. 여기에 초고령사회로 접어든 지금 심각한 수도권 밀집 현상은 지역균형발전을 가로막는 것은 물론 젊은층이 빠져나간 지역의 소멸을 앞당기는 지경에 이르렀다.
지난 대선 당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는 지역균형발전에 한 목소리를 냈다. 두 후보는 용어는 다르지만 맥락은 같았다. 당선 된 이 대통령은 후보 당시 '5극 3특' 중심 균형발전 기반 마련하겠다고 공약했다. 수도권 '1극'에서 벗어나 5대 초광역권(수도권·동남권·대경권·중부권·호남권)과 3대 특별자치도(제주·강원·전북)를 중심으로 균형발전의 기반을 마련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대선 후보의 주요공약이었을 정도로 지역균형발전은 우리나라의 미래가 걸린 핵심 과제다. 더는 미룰 수도, 미뤄서도 안 되는 중차대한 문제다. 그러나 정부와 국회의 갖은 노력에도 수도권 집중화가 지속하면서 국가가 불균형 상태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급격한 인구감소와 저출생 문제가 맞물려 지역 사회는 고사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수도권 공화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통계상 국민 두 명 중 한 명은 수도권에서 살고 있기 때문이다. 통계청이 3월에 발표한 '2024 한국의 사회지표'에 따르면 지난해 총인구 5175만명 가운데 수도권(서울·경기·인천)의 인구가 2630만명이다. 전체 인구의 50.8% 규모다. 수도권 인구 비중이 2019년 처음으로 50%를 기록한 이후 매년(50.2%→50.4%→50.5%→50.7%) 증가하고 있다. 특히 청년들의 지방 전출이 느는 추세다.
인구 유출에 따른 지방의 상황은 심각한 수준이다. 한국고용정보원에서 발표된 보고에 따르면 2023년 2월 기준 전국 228개 시·군·구 가운데 '소멸위험지역'은 118개(51.8%)이다. 특히 전북은 14개 시군구 중 전체 92.9%에 달하는 13곳이 소멸위험시군구로 나타났다. 이밖에 △강원 18개 시군구 중 16곳(88.9%) △경북 23곳 중 20곳(87%) △전남 22곳 중 18곳(81.8%)으로 집계됐는데, 경기(31곳 중 5곳, 19.4%)와 네 배 이상 큰 격차를 보였다.
지방의 인구감소 주요 원인은 복합적 요인이 작용한다는 것이 중론이다. 지역 내 일자리 감소와 복지서비스, 교육, 의료, 문화, 교통 등 상대적으로 부족한 기본 생활 인프라의 등이 직접적 요인으로 꼽힌다. 그렇다 보니 삶의 질을 중시하는 경향이 강한 20·30 청년세대가 수도권으로 쏠릴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갈수록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격차는 점점 벌어질 것이고 결국엔 국가의 지속가능한 발전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는 이유다.
정부와 국회도 심화하는 지역 축소 흐름에 대응하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국회의 제정에 따라 2023년부터 지역 특성을 반영한 맞춤형 지원과 보육·교육·의료·주거·문화 등 인구감소지역에 대한 특례 등이 포함된 '인구감소지역 지원 특별법'이 시행되고 있다. 과거 노무현 정부 '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회', 이명박 정부 '지방분권 촉진위원회', 박근혜 정부 '지방자치발전위원회', 문재인 정부와 윤석열 정부는 '자치분권위원회'를 구성하고 지자체의 권한 강화와 자율 제고 등 시책을 추진했지만, 현 상황을 놓고 볼 때 뚜렷한 성과를 얻었다고 하기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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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4일 제21대 대통령 취임식 취임사에서 "수도권 집중을 벗어나 국토균형발전을 지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배정한 기자 |
이재명 정부도 지역균형발전을 주요 국정과제로 보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4일 취임사에서 "모두 함께 잘 사는 나라를 만들겠다. 자원이 부족했던 대한민국은 특정한 지역, 기업, 계층에 몰아 투자하는 불균형발전성장전략으로 세계 10위 경제대국으로 압축 성장 했다"며 "그러나 이제는 불균형성장전략이 한계를 드러내고, 불평등에 따른 양극화가 성장을 가로막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제 지속적 성장을 위해서는 성장발전전략을 대대적으로 전환해야 합니다. 균형발전, 공정성장 전략, 공정사회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수도권 집중을 벗어나 국토균형발전을 지향하고, 대·중·소·벤처기업과 스타트업이 유기적으로 협력하는 산업생태계를 만들고, 특권적 지위와 특혜가 사라진 공정사회로 전환해야 한다"고 국정방향을 제시했다.
이춘석 대통령 직속 국정기획위원회 경제2분과장은 지난 20일 국토교통부 업무보고에서 "대한민국의 진짜 성장을 위해서는 국토교통부가 균형발전 주무부처로서 실질적인 균형발전 전략을 마련해 나가야 한다"면서 특히 "소외되고 소멸 중인 지방을 다시 살리기 위한 이행가능한 균형발전 정책을 마련하여 줄 것"을 주문했다.
고령화가 심각한 지방 중소도시 중심으로 청년 인구를 유입하기 위해 다양한 '유인책'을 내놓고 있다. 대체로 출산 장려금, 학자금 대출 이자와 구직활동비 지원, 청년 공공임대 주택과 창업 비용 저리 대출 등이다. 최근 전북 김제시와 경북 안동시 등이 인구 순유입에 성공했지만, 여전히 소멸위험지역군에 속한 많은 지자체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중앙정부 차원에서도 출생률 제고와 다양한 국가균형발전 사업을 추진하며 막대한 예산을 쏟아붓고 있어도 한계를 보이는 실정이다.
지역 사회에서는 핵심은 '일자리'라는 분석이 많다. 희망하는 양질의 일자리가 있어야 청년들이 지방을 이탈하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다. 배수민 사단법인 분권균형 간사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지방에 청년 일자리가 많이 부족한 상황인 데다 청년들이 중소기업을 기피하고 있다"라며 "(지방의 청년 인구 유출 원인은) 아무래도 일자리 문제가 가장 크다"라고 말했다.
복지와 문화 생활 등 정주 여건을 개선하는 것도 당면한 과제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신대운 사단법인 분권자치연구소 이사장은 통화에서 "만약 지자체에서 1억원을 지원한다고 했을 때 신혼 또는 예비부부가 지방으로 와 아이를 많이 낳을까"라고 되물으면서 "경쟁력에서 떨어지면 안 되기에 서울이나 수도권으로 올라가 출산하지, 여기(지방)에서 낳고 살자고 한다면 하나의 비웃음거리가 되는 것밖에 안 된다"라고 짚었다.
신 이사장은 "이미 우리나라의 모든 수준은 세계적인 수준에 와 있다. 특히 지방은 수도권 못지않게 자연스럽게 따라갈 수 있는 만큼의 수준으로 준비돼 있다고 생각한다"라면서 "젊은이들이 지방에서 살 수 있도록 하는 '가치'를 만들어야 한다. 좋은 일자리, 여가, 문화 등 즐길 수 있는 것이 같이 와야 한다. 정치권이 수도권으로 쏠린 국민을 설득할 수 있을 만큼의 구체적인 내용을 내놓을 수 있을 정도의 과감한 판단이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