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대일 우호 행보 이어가…이시바도 화답
위안부·강제징용·사도광산 등 문제 산적
광복 80주년 한일 양국 메시지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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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이후 '미래지향적' 관계를 강조하며 일본과의 거리를 좁히고 있다. 사진은 17일(현지시간) 캐나다 앨버타주 카나나스키스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계기 한일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이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악수하는 모습. /뉴시스 |
[더팩트ㅣ송호영 기자] 한국과 일본에 훈풍이 불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전 대일(對日) 관계에 강경한 태도를 보였던 것과 달리 '미래지향적' 관계를 강조하며 일본과의 거리를 좁히면서다. 올해 한일 수교 정상화 60주년을 맞아 한일 관계의 발전을 기대하는 목소리와 함께 과거사 문제가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 대통령은 취임 이후 일본과 친밀감을 강조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취임 후 5일 만인 지난 9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통화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이은 두 번째 정상 통화였다.
이 대통령은 이시바 총리의 축하에 사의를 표하며 "오늘날의 전략적 환경 속에서 한일 관계의 중요성이 더욱 증대되고 있음을 강조하고, 한일 양국이 상호 국익의 관점에서 미래의 도전 과제에 같이 대응하고 상생할 수 있는 방향을 모색해 나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캐나다 카나나스키스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도 한일 관계 개선에 나섰다. 이 대통령은 지난 17일(현지시간) 이시바 총리와의 한일 정상회담에서 "가까운 관계에 있고, 또 보완적 관계에 있는 한국과 일본이 많은 부분에서 협력하면 서로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오늘을 계기로 한국과 일본이 미래지향적으로 조금 더 나은 관계로 발전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는 과거사 문제와 협력할 부분을 분리하자는 의미로 해석된다.
지난 16일 이 대통령은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맞아 주한 일본대사관이 서울 롯데호텔에서 개최한 리셉션 행사에 영상 축사를 보냈다. 이 대통령은 축사에서 "격변하는 국제 정세 속에서 우리 양국은 함께 대응 방안을 모색해야 하는 중요한 파트너"라며 "그동안의 성과와 발전을 바탕으로 앞으로도 한일관계에 안정적이고 미래지향적인 발전이 이뤄지길 소망한다"고 강조했다.
이시바 총리도 화답했다. 이시바 총리는 캐나다에서 귀국한 지 하루만인 19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한일 수교 60주년 리셉션에 참석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일본과 한국을 둘러싼 전략적 환경이 엄중해지고 있기에 더욱 서로 손잡고 나은 미래를 향해 새로운 한 걸음을 내딛자"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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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양국이 미래지향적 관계를 강조하고 있지만 위안부 문제, 강제징용 피해자 제3자 변제안 문제, 사도광산 추도식 등 과거사 문제가 산적해 있다. 사진은 2023년 3월 6일 오전 박진 당시 외교부 장관이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일제 강제징용 피해 배상 해법을 발표하는 모습. /이동률 기자 |
이렇듯 한일 양국이 '미래지향적 관계'를 강조하며 훈풍이 불고 있지만 과거사 문제는 여전히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위안부 문제, 강제징용 피해자 제3자 변제안 문제, 사도광산 추도식 문제 등이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일본군 강제 위안부 문제는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사안이다. 현재 생존한 위안부 피해자는 6명밖에 남지 않았다. 지난 2015년 12월 28일 당시 박근혜 정부와 일본 아베 신조 내각은 한일 위안부 문제 협상에 합의했다. 당시 양국의 외무장관 명의로 발표된 합의문에서 위안부 문제를 완전히 매듭짓자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는 "최종적 및 불가역적으로 해결"이라는 표현이 사용돼 문제가 됐다.
일본 정부는 합의에 따라 피해자 지원을 위한 재단에 10억엔을 출연하고, 위안부 문제에 대해 "책임을 통감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위안부 피해자들은 합의에 자신들의 입장이 반영되지 않았다며 반발했다. 이후 문재인 전 대통령이 2017년 취임 후 첫 정상 통화에서 "위안부 합의는 우리 국민이 정서적으로 수용할 수 없다"고 말하면서 한일 관계는 다시 경색됐다.
강제징용 문제도 남아 있다. 한국 대법원이 2018년 10월 말 일본제철 강제징용 소송 판결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리자 한일 관계는 더욱 악화했다. 일본은 판결에 반발해 2019년 7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제조 핵심 소재의 한국 수출을 제한했다. 이에 반발해 한국에서는 이른바 'NO 재팬 운동'으로 불리는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확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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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주한일본대사관 주최 한일국교정상화 60주년 행사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기념 메시지 영상이 나오고 있다. /뉴시스 |
상황은 2023년 윤석열 정부가 '제3자 변제안'을 발표하며 반전됐다. 당시 안은 행정안전부 산하 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 징용 전범 기업을 대신해 피해자들에게 변제하는 방식이었다. 이재명 정부가 제3자 변제안을 유지하기로 하면서 일본이 환영하고 있지만 문제가 완전히 해결된 것은 아니다.
이 대통령은 사도광산 논란 역시 해결해야 한다. 일본 정부는 사도광산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위해 우리 정부의 지지를 요청하며 약속했던 조선인 노동자 관련 전시 및 추도식 관련 사항을 지키지 않고 있다.
이른바 '7광구'를 둘러싼 문제 또한 복병이다. 지난 1978년 6월 발효된 '양국에 인접한 대륙붕 남부 구역 공동개발에 관한 협정'(JDZ협정)은 50년 유효 기간이 만료되기 3년 전인 22일부터 협정 종료를 선언할 수 있다. 이날은 공교롭게도 수교일 당일이다. 이에 일본이 협정을 종료하고 독자 개발에 나설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광복 80주년인 8월 15일 전후 한일 양국이 내놓을 메시지에 이목이 쏠린다. 메시지에 따라 한일 관계가 급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 11일 일본 산케이신문은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전후 80주년을 맞아 관련 메시지 발표를 검토하고 있으며 내용은 2015년 아베 신조 전 총리가 발표했던 전후 70주년 담화와 비교해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아베 전 총리는 2015년 담화에서 "일본은 지난 대전에서의 행동에 대해 거듭 통절한 반성과 진심 어린 사죄의 마음을 표명해 왔다"고 한 바 있다. 이는 무라야마 도미이치 전 총리의 전후 50주년 담화,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의 전후 60주년 담화에서 사죄와 반성이 '현재형'으로 표현된 것과는 다르다.
이원덕 국민대 일본학과 교수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일본이 과거사 문제를 매듭지었다고 보는 태도를 고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교수는 "예컨대 사도광산은 매년 추도식을 할 때 일본이 내용을 어떻게 담느냐가 문제인데, 우리가 '강제동원'이라는 개념을 써야 한다고 끝까지 요구하면 일본은 따라오지 않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어 그는 "이 대통령이 8·15 경축사에서 일본 문제를 어떻게 언급하는지와 이시바 총리가 패전 80주년에 내놓을 담화 내용에 따라 양국의 국민감정이 변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또한 "일본은 늘 어느 정도의 도발을 해왔고, 앞으로도 과거사에 대한 거슬리는 언급들이 나올 수 있다"며 "우리가 일희일비하며 대응할 것인지, 객관적으로 문제를 볼 것인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일 관계가 오랫동안 과거사 문제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는데, 우리 측의 의지가 중요하다고 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