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통상 대통령실을 찾는 내·외빈에게 선물용으로 제작해온 이른바 '대통령 시계'에 대해 "필요하지 않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두고 더불어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나랏돈을 아끼겠다는 의식이 철저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전현희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9일 유튜브 채널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 출연해 지난 7일 전·현직 당 지도부 일원으로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서 이 대통령과 만찬을 함께 한 일화를 전했다.
전 최고위원은 만찬을 끝낸 뒤 관저를 떠나면서 몇몇 의원들이 '대통령 시계'는 없냐고 장난스레 묻자 이 대통령이 "그런 게 뭐가 필요하냐"고 우스갯소리로 답했다고 했다.
전 최고위원은 이에 대해 "예산을 함부로 쓰지 않으려는 의식이 확고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러면서 "나랏돈을 아끼겠다.
이런 의식이 너무 철저하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역대 대통령들은 대통령실 초청 행사를 하는 경우 통상 내·외빈에게 답례품을 지급해 왔다.
특히 대통령의 친필 사인과 대통령을 상징하는 봉황이 새겨진 손목시계, 일명 대통령 시계가 인기를 끌었다.

앞서 윤석열 전 대통령은 취임 약 2주 만에 '기념품 1호'로 대통령 시계를 제작해 공개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도 취임 3개월 차에 기념품용으로 '문재인 시계'를 제작해 찻잔 세트와 함께 공개한 바 있다.
한국에서 가장 먼저 기념 시계를 제작한 대통령은 박정희 전 대통령으로, 이후 역대 대통령들이 기념 시계를 제작해 답례품으로 지급하는 것은 관례처럼 이어져 왔다.
이 대통령은 실용주의를 강조해 온 만큼 '이재명 시계'를 볼 수 없을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 대통령은 지난 선거 기간 내내 불필요한 세금 낭비를 막겠다고 강조해왔다.
취임 이후에도 예산 낭비에 각별하게 신경 쓰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보수가 마무리될 때까지 윤석열 전 대통령이 사용한 한남동 관저에서 지내기로 한 것도 제3의 공간을 사용하게 될 경우 혈세만 낭비된다는 이유에서다.
이날 만찬에서는 "이재명 정부의 성공은 국민의 삶이 가시적으로 나아져야 한다"는 취지의 대화가 오간 것으로 전해졌다.
방송에 함께 출연한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이에 대해 "우리가 이재명 정부 성공을 위해서 각자 위치에서 열심히 노력하자 그런 메시지"였다며 "이 대통령도 그런 주문을 하셨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 대통령은 9일 페이스북을 통해 "최근 라면 한 봉지 가격이 2000원을 넘어서는 등 급등한 생필품 가격으로 국민 여러분의 부담이 크게 늘어난 현실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물가 안정과 경제 회복을 위해 모든 수단을 총동원하겠다"고 했다.
이어 "물가 동향을 면밀히 살피고, 필요하다면 즉각적으로 조치를 시행할 수 있게끔 준비할 계획"이라며 "공직자의 한 시간이 5200만 시간의 가치가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며, 민생과 경제 회복을 위해 온 힘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현정 기자 kimhj202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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