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보복 않겠다"면서도?내란 처벌엔 강경 메시지
'정치보복 vs 내란 종식' 딜레마…통합 리더십 시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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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리는 제21대 대통령 취임선서에 참석하기 위해 인천 계양구 사저를 출발하며 주민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남용희 기자 |
[더팩트ㅣ국회=김시형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일성으로 '모두의 대통령'을 내세우며 국민 대통합 의지를 드러냈다. 당선 시 입법과 행정을 동시 장악한 '역대 가장 강력한 대통령'이 될 것이라는 관측을 의식한 듯 유세 기간 내내 "정치보복을 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내란 종식을 위한 처벌에는 강경 메시지를 내면서 이 대통령의 통합 리더십이 시험대에 올랐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대통령은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로텐더홀에서 열린 제21대 대통령 취임사에서 "국민 통합을 동력으로 삼아 위기를 극복하겠다"고 밝혔다.
푸른색과 붉은색이 어우러진 넥타이를 매고 등장한 이 대통령은 '모두의 대통령'을 언급하며 통합 의지를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이번 대선에서 누구를 지지했든 크게 통합하라는 대통령의 또 다른 의미에 따라, 모든 국민을 아우르고 섬기는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통합은 유능의 지표이며 분열은 무능의 결과다. 국민 삶을 바꿀 실력도 의지도 없는 정치 세력만이 권력 유지를 위해 국민을 편 가르고 혐오를 심는다"며 "분열의 정치를 끝낸 대통령이 되겠다"고 약속했다.
이 대통령은 당선이 확실시된 이날 새벽 여의도 야외무대 연설에서도 국민 통합을 국정 운영 포부로 내세웠다. 그는 "국민들의 삶을 대신 책임지는 일꾼들인 정치인이 편을 갈라 싸우는 건 피할 수 없더라도 국민들이 서로 증오하고 혐오할 필요는 없다"며 "대통령의 책임은 국민을 통합시키는 것인 만큼 모두가 어우러져 함께 살아가는 세상을 함께 만들어가자"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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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가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로텐더홀에서 취임 선서를 마치고 나와 잔디광장에 모인 시민들을 향해 하트를 만들어 보이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
이 대통령은 정치권 일각의 관측을 의시한 듯 유세 기간 내내 정치보복설에 선을 그었다. 그는 대선 선거운동 첫날인 지난달 12일 경기 화성시 동탄 유세에서 "우리는 사적 복수를 위해 권력을 유치하게 남용하는 존재들이 아니다"라며 "치사하게 정적이라고 뒤를 파고 다니는 일은 절대로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같은 날 대전 유세 현장에서도 "나라 살림 하라고 국민의 삶을 살피라고 권력을 주고 예산을 맡겼더니, 겨우 하는 짓이 정적을 어떻게 죽여 없앨지만 고민한다"며 "그 아까운 역량들을 낭비하면 어떻게 하느냐. 우리는 그러지 말자"고 강조했다.
같은 달 24일 경기 시흥시 유세에서도 "저나 민주당에게 가혹한 일을 많이 벌인 쪽에서 똑같이 당하지 않을까 걱정하는 모양인데 그런 걱정은 붙들어 매라"며 "우리는 그렇게 졸렬한 집단이 아니다"고 말했다. 지난 4월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 토론회에서도 "할 일이 얼마나 많은데 그런 일(정치보복)로 시간을 낭비할 수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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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로텐더홀에서 열린 취임선서에 참석한 가운데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시선을 회피하고 있다. /배정한 기자 |
정치보복에는 선을 그으면서도 '내란 종식'을 위한 책임자 처벌에는 강경 메시지를 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취임사에서 "국민이 맡긴 총칼로 국민주권을 빼앗는 내란은 다시는 재발해선 안 된다"며 "철저한 진상규명으로 합당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선 과정에선 내란에 가담한 처벌 대상자 범위를 구체적으로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지난달 30일 JTBC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계엄에 책임있는 자들이 아직 정부 각료, 주요 국가기관에 많이 숨어 있다"며 "주요임무종사자 급은 다 골라내서 규명하고 확실히 처벌되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국민의힘 의원들도 직접 겨냥했다. 이 대통령은 "저는 국민의힘 누군가가 (비상계엄에) 동조했다고 생각한다"며 "쿠데타를 막아야 할 사람들이 쿠데타를 도와서 계엄 해제를 방해했다면 엄중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더팩트>에 "이 대통령이 정치보복과 내란 종식을 별개로 규정한 만큼 내란 처벌에 한해서는 강력한 사법조치를 독려할 것으로 보인다"며 "한마디로 '투트랙'으로 대응하겠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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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로텐더홀에서 제21대 대통령 취임선서를 하는 모습./국회사진기자단 |
다만 대선 최종 득표율이 과반을 넘기지 못해 이 대통령의 내란 종식 드라이브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유시민 작가는 전날 MBC 대선 개표방송에서 이 대통령이 51.7%의 득표율을 보인 출구조사 결과를 두고 "당선돼도 쉽지 않겠다는 느낌"이라며 "내란 수사에서 문제될 소지가 있는 국민의힘 현역 의원들이 입건되거나 하면 정치보복으로 규정하고 맞설, 저항할 가능성이 커진다"고 우려했다.
이에 이 대통령의 통합 리더십이 시험대에 올랐다는 분석이 나온다. 엄 소장은 "김문수·이준석 후보의 득표율을 합치면 이 대통령과 거의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는 것은 협치와 통합이 더욱 절실하다는 민심이 담긴 것"이라며 "이 대통령이 제대로된 통합 리더십을 보이는 데 더욱 힘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대통령과 대선 러닝메이트로 함께 뛰었던 민주당 선거대책위원장들도 협치와 통합을 입모아 주문했다. 이석연 공동선대위원장 겸 국민통합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선대위 해단식에서 "지금 가장 중요한 건 우리 국민들의 찢어진 마음을 하나로 묶는 통합의 과정"이라며 "역대 정권서 한 번도 성공하지 못했던 통합을 이번에는 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고 이 대통령에게 당부했다.
rocker@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