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3년 만에 다시 야당
"당 해체하는 심정으로 환골탈태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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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제21대 대통령선거 결과에 대한 승복 입장을 밝힌 뒤 당사를 나서고 있다. /박헌우 기자 |
[더팩트ㅣ여의도=이하린 기자] 김문수 전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4일 "오늘 이재명 대통령 취임식을 보며 제가 너무나 큰 역사적 죄를 지었다고 생각했다"며 사죄의 의미로 큰절을 올렸다. 지난달 5일 선대위를 발족해 대선 승리를 위한 레이스에 몰두한 국민의힘은 대선에 패배해 3년 만에 다시 야당으로 돌아갔다.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국민의힘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해단식에서는 대선 실패 원인에 대한 다양한 목소리가 나왔다.
김 전 후보는 "국민 대부분이 원하지 않던 이재명 대통령이 오늘 취임하는 것을 보면서 왜 이렇게 됐을까 생각해 봤다"며 "우리 당이 민주주의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와 신념, 그것을 지키기 위한 투철한 사명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것이 바로 계엄이라는 상상할 수 없는 일로 나타났다"며 "우리 당이 계엄을 했던 대통령을 뽑았고, 우리 대통령의 뜻이 당에 많이 일방적으로 관철된 것에 대해서 깊은 자성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했다.
이어 "앞으로 절대 이런 식의 계엄은 다시 있어서는 안 된다"며 "우리가 그냥 말릴 수 없었던 또 제어하는 힘이 내부에 없었던 점에 대해서 매우 큰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김 전 후보는 발언 말미에 울먹이면서 "제 부족함으로 많은 기회를 놓쳤다. 패배를 안겨드려 국민에게 송구하고 용서해달라"며 "심기일전해서 우리나라에 마지막 희망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은 후보와 당직자에게 감사 인사를 한 뒤 "결과는 냉정했다. 국민의 준엄한 심판을 겸허히 받아들이겠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과 파면을 선거 패배의 이유로 들었다.
그는 "처음부터 힘든 싸움이었다. 비상계엄과 파면으로 국민 신뢰를 잃은 상태에서 선거 레이스가 시작됐다"며 "우리 당 후보를 뽑는 과정에서도 우여곡절을 겪었다. 당원 주권 혁명으로 바로잡았지만, 국민 눈에는 권력 싸움처럼 보였다"고 했다.
그러면서 "등을 돌린 수도권과 중도층은 끝내 돌아오지 않았고, 보수의 핵심 기반인 영남에서도 3년 전에 비해 격차가 줄었다"며 "그 책임을 피하지 않겠다. 우리는 왜 이토록 패배했는지, 왜 진실을 외쳐도 국민이 귀를 닫았는지, 보수란 이름이 국민에게 희망이 되어드리지 못했는지를 다시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는 이제 스스로를 해체하는 심정으로 다시 시작해야 한다"며 "그런 점에서 오늘 해단식은 새로운 시작이다. 무너진 보수를 다시 일으켜 세우는 출정식"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민 전체를 아우르는 대중정당으로서 미래를 말하는 합리적인 보수로 환골탈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해단식 분위기는 전반적으로 차분했다. 김 위원장을 시작으로 나경원·양향자·윤재옥·조경태·권성동 공동선대위원장이 차례로 발언했다. 이후 김 전 후보 발언을 끝으로 행사가 마무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