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엄 경비 속 차분한 분위기
국회 앞 시민들, "이재명" 연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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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 내외가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로텐더홀에서 취임 선서를 마치고 나와 잔디광장에 모인 시민들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
[더팩트ㅣ국회=이하린 기자] 이재명 대통령의 취임 선서가 4일 국회에서 열렸다. 초여름의 맑은 하늘 아래 선선한 바람이 불었고, 행사는 삼엄한 경호 속에 차분하게 진행됐다. 국회 잔디 광장 곳곳에서는 지지자들의 환호 소리도 울려 퍼졌다.
이번 취임 선서는 보궐선거로 당선된 대통령이 인수위 없이 임기를 시작해야 하는 만큼 비교적 간소하게 진행됐다. 행사에는 우원식 국회의장과 조희대 대법원장 등 5부 요인을 포함해 여야 정당 대표, 국회의원, 국무위원 등 약 300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국회 본관 2층에 도착해 직원들에게 '제21대 대통령 취임'이라고 적힌 비표를 받고, 행사장으로 향했다.
출입 통제는 '거리두기' 방식으로 이뤄졌다. 중앙 로비에서 로텐더홀로 이동하는 입구에 소지품 관리를 위한 회색 박스의 소지품 보관함과 금속 탐지기가 설치돼 있었다. 여야 의원들이 속속 도착하면서 일대는 잠시 북적였다. 경호원들의 통제로 일부 접근이 제한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오전 11시께 부인 김혜경 여사와 함께 국회에 도착했다. 검은 양복 차림의 이 대통령과 흰색 투피스를 입은 김 여사는 입구에 들어서며 미소와 함께 목례했다. 대기 중이던 관계자들은 "이재명 대통령"을 연호했다. 이후 이 대통령은 국회 본관 로텐더홀로 이동해 헌법 69조에 따른 취임 선서와 취임사를 했다.
국민의례와 순국선열에 대한 묵념이 마친 이 대통령은 오른손을 들고서 "나는 헌법을 준수하고 국가를 보위하며 조국의 평화적 통일과 국민의 자유와 복리 증진 및 민족 문화의 창달에 노력해 대통령으로서의 직책을 성실히 수행할 것을 국민 앞에 엄숙히 선서한다"고 했다.
이후 이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이재명 정부는 정의로운 통합 정부, 유연한 실용정부가 될 것"이라며 비전을 제시했다. 그러면서 "공존과 통합의 가치 위에 소통과 대화를 복원하고 양보하고 타협하는 정치를 되살리겠다"며 "이제부터 진보의 문제란 없다. 보수의 문제도 없다. 오직 국민의 문제, 대한민국의 문제만 있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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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4일 취임선서를 국회 잔디 광장에서 지켜봤던 지지자들이 행사가 마치자 자리를 정돈하고 있다. /국회=이하린 기자 |
국회 잔디 광장에 설치된 스크린으로 앞에 모인 지지자 수백 명은 이 대통령의 취임사를 들으며 연신 환호했다. 이들은 잔디밭에서 돗자리를 펴고 이 대통령의 연설을 주의 깊게 들었다. 이들은 더불어민주당을 상징하는 색인 파란색 바람막이를 입거나 파란 두건을 쓰고 국회를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촬영하기도 했다.
미니 태극기가 달린 남색 모자를 쓴 이 모(37·여) 씨는 "이 대통령의 취임이 감격스럽고, 내란으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는데 해냈다는 생각이 든다"며 "제헌절에 취임식을 한다고 해서 연차를 내고 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취임사 중) 한강 작가의 말을 인용해 '미래가 곧 과거가 되기에 후손들 생각해야 한다'는 취지로 말한 부분이 가장 인상 깊었다"고 말했다.
뇌 병변 중증 장애를 앓고 있다고 밝힌 박영빈(42·여) 씨는 "처음에는 지지하지 않았지만 12·3 계엄을 계기로 지지하게 됐다"며 "장애인의 날에 대통령을 한 번 초청하는 게 소원"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취임 선서를 마친 뒤 국회 밖으로 나와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며 인사했다. 이를 본 지지자들이 환호하자, 이 대통령은 김 여사와 함께 허리를 숙여 화답했다. 이후 그는 국회 사랑재로 이동해 우원식 국회의장 및 여야 대표와 '비빔밥' 오찬을 가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