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 단일화 난항에 국힘 안팎 우려 목소리
지도부 대구 향하자 김문수 의도적(?) 서울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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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수(오른쪽)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한덕수 무소속 예비후보가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사랑재의한 카페에서 단일화 관련 회동을 하는 모습. /배정한 기자 |
<더팩트> 정치부는 여의도 정가, 대통령실, 외교·통일부 등을 취재한 기자들의 '방담'을 통해 한 주간 이슈를 둘러싼 뒷이야기와 정치권 속마음을 다루는 [주간정담(政談)] 코너를 진행합니다. 주간정담은 현장에서 발품을 판 취재 기자들이 전하는 생생한 취재 후기입니다. 방담의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 대화체로 정리했습니다.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정리=신진환 기자]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미국 프로야구(MBL)의 전설 고(故) 요기 베라가 남긴 명언이 한국 정치권을 관통하고 있다. 지난 3일 전당대회에서 국민의힘 최종 후보로 선출된 김문수 대선 후보가 교체될 위기에 놓였다. 이번 일주일간 한덕수 무소속 예비후보와 단일화 시기를 두고 당 지도부와 강하게 충돌했으나, 법원이 '전당대회 금지·대선 후보 확인'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김·한 후보 측 실무 단일화 협상도 끝내 빈손으로 끝났다. 지도부가 한 후보로 '선수 교체' 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에 힘이 실린다. 국민의힘 대선 경선은 끝났지만 끝난 게 아닌 셈이다.
-반대로 더불어민주당은 순항하고 있다.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가 연일 전국을 누비며 유권자와 접촉면을 넓히고 있다. 국민의힘보다 먼저 외연 확장에 시동을 건 것이다. 당도 선대위를 중심으로 이 후보를 전폭 지원하고 있다. 게다가 조국혁신당, 진보당 등 진보 정당이 이 대표에 대한 공개 지지를 선언했다. 한편, 대선 영향으로 국민의 시선에서 다소 빗겨난 대통령실이 정리되는 분위기다. 점점 파면된 윤석열 전 대통령의 흔적도 없어지고 있다고 한다. 혁신당은 새 원내사령탑으로 서왕진 원내대표를 선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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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지난 8일 한덕수 무소속 대선 후보와의 단일화 회동을 위해 나서던 중 한 남성으로부터 항의를 받고 있다. 이 남성은 "똑같은 내란 공범끼리 무슨 단일화입니까"라고 외쳤다. /뉴시스 |
◆"내란 공범끼리 무슨 단일화냐"…김-한 회동 속 어느 외침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와 한덕수 무소속 예비후보가 뜨거운(?) 한 주를 보냈지?
-응. 두 사람은 지난 7일 서울 종로구의 한 식당에서 처음 만났어. 당초 내부 상황까진 공개하지 않더라도, 블라인드를 내리지 않고 창밖 촬영은 허가될 예정이었지. 하지만 안전 등 여러 사항을 고려해 아예 비공개로 전환됐어. 두 후보는 초반만 하더라도 서로 웃으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지. 하지만 회동 종료 후 상황은 반전됐어.
-먼저 나온 한 후보는 백브리핑은 대변인이 할 것이라며 자리를 떴어. 반면 김 후보는 다소 격앙된 모습으로 직접 카메라 앞에 섰고 "전혀 후보 등록할 생각 없는 분을 누가 끌어냈느냐"라며 한 후보와 당 지도부를 싸잡아 비판했지. 이후 김 후보까지 퇴장하면서 자리가 정리되던 와중에, 어느 중년의 남성이 "한덕수가 뭔데 단일화하느냐"고 소리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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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한덕수 당시 국무총리(오른쪽)가 국회에서 김문수 당시 고용노동부 장관과 만나 악수하는 모습. 이들은 지난해 12월 3일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당시에도 국무총리와 국무위원이었다. /뉴시스 |
-두 번째 회동에서도 소동이 있었다고?
-응. 김 후보와 한 후보는 지난 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사랑재에 위치한 커피숍에서 만나기로 했어. 당시 회동은 전체 공개였기 때문에 취재진과 각 후보의 지지자들로 북적였지. 먼저 도착한 김 후보는 안내에 따라 회담 장소로 향하고 있었어. 그때 어느 남성이 김 후보에게 천천히 다가가더라고. 그러면서 김 후보를 향해 "똑같은 내란 공범끼리 무슨 단일화입니까. 윤석열 출당 조치하고 비상계엄 사과부터 하십시오. 출마 자격 없습니다. 단일화는 무슨 단일화입니까"라고 소리쳤어.
-그때 경호원으로 보이는 사람이 그의 입을 틀어막았지. 남성은 "입 막지 마세요. 입 막지 마세요"라고 저항했고, 이에 경호원도 더 이상 그의 입을 막진 않았어. 남성은 분이 풀리지 않은 모습이었지만, 이후 별다른 저항 없이 조용히 현장을 벗어났어. 그러고 보니 김 후보와 한 후보 모두 비상계엄 당시 국무위원과 국무총리로 있었잖아? 그 남성의 외침이 아주 이유 없는 건 아니었네. 다만 김 후보는 2차 단일화 회동 전 관훈토론회에서 12·3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해 "정중한 사과를 드린다. 우리의 반성과 성찰이 필요하다"라고 말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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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후보가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며 하트 포즈를 취한 모습. /배정한 기자 |
◆파국으로 치닫는 국힘…김-한 단일화, 결렬 또 결렬
-대선 정국에서 국민의힘이 단일화를 둘러싼 내홍에 휩싸였어. 당내에서도 말들이 많을 것 같은데?
-아무래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더라. 당이 불리한 대선 지형에 선 상황인데, 부정적 여론이 확산하는 걸 염려하는 내용이야. 한 의원실 관계자는 단일화 갈등을 두고 "국민이 보기에 낯부끄러운 일이 벌어지고 있다"라며 푸념하더라. 또, "옆 동네(민주당)는 이미 표밭을 다지고 다니는데 큰일"이라고 하소연했어. 한 원외 인사는 "다들 걱정이 많다. 당원들이 지도부와 두 후보를 두고 잘잘못을 따지기도 하더라"라고 전했다.
-보수 진영 단일화가 참 쉽지 않네.
-부정하기 어렵네. 법원이 9일 김 후보 측에서 낸 '전당대회 금지·대선 후보 확인'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어. 이후 김 후보 측과 한 후보 측 실무진이 국회에서 비공개로 단일화 협상에 나선 지 30분도 안 돼 결렬됐어. 단일화를 위한 여론조사 방식을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했기 때문이야. 김 후보의 김재원 비서실장은 협상 직후 기자들과 만나 단일화 방안으로 자동응답(ARS) 여론조사를 하자고 제안했다고 밝혔어. 한 후보가 무소속이기에 정당 지지 여부 등을 묻지 않는 방안을 제시한 거야. 한 후보 측은 국민의힘 후보를 선출하는 만큼 당원 50%와 '역선택 방지 조항'이 적용된 여론조사 50%를 주장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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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수 대선후보 측 김재원(왼쪽) 비서실장과 한덕수 무소속 대선후보 측 손영택 전 국무총리 비서실장이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김문수-한덕수 대선후보 측 단일화 협상'을 마치고 각각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는 모습. /뉴시스 |
-이날 10시 30분부터 두 후보 측 실무진이 다시 협상 테이블에 앉았지만, 이번에도 '빈손'으로 돌아섰어. 마찬가지로 '역선택 방지 조항'이 적용된 여론조사 방식을 두고 합의점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야. 김 비서실장은 작심한 듯, "한 후보가 전 국민 앞에서 모든 단일화 절차와 방식을 당에 일임했다. 심지어 8일 김 후보와 만나 '모든 것을 양보하겠다, 마음대로 하시라'고 해놓고선 오늘 와서 절대 양보하지 못하겠다고 했다"라고 직격했어. 김 후보 측은 10일 오전 후보 등록 절차에 돌입한다는 방침이야.
-릴레이 단일화 실무 협상이 끝내 결렬되면서 당은 후보 교체 절차에 돌입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야.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날 밤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실무 협상이 최종 결렬된다면 후보 교체 등 모든 결정 권한을 비대위에 일임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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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후보가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서 발언을 마친 뒤 퇴장하는 가운데 조배숙 의원이 가로막는 모습. /배정한 기자 |
◆"김문수를 잡아라"…국민의힘과 김문수의 술래잡기
-국민의힘 지도부와 김 후보의 숨바꼭질,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김 후보가 국민의힘 최종 대선 후보로 확정된 이후 단일화 논의가 지지부진하자, 조급해진 당 지도부가 김 후보를 찾아 나섰어. 직접 만나서 신속한 단일화 작업을 설득하겠다는 거였지. 그러나 만남은 결국 성사되지 못했어. 지난 6일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과 권성동 원내대표가 지방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 김 후보를 따라 대구행 KTX에 올랐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김 후보가 돌연 경선 일정을 중단하고 서울행을 결정했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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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오후 서울 관악구 김 후보의 자택 앞에서 단일화를 논의하기 위해 김 후보를 기다리는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의 휴대전화 통화 목록. 여러 차례 김 후보와 연락이 불발된 통화 목록이 눈길을 끈다. /뉴시스 |
-내려가고 있던 당 지도부는 어떻게 했어?
-대구로 가는 KTX 안에서 소식을 듣고 대전에서 서울로 유턴했어. 권 원내대표는 여기서 포기하지 않고 서울 관악구 봉천동 김 후보 자택 앞에서 기다리기도 했어. 권 원내대표 통화 목록이 언론사 카메라에 포착됐는데, 김 후보에게 여러 차례 전화를 건 기록이 있더라고. 하지만 통화 목록을 보면 김 후보와 권 원내대표의 통화는 연결되지 않았더라.
-김 후보가 사실상 지도부와의 만남을 거절한 이유는 뭐야?
-당이 정당한 경선 절차를 통해 선출된 대선 후보를 끌어내리려고 했다는 불만감을 표출한 거야. '적극적인 지원을 안 해준다', '후보를 배재한 채 일방적으로 강행한다', '당의 공식 대선후보로 인정하지 않는다' 등 직접적인 비판을 내놓기도 했어.
-국민의힘의 내부 상황을 극명하게 보여준 장면도 있었다며?
-9일 국회에서 당 의원총회가 열렸어. 이 자리에 김 후보가 최종 후보로 선출된 이후 처음으로 참석했어. 초반 의총 분위기는 화기애애했어. 권 원내대표가 직접 김 후보에게 준비한 꽃다발을 전달하고, 의원들이 박수를 치며 환영했지. 김 후보도 두 팔을 머리 위로 올려 '하트'를 표시했어. 여기까진 분위기가 나쁘지 않았지. 하지만 김 후보가 당 주도 강제 단일화에 응할 수 없다고 했고,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은 "매우 실망스럽다"라며 직격했어. 김 후보가 퇴장하자 "이야기 듣고 나가라"는 고성이 터졌어. 조배숙 의원은 김 후보를 막아서기도 했지.
☞<하>편에 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