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성' 내세우는 金 vs 조급한 지도부
"金, 당내 지분 확보 목적…단일화 무산 가능성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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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덕수 무소속 예비후보(왼쪽)와의 단일화 문제를 둘러싸고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오른쪽)와 당 지도부 간의 갈등이 커지고 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김 후보가 '버티기' 전략을 통해 당내 지분 확보를 노리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박헌우 기자 |
[더팩트ㅣ국회=이하린 기자] 한덕수 무소속 예비후보와의 단일화 문제를 둘러싸고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당 지도부 간의 갈등이 커지고 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김 후보가 '버티기' 전략을 통해 당내 지분 확보를 노리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7일 정치권에 따르면 당 지도부는 대선 후보 마감일인 11일까지 시간이 촉박해 '속이 타는' 상황이다. 반면 김 후보는 지도부와의 만남을 피하면서 최대한 거리를 두고 있다.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과 권성동 원내대표가 6일 의원총회 직후 김 후보를 직접 만나기 위해 대구로 향했지만, 김 후보가 돌연 공식 일정을 중단하고 상경하면서 면담은 성사되지 않았다. 이후 밤늦게 권 원내대표가 김 후보 자택을 찾아갔지만, 연락이 닿지 않아 끝내 만남은 무산됐다.
정치권에서는 김 후보가 단일화를 미루는 의도가 협상 과정에서 주도권을 확보해 당내 세력 확장을 노리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김 후보가 '경선을 거친 당의 대통령 후보'로서 갖게 된 정당성을 바탕으로 영향력을 확보하기 위한 정치적 계산이라는 것이다.
그중에서도 핵심은 당내 지분 확보다. 여기서 '지분'은 조직 개편이나 공천권에 대한 권한, 원·내외 인사 추천권 등 직·간접적으로 당에 개입할 수 있는 실질적인 영향력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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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김 후보가 오랜 기간 중앙 정치를 떠나있어 비주류로 분류돼 온 만큼, 이번 계기로 당내 영향력을 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서예원 기자 |
특히 김 후보가 오랜 기간 중앙 정치를 떠나있어 비주류로 분류돼 온 만큼, 이번 계기로 당내 영향력을 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김 후보가 이번 대선에서 승리하지 못하더라도 향후 당내 입지를 강화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김 후보가 당 공식 후보로서의 정당성을 부각하거나 당무우선권을 강조한 이유도 이와 무관치 않다. 그는 지도부와의 갈등 과정에서 2차례 입장문을 내고 자신이 경선을 거쳐 최종 대선 후보로 선출됐다는 정당성을 부각했다. 또 김 후보는 당 지도부를 겨냥해 당무우선권을 존중하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당헌 제74조에 명시된 당무우선권은 대통령 후보에게 당무 전반에 관한 우선적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 김 후보의 행보가 단순한 기싸움이 아닌 당 운영의 주도권을 염두에 둔 전략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최요한 정치평론가는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김 후보는 3억 원에 달하는 기탁금을 납부하고 3번의 경선을 치렀지만, 한 후보는 이러한 절차 없이 단일화하려는 모습이 '무임승차'에 가깝다"며 "이 상황에서 당 지도부가 서둘러 한 후보와 단일화하라고 하니 김 후보 입장에선 기분이 나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한 후보와 단일화하지 않고 정권 교체가 된다고 해도 김 후보에게는 당권 내지 당 지분이 남는다"며 "김 후보가 '시간은 내 편'이라는 생각으로 침대 축구하듯 시간을 끄는 전략을 이어간다면 단일화는 무산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