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밀라노 기사식당) 밖에 없는 특이점이 필요했어요. 오직 여기서만 접할 수 있는 음식이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사람입니다.
음식만 판다는 것이 아니라 사람으로서 어떻게 대하는지가 중요합니다.
음식과 문화가 있는 공간, 사람에 대한 존중이 있는 공간. 그게 바로 밀라노 기사식당이고 제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원동력입니다.
”
그리고 사람입니다.
음식만 판다는 것이 아니라 사람으로서 어떻게 대하는지가 중요합니다.
음식과 문화가 있는 공간, 사람에 대한 존중이 있는 공간. 그게 바로 밀라노 기사식당이고 제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원동력입니다.
”
서울 은평구 증산동에 자리 잡은 밀라노 기사식당은 2020년 8월에 문을 열었다.
서울에서 대표적인 낙후된 지역으로, 교통편도 좋지 않은 이곳에, 그리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대유행하던 시기에 문을 연 밀라노 기사식당은 손님이 가득 찬 날보다 없는 날이 더 많았음에도 문을 열고 영업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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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떠난 자리에 남은 빈 그릇을 보고 ‘나도 이게 마지막일 수 있겠다는 생각에 사진으로 찍고 인스타그램에 글과 함께 올렸다”고 말했다.
그렇게 한 팀 한 팀 식당을 들른 사람들의 발자취와 그 사람들에 대한 글을 담담히 올린 SNS 게시물이 입소문이 나면서 사람들이 식당을 찾기 시작했다.
밀라노 기사식당은 파스타 전문점이다.
토마토 파스타인 포모도르파스타와 마늘 파스타인 알리올리오파스타, 그리고 버섯크림치즈파스타 등 통상의 파스타 전문점이 취급하는 파스타를 요리하고 있다.
하지만 이곳의 ‘특이점’은 이들이 아니다.
한국의 대표음식인 전주비빔밥과 비슷한 ‘전주비빔파스타’, 초당순두부와 강된장을 활용한 ‘순두부강된장파스타’를 비롯해 ‘애호박불고기보나라’, ‘제육보나라’, ‘맑은 바질 불고기스튜’ 등 한국스러운 서양 요리가 그 주인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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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라노 기사식당이라는 이름과 식당의 내부 구조 등도 이와 비슷하다.
박 셰프는 “파스타이니까 이탈리아를, 그리고 아름다움과 패션이라고 하면 밀라노를 생각했다”며 “여기에 편암함의 상징인 기사식당을 접목했다”고 설명했다.
특이점을 가지고 있던 밀라노 기사식당은 2022년 5월 tvN <식스센스3>에 출연한 계기로 전국에 이름을 알리게 됐다.
하지만 밀라노 식당은 이미 같은 해 3∼4월쯤부터 이미 사람들이 오픈런(식당 등의 문을 열자마자 입장하기 위해 기다리는 행위)을 하는 곳이었다.
오전에 식당을 열기 위해 출근을 하던 중 사람들이 길게 서 있는 줄을 보고 “근처에 무슨 행사를 하는 건가”라고 생각했다던 박 셰프는 그 사람들이 자신의 식당이 열리기만을 기다리는 것이라는 걸 알고는 두려움이 생겼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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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식당을 제한적으로 운영하고 있음에도 박 셰프는 먹고사는 데에는 무리가 없다고 했다.
그는 “내가 어느 정도 지출할 것인지를 정해놓고, 그 지출 한도에 맞춰 돈을 벌면 된다”며 “그렇게 하면 좋은 음식을 손님들에게 대접할 수 있고, 나 또한 삶의 여유를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 셰프는 “식당은 내가 정말 가보고 싶은, 또 가보고 싶은 공간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변별력이 없는 식당은 안 됩니다.
이미 맛과 품질이 좋은 밀키트와 레토르트(간편식품) 등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오직 그곳에서만 먹을 수 있는 음식을 만들어야 합니다.
또한 편안하게 식사를 하고 싶거나 소중한 사람을 데려가서 함께 음식을 먹고 싶은 식당이 돼야 합니다.
”
박 셰프는 책을 쓰는 작가 요리사로도 유명하다.
2020년 밀라노 기사식당을 열고 2021년 12월까지 만나고 이야기를 나눴던 손님들과의 에피소드를 담은 첫 번째 책 ‘어서오세요, 밀라노 기사식당입니다’와 자신이 걸어온 길을 되돌아보며 앞으로의 성장을 이야기하는 ‘나는 전주비빔 파스타를 만드는 작가입니다’를 이미 세상에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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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지난해 40여일간 독인연수 출장을 다니면서 느낀 감정 등을 담은 세 번째 에세이를 준비 중입니다.
독일 여행이 좋았고 맛있는 음식 등을 소개하는 책이 아닌 인문학적 인사이트(통찰력)을 담은 책입니다.
”
현재 밀라노 기사식당이 위치한 곳은 도로를 기준으로 앞 쪽에는 재개발에 들어섰다.
밀라노 기사식당이 위치한 곳도 재개발이 될 예정이다.
박 셰프는 “재개발이 돼서 식당이 없어지지 않는 이상 이대로 유지하려고 한다”며 “밀라노 기사식당을 운영하면서 강연이나 메뉴 및 브랜드 기획 등 다양한, 내 능력을 살릴 수 있는 일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주마처럼 앞만 보고 달리는 것보다 이렇게 사는 사람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요. 다양한 길 중 하나이지만 길을 잃었을 때 나침판, 등대가 되는 사람이죠. 어차피 다 가지고 살 수는 없습니다.
다른 사람들에게 나눠줌으로써 같이 살 수 있다면, 그게 앞선 길을 걸었던 선배의 역할이 아닐까 합니다.
”
이복진 기자 bo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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