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증권·인포바인 등 자사주 비중 높은 종목 수혜
증권가 "자사주 비중 높은 곳만 주시하지 말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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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근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25명이 지난 9일 기업의 자사주를 원칙적으로 소각하는 법안을 발의하면서 국회 본회의 의결을 앞두고 있다. /박헌우 기자 |
[더팩트|이한림 기자] 여당의 자사주 소각 의무화 법안 발의 이후 상승 여력이 남아있는 종목들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이어지고 있다. 상장사의 자사주가 소각되면 유통할 수 있는 주식 수가 줄어 일시적으로 주가 상승 여력이 발생하는 만큼 어떤 종목을 포트폴리오에 더 담을지 옥석 가리기에 나서고 있다.
1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신영증권은 지난 8일 하루 만에 20.03% 오른 14만2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다음 날인 9일 장에서도 17.18% 올랐고 10일 장에서는 장중 17만원선을 터치하면서 역대 최고가를 갈아치웠다. 이후 14일까지 3거래일 연속 조정을 받았으나 52주 신저가인 지난해 8월 5일 대비 여전히 129.06% 올라와 있다.
신영증권의 최근 강세는 자사주 소각에 대한 투자자들의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신영증권은 자사주 비중(53.10%)이 전체 주식 수의 절반이 넘는 대표적인 종목으로 증권주를 넘어 모든 상장사를 통틀어서 자사주 비중이 높은 종목으로 꼽힌다.
신영증권보다 유일하게 자사주 비중이 높은 종목인 소액결제나 휴대폰인증서 등 지능망 호스팅 전문업체 인포바인도 같은 기간 수혜를 입었다. 7월 초 4만원 초반 선에 거래되던 코스닥 상장사 인포바인은 지난 14일 최고 8만4800원까지 올랐다. 인포바인의 자사주 비중은 54.18%다.
이 외에도 일성아이에스(48.57%), 조광피혁(46.57%), 매커스(46.23%), 텔코웨어(44.11%), 부국증권(42.73%) 등 자사주 비중이 40%가 넘어가는 종목이나 롯데지주(32.51%), 샘표(29.92%), 티와이홀딩스(29.79%), 대웅(29.67%) 등 자사주 비중이 높은 종목들이 7월 들어 두 자릿수 상승 마감을 기록한 날을 최소 하루씩 보내고 있다.
자사주 소각 의무화 법안이 발의되면서 자사주 비중이 높은 종목들의 기대 가치가 덩달아 올라간 셈이다. 지난 9일 김남근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25명이 자사주를 원칙적으로 취득 후 1년 이내 소각하고 예외적으로 임직원 보상 등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만 보유를 허용하는 내용의 상법 개정안을 발의했으며, 앞서 본회의를 통과한 상법 개정안과 맞물려 주가 상승 여력에 대한 기대감이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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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자들은 자사주 비중이 높은 종목을 중심으로 '자사주 테마'를 소화하고 있다. /더팩트 DB |
그러나 시장에서는 단순히 자사주 비중이 높은 종목에 투자하는 것보다 주주환원에 대한 의지를 보였거나 자사주 소각 여건이 높은 기업에 투자할 필요가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실제로 신영증권을 포함해 다수의 '자사주 테마' 혜택을 본 기업들은 비교적 빠른 속도로 조정을 받고 있다. 자사주 비중이 낮은 종목 중에서도 주주환원을 강조하는 정부의 정책 방향성에 따라 자사주 소각을 통해 주주가치를 높이겠다고 나서는 기업들도 꾸준히 늘어나고 있는 것도 비중에만 집중할 필요가 없다는 분석에 힘을 더한다.
증권가는 자사주를 소각했거나 소각 예정인 기업에 관심을 높여야 한다면서 추가 자사주 매입 여력이 있는 곳을 중심으로 자사주 테마를 소화할 수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단순 자사주 보유 비중이 높은 기업들에 대한 테마성 접근이 아닌 오너일가의 경영권 방어 여부나 제무제표 분석을 통한 선별 작업도 필요하다는 제언이다.
박건영 KB증권 연구원은 "총수일가의 경영권 방어 여부와 부채비율, 순 현금까지 함께 고려해야 한다"며 "총수일가 지분율이 높은 지주회사는 경영권 방어 이슈가 발생할 가능성이 작아 자사주를 이 목적으로 보유할 유인이 낮고, 부채비율이 낮고 순현금을 보유한 지주회사는 자사주를 자금 비축의 형태로 사용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